한파엔 이용 불가…이름뿐인 '한파 쉼터'

김민지 기자 2024. 1. 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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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쉼터 운영 의무화에도 예산은 0원
기온 떨어지는 야간·새벽엔 이용조차 불가
전문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고령층 홍보 필요"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1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한파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2024.01.16.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살을 에는 추위,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강풍을 견뎌야 하는 한파. 이에 취약한 노숙인과 노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2019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한파 쉼터'는 잠시나마 몸을 데울 수 있는 피난처다. 정부는 이러한 한파 쉼터의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예산 편성과 인력 관리 등 실질적 운영에는 손을 떼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오전 영하에 가까운 한 자릿수 기온의 추위 속 부산 부산진구의 한 한파 쉼터.

지역 어르신들이 주로 방문하는 경로당인 이곳은 '한파 쉼터'라는 안내문이 입구에 부착돼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각종 생활 쓰레기와 건축 자재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고, 오전에도 그늘이 드리운 자리에 위치한 이곳을 몸을 녹이는 한파 쉼터로 보긴 어려웠다.

관내 또 다른 한파 쉼터로 지정된 장소에는 그나마 볼 수 있던 쉼터 안내문조차 보이지 않았고, 운영 시간임에도 문은 잠겨져 있었다.

한파 쉼터로 지정된 연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는 관내에서 가장 많은 수용 인원이 배정돼 있지만, 쉼터로 활용하기 위한 공간은 별도로 없었다. 그저 민원 업무 처리를 기다리는 대기실이 한파 쉼터로 지정된 것뿐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 '한파 쉼터 지정·관리 지침'을 마련해 한파 대책 기간(11월 15일~다음 해 3월 15일)의 쉼터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경로당이나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등의 시설을 한파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부산 내 한파 쉼터만 총 1073곳이다.

그러나 이 중 1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운영 시간이 대개 오전 9시~오후 6시로 정작 기온이 낮게 떨어지는 야간과 새벽 시간대에는 이용조차 불가능하고, 운영 시간에도 문이 닫혀 있는 곳이 많아 발걸음을 되돌려야만 했다.

쉼터 운영만 의무화해 놓은 채 예산 편성과 시설 관리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정부 탓에 한파 쉼터는 시민들이 사용하기조차 어려웠고, 복지 분야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의 문제는 한파 쉼터의 방치를 이끌 뿐이었다.

이로 인해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노약자 등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 내 한파 취약계층 22만3800여명(부산시 추산)은 여전히 매서운 한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쪽방촌에서 방한복을 입은 주민이 골목길을 거닐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2020.12.11. misocamera@newsis.com


한파 쉼터를 관리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현 시스템에서의 한파 쉼터는 정부 지침을 따르고자 '이름만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부산진구청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한파 쉼터가 대부분 경로당으로 지정돼 있다. 구는 경로당 운영에 대해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고, 경로당 특성상 그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들어가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곳이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명목상 지정은 돼 있지만 관련된 예산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부담이 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한파를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재난으로 보고, 더욱 적극적인 정부 대책 마련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수정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파 쉼터는 추위에 더욱 취약한 주거 취약계층과 노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안전한 장소로서 꼭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와 정부는 실효성 있는 한파 쉼터 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파 취약계층의 대다수인 고령층은 인터넷 사용 등이 원활하지 않아 쉼터 정보를 찾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고령층 눈높이에 맞춘 한파 쉼터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쉼터 운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한 예산지원 확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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