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종' K-항암신약 불모지 美, 올핸 뚫을까
HLB '리보세라닙'·유한 '렉라자', 지난해 각각 병용요법으로 허가신청
후기 임상 통해 경쟁 약물 대비 우위 입증…두 품목 모두 연내 허가여부 결정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올해 항암신약으로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단 평가가 나온다.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8종의 국산 신약이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지만 항암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2종의 항암제 신약에 대해 FDA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에서 연내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LB의 '리보세라닙'과 유한양행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 여부가 연내 결정될 전망이다. 리보세라닙은 간암,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 시 국산 품목 중 처음으로 미국 문턱을 넘는 항암제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허가 여부가 먼저 결정되는 것은 리보세라닙이다. 지난해 5월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항암제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 신약 판매 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NDA 제출 이후 허가 여부 결정까지 10~12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5월이면 허가 여부 도출이 예상된다.
렉라자는 얀센(J&J 자회사)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으로 현지 허가를 대기 중이다. 지난달 J&J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허가 신청을 마쳤다. 올해 연말이면 결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리보세라닙과 렉라자의 미국 허가는 각 사 뿐만 아니라 국산 신약의 전반적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산 신약의 미국 허가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팩티브 이후 두번째 허가 품목이 11년 이후인 2014년(동아에스티 항생제 '시벡스트로')에야 등장했지만, SK케미칼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2016년 허가를 받으며 속도감을 더했다.
2019년에는 SK바이오팜이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나란히 허가받으며 같은 회사가 한해 두 개의 신약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이어 한미약품이 2022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로 허가를 얻었고, 지난해 셀트리온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명)와 GC녹십자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까지 합류하며 총 8개 품목이 미국 허가에 성공했다. 초기 항생제에 국한됐던 적응증 역시 한층 다양해졌다.
하지만 항암제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직 인류가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암은 치료제의 수요가 가장 높은 적응증이다. 질병 특성상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성공시 개발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 역시 극대화 된다. 때문에 성공적 항암제 개발은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가장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음은 물론, 매출 외형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미국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올해 약 272억달러(약 36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BMS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7위(약 113억달러), 머크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은 9위(약 1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항암제의 초대형 시장 진출이 막연한 기대감은 아니다. 이미 꾸준히 근거를 마련해 왔다. 이날 공개된 미국암학회 소화기암 전문 심포지엄 'ASCO GI' 초록에 따르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간암 환자의 간 기능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간기능이 일부 저하된(ALBI 1등급) 환자의 전체생존기간(mOS)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23.9개월로 기존 치료제 '소라페닙'의 15.4개월 대비 길었고, 간기능이 비교적 많이 저하된 환자(ALBI 2등급)에서도 각각 19.1개월, 12.3개월로 격차를 보였다. HLB는 리보세라닙 허가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현지 40개주에 판매 준비를 마친 가운데 이번 결과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는 입장이다.
HLB 관계자는 "신약허가 본심사 중 진행한 FDA와의 두 차례 미팅과 리보세라닙 원료 및 제조설비 실사가 특별한 문제 없이 완료됐다"며 "최근에는 캄렐리주맙 관련 실사 또한 순조롭게 종료됐다는 통보를 항서제약으로부터 전달받은 바 있어, 내부적으로는 신약허가를 확신하고 빠른 상업화 준비에 나선 상태다"고 설명했다.
렉라자 허가 신청 기반은 지난해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임상 3상(MARIPOSA) 연구 결과다. 렉라자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J&J는 리브리반트와의 병용 임상에서 현재 시장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를 7개월 가량 늘린 결과를 확인했다. PFS는 해당 임상의 1차 평가변수다. 또 질병 진행 및 사망위험 역시 30%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키란 파텔 J&J 부사장은 지난달 허가 신청 이후 "비소세포폐암은 현존하는 치료법에서의 저항성 또는 여전한 질병 진행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미충족 수요가 높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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