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출입 통제’ 선녀탕에서 냉수마찰을…법망 사각지대?

안전사고 우려로 지난해부터 통제 중인 제주도 서귀포시 황우지 해안의 일명 '선녀탕' 일대에 최근 사람들이 몸을 담그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선녀탕 진입로 절벽이 모두 붕괴 위험지역으로 낙석 사고의 위험이 있어 보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출입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에게 과태료를 매길 수도 없는 등 처분은 어렵습니다.

지난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황우지 해안을 찾은 관광객들 (연합뉴스)

제주올레 7코스를 지나는 외돌개 인근 제주도 서귀포시 황우지 해안. 이 일대에는 일명 '선녀탕'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작고 오목한 웅덩이는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닷물로 차 있지요. 자연이 빚은 이 '천연 수영장'에는 매년 여름이 되면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제주의 여름철 대표적인 물놀이 명소로 각광 받아온 이곳이 지난해부터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선녀탕 진입로는 절벽을 따라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있는데 이 일대에 낙석으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출입을 막고 있는 이곳 일대에서 최근 사람들이 버젓이 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황우지 해안 선녀탕 인근에서 남성 3명이 바다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있다. (시청자 제공)

■ '낙석 우려' 출입 통제된 선녀탕 일대에서 남성 3명 '냉수 마찰'

선녀탕 인근에 남성 3명이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4일 오후 3시 30분쯤. 이들은 입고 있던 웃통을 훌러덩 벗어 던지더니, 무릎 높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냉수 마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보 영상 속 남성들은 손으로 바닷물을 떠서 가슴에 물을 적시고, 쪼그리고 앉더니 바닷물에 몸을 푹 담그기도 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황우지 해안 선녀탕 인근에서 남성 3명이 바다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있다.(시청자 제공)

인근을 지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은 "낙석 사고로 인해 출입 통제된 선녀탕에 일반인들이 출입해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안전불감증이 심해 보여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 선녀탕 진입로 출입 통제해도…물웅덩이 주변 '법망 사각지대'?

서귀포시는 지난해 봄부터 황우지 해안 선녀탕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외돌개 주차장에서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는 '출입 통제'를 알리는 팻말과 함께 진입로가 폐쇄돼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서귀포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 일대의 안전을 점검한 결과, 재해위험 등급도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C등급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황우지 해안 선녀탕 일대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2022년 6월 18일 KBS제주 9시 뉴스 화면 갈무리)

당시 현장에는 곳곳에 낙석 흔적이 있고 진입로 계단 난간도 낡아 안전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선녀탕 진입로 절벽이 다 붕괴 위험지역으로 설정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출입 통제 지침을 어겨도, 과태료 등 처분은 어렵다는 게 서귀포시의 설명입니다.

수심이 깊은 황우지 해안 선녀탕 바깥쪽 해역은 연안사고예방법에 따라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함부로 출입하면 최고 100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물웅덩이 주변은 해당 사항이 없어, 바다에 들어가도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물웅덩이 주변 통제 놓고 서귀포시-서귀포해경 '책임 논쟁'?

서귀포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황우지 해안 선녀탕 진입로 등 절벽은 공유수면법상 공유수면도 아니어서 출입을 통제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다만 혹시라도 해안으로 사람들이 내려가서 물놀이를 즐기다가 안전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 보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절벽으로의 출입을 막아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 해경에 '선녀탕과 그 주변도 출입 통제 구역으로 확대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귀포해경 측은 지자체가 관련법에 근거해서 얼마든지 출입 통제 구역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서귀포해경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서귀포시에서 선녀탕 안쪽을 연안사고예방법상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온 사실은 있다"면서 "다만 이전부터 선녀탕 안쪽은 지자체(서귀포시)가, 그 바깥 해역은 서귀포해경이 맡아왔다. 서귀포시 차원에서도 재난안전법에 따라 해당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출입 행위 등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절벽 낙석 안전조치는 '하세월'…올해도 선녀탕 물놀이 못 해

한편 서귀포시는 지난해 이 구간을 통제하면서 낙석 방지를 위한 안전그물과 철망을 설치하고 진입로 계단도 보수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해가 바뀌어도 공사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이 절대보존지역 등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청과 협의도 필요한 데다가, 사유지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에 관련 행정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해서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서귀포시의 해명입니다.

선녀탕 주변 절벽 안전 조치가 늦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선녀탕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 ‘낙석 위험’ 황우지해안 선녀탕 출입 통제 (2023.07.1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2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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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