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사탕수수로 만든 차 ②안전띠로 만든 드레스…현대차·기아의 색다른 순환 경제 [ESG클린리더스]
각종 친환경 소재, 신차 제작에 활용
차 부품으로 의상 디자인… '업사이클링'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기아 하면 가장 먼저 새 자동차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물론 10여 년 전부터 폐차 자원의 재활용 확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022년에는 폐배터리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순환 경제 정착에 나섰다. 차를 만들 때 사탕수수 소재를 쓰고 버려진 차의 안전띠로 드레스를 만드는 등 독특한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폐차의 자원 재활용과 안전한 폐기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2012년 열 쪽 안팎의 '폐자동차 자원순환체계 선진화를 위한 품질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폐차업체에 제공한 것. 이는 폐차 자원 중 거둬갈 수 있는 품목을 쉽게 구별하게 해주려는 뜻이 담겼다. 유가(有價) 자원은 폐차업자가 시장에 되팔 수 있고 비유가 자원은 한데 모아 폐기 혹은 재활용 업체가 거둬가게 안내했다. 유가 자원이란 폐차 이후 나온 자원에도 경제성이 있어 유상 거래가 가능한 것을 말한다. 반면 비유가 자원은 경제성이 없어 내팽개쳐질 우려가 크다.
플라스틱, 유리, 고무, 시트폼 등이 대표적 폐차 비유가 자원이다. 오존층 파괴 물질인 폐냉매, 차량 파쇄 후 나오는 고철 외의 철 스크랩, 비금속류인 폐차잔재(ASR) 등도 폐차하면서 따로 잘 모아두는 게 중요하다. 폐기·재활용 업체로 보내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침대로 폐차업체가 나눈 이들 자원의 수거도 현대차·기아가 돕는다. 대행사를 통해 수거해 폐기·재활용 업체로 운반해주는 것이다. 폐냉매는 전문 폐기업체로 보내고 철 스크랩은 제강사가 가져간다. ASR은 파쇄물 재활용 업체로 보내 열을 만드는 데 쓴다. 현대차는 2022년 한 해 동안 폐차 시 회수한 자원량은 약 19만9,000톤(t)이며, 폐차 한 대당 재활용률 91%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기준 전국 520여 개 폐차 업체 중 131개가 이 같은 현대차·기아의 '순환경제 선도를 위한 폐제품 재활용 생태계 구축' 사업에 힘을 보탠다고 한다. 현대차·기아는 이 사업에 한 해 3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폐 배터리로 ESS 만들어 전력 공급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의 폐 배터리 재사용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폐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소재로 재활용한 실증 사업이 성공했다. 2018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새로 지은 태양광발전소에서 만든 전력을 울산공장(2MWh급)과 협력사 OCI스페셜티 공주공장(300kWh급)의 폐 배터리 재활용 ESS에 저장했다가 2021년부터 외부 전력망에 공급 중이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폐 배터리 재제조에도 열심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현대글로비스와 손잡고 폐 배터리를 체계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운송 관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어 잔존 가치가 높은 폐 배터리는 현대모비스의 국내외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망을 거점으로 활용해 노후 전기차 및 수리용 배터리를 만드는 데 재사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아는 2022년 수명을 다한 전기차 쏘울 EV의 폐 배터리를 독일의 ESS 제조 스타트업 '앙코르(Encore)'에 납품하는 계약을 했다.
친환경 소재 신차 제작… 탄소배출량 줄이기
현대차·기아는 사탕수수 등 친환경 소재를 신차 제작에도 활용해왔다. 기아가 2014년 내놓은 전기차 쏘울 EV의 도어트림은 사탕수수와 목재 추출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것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다. 이 차의 실내 천장 마감재, 시트 커버, 플로어 매트 등도 사탕수수 바이오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섬유로 만들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는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그리고 운전석 모듈(크래시패드) 마감에 유채꽃,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함유된 페인트를 썼다. 실내 천장 마감재, 시트 커버, 플로어 매트, 플로어 카펫 등은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뽑아낸 바이오 PET 원사가 포함된 원단으로 만들었다.
기아의 전기차 EV6의 천연가죽 시트는 아마(亞麻) 씨앗 추출물을 활용한 친환경 공정을 거쳐 환경오염을 줄였다. 이 차의 도어 포켓과 플로어 매트도 폐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했다. EV6 한 대에 500㎖ 페트병 75개 분량의 친환경 소재가 들어있다.
폐차 소재 업사이클링, 의상패션 소품까지
현대차는 폐차 소재로 의상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사업 '리스타일(Re:Style)'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시트를 만들고 남은 가죽을 미국 패션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가 열다섯 벌의 의상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이 현대차 아이오닉 6의 바이오 플라스틱 스킨, 전동화 차량에 쓰인 와이퍼, 후미등, 안전띠 등을 가지고 옷을 만들었다. 기아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NGO) 오션클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버려진 채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수거해 차량 소재로 다시 쓰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한국 RE1001 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순환 경제에 힘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정의선 회장은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인류와 함께 지속 성장하기 위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자원 재활용 등 순환 경제를 활성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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