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미디어 대응'한다는 신생 매체, 여권 곳곳 '연결고리'

노지민 기자, 김예리 기자, 윤유경 기자 2024. 1. 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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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언론국민연대, 尹대통령 등 여권 지지 속에 '미디어X' 창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김예리 기자, 윤유경 기자]

전직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활동하는 신생 언론단체가 '좌파 미디어 대응'을 내걸고 언론매체 '미디어 X'를 창간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에 우호적인 기사들을 생산하고 있다. 현 정부 방송·통신 기구 곳곳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가 언론사를 표방하는 매체를 만들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이 이를 독려하고 있다.

▲공정언론국민연대가 창간한 미디어X 창립 기념 행사에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지난 9일 창간기념식에서 해당 매체 창간을 알렸다. 이날 행사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 축하가 잇따랐다. 미디어 X 기사를 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명의 화환과 함께 “공정언론구현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감시와 비평의 미디어 X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고 전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서면으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 때에 미디어 X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추적해 고발하는 어려운 역할에 앞장서 주신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기,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과 윤두현 의원(당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특위 위원장)은 축전 영상을 보냈다.

이처럼 여권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매체는 어떤 곳일까. 미디어 X는 홈페이지에서 “정치적 입장에 따른 편 가르기와 자본으로부터 오염, 자사 이기주의로 시청자와 독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방송·신문·인터넷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디어 감시 전문 매체”라며 “언론의 외피를 쓰고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과 편협한 이념에 치우친 사이비 미디어들을 추적해 추방시킬 것”이라 밝히고 있다.

▲2023년 3월30일 KBS PD 출신의 최철호 당시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가운데)가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KBS노동조합, MBC 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범시민사회단체 연합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질의응답에 참여하고 있다. 최철호 전 대표는 국민의힘 추천으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그러나 정작 해당 매체의 면면에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른 편 가르기'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과의 연결고리들이 확인된다.

미디어 X 법인명은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공언련으로 등록돼 있다. 공언련 홈페이지상 법인사업자는 공언련 사업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공미연)로 기재돼 있다. 공언련, 공미연, 미디어 X 모두 같은 주소지를 쓰고 있다.

이들 단체는 현재 방송통신심의 기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철호 전 공언련 공동대표는 지난해 재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국회의원 선거 관련 선거방송심의위원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 선방심의위에서 국민의힘이 최철호 전 공언련 대표를, 공언련이 시민단체 몫으로 권재홍 현 공언련 이사장을 추천했다.

공언련 상임고문인 김장겸 전 MBC 사장은 국민의힘에서 ICT미디어진흥특위, 포털TF 등을 거쳐 가짜뉴스괴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공정방송감시단 법률지원단 출신으로 공언련 발기인인 홍세욱 변호사는 국민권익위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공언련 운영위원회의 김백 위원은 이 단체 이사장 시절 KBS 경영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평가 보고서에 공언련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하려고 시도했던 인물이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연합뉴스

공언련, 공미연 등의 활동은 현 여권이 공영방송을 압박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됐다. 공미연은 지난해 '가짜뉴스 OUT 팩트체크' 모니터링 사업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3100만 원의 지원을 받았다. 여권 인사들은 MBC, KBS 등 시사프로그램 출연진이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공언련 자료를 꺼내 들었다. 여권 추천으로 위촉된 최철호 위원은 최근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저희 단체가 3년 동안 모니터링하면서 MBC에서 적어도 민주당에 비판적으로 할 수 있게끔 단어나 워딩(발언)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관련 단체 자료를 거론했다.

미디어 X의 경우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류 위원장 주변인의 민원이 아니라, 민원인 정보 유출이 문제라는 류 위원장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매체의 방통심의위 관련 기사엔 류 위원장을 추켜세우는 대목이 두드러진다. “압도적인 리더십을 가진 류 위원장의 방송 정상화 개혁 행보”나 “강력한 소신과 리더십을 갖춘 '류희림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방심위는 그간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판단력을 흐리는 가짜뉴스 근절 미디어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등의 표현이다.

“류 위원장의 등장이 총선 지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언론계의 기대도 쏟아진다”거나 “한 언론계 인사는 야권의 똘똘 뭉친 미디어 공격이 특정인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은 류 위원장이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라고 귀띔했다”며 류 위원장 존재감이 강하다는 내용도 있다.

▲2023년 5월 박성중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정언론국민연대 모니터 자료를 근거로 방미 기간중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들이 방미 성과를 폄훼하는 매국행위를 저질렀다며 민형사상 고발조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해당 매체에서 활동하는 현직 언론인들이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미디어X에서 연합뉴스 현직 기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바이라인'으로 기재된 기사들이 나온 사례가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의 한 직원은 노동조합 게시판에 “연합 고참 기자님께서 지난 9일 창간된 미디어X에 44건의 기사를 작성한 행위가 회사 사규에 위반될까”라고 물으며 “경영진 대부분이 이분과 입사 동기여서 혹시 봐주려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정확한 업무감사를 벌여서 진위를 파악해 이에 맞는 처분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사자인 황아무개 기자는 “글을 올린 것은 맞다. 다만 40건 넘게 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게 사규에 위반된다면 어떠한 징계라도 감내하겠다. 다만 근로 계약을 맺거나 돈을 받은 게 없는데 겸직 금지 위반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최근 관련 제보를 접수해 사측에 알렸고, 사측이 사규 등 규정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 발행인 및 편집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오정환 MBC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현직 MBC 기자로, 현재 안식년 중이다. 오정환 미디어 X 발행·편집인은 본인 겸직에 대해 “MBC 취업규칙은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함으로써 직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직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저는 현재 안식년 중으로 능률이 떨어지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칠 '직무'가 없다”며 “MBC는 과거 취업규칙에서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다 최승호 사장 시절인 2019년 2월 해당 규정에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직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라는 단서를 붙였다”고 했다.

미디어 X 활동이 공정언론 구현 감시 매체로서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미디어 X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로 미디어X는 공정 언론구현을 위한 미디어 감시 매체”라며 “정치적 입장에 따른 편 가르기와 자본으로부터 오염, 자사 이기주의로 시청자와 독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방송·신문·인터넷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디어 감시 전문 매체”라고 답했다.

※ 바로잡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첫 보도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의 이름을 잘못 표기했습니다. 류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는 '공정미디어연대'가 아닌 '미디어연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류 위원장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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