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홍삼 이제 ‘중고거래’ 가능?…품질 등 안전성 괜찮을까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재판매 허용 권고
소비자 편의성 높아지나, 품질관리와 안전성 등 우려도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홍삼’을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 현행법상 일반 식품으로 분류된 홍삼 제품은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홍삼은 중고거래가 불가능하다.

선물로 받은 홍삼·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의 품질 관리와 안전성 등의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대규모 영업이 아닌 소규모 개인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1분기 내로 개인간 거래 세부 허용 기준(거래횟수·금액)과 무신고 영업 등 일탈 행위를 감시·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1년 동안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기 위한 취지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의 개인간 거래는 불법이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하려면 영업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선물로 받은 홍삼·철분제·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인터넷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의약계와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이번 권고에 따라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잘못된 보관 방법과 유통 등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8월 규제심판부 주최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이미 업계 관계자들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약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안전성이다. 현행법상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업자는 매년 위생교육을 통해 제품별 적절한 보관 방법을 습득하고, 식약처의 준수사항에 맞춰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어진 캡슐의 경우, 더운 여름에 상온으로 보관하면 녹아버린다”며 “그래서 판매업자들은 매장에서 품질 관리를 철저하지만, 개인간 거래 시 품질 관리가 어려워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구제 절차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에서 식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에 대한 허위·과장광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약 개인간 판매까지 허용된다면 모니터링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며 “개인간 거래로 구매한 건강기능식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구제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산자단체들은 원재료의 신뢰도 하락 문제를 지적했다. 임연재 한국인삼경작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만약 소비자가 개인간 거래로 구매한 홍삼을 섭취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유통 문제가 아닌 제품 문제로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결국 인삼 원재료에 대한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 관계자는 “규제심판부의 권고에 따라 현실적인 대응방안과 세부 계획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