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사바하 감독 "전작과 비슷? 완전 달라요"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 새 영화
"전작과 정반대…안 보이는 걸 담으려 해"
최민식 "캐릭터 세상 대하는 태도에 반해"
김고은 "박정민 설득에 대본 읽어보게 돼"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등으로 한국형 오컬트 영화를 이끌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또 한 번 같은 장르물로 돌아온다. 다음 달 개봉하는 '파묘'다. 파묘(破墓)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낸다는 의미. 전작에서 김윤석·강동원, 이정재·박정민과 함께했던 장 감독은 이번엔 최민식과 손잡았다. 최민식이 오컬트 영화에 나오는 건 필모그래피 최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감독 또 한 번 오컬트로
"어렸을 때 시골에서 놀던 묘가 있었습니다. 고속도로가 생긴다고 해서 이장하는 걸 구경했죠. 오래된 무덤을 사람들이 직접 파고, 오래된 나무 관을 꺼내서 제사 지내는 걸 봤어요. 호기심이 생기면서 무섭기도 했습니다.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흙 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기억을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파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장 감독은 이 영화 출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는다. 최민식은 풍수사 '상덕'을, 유해진은 장의사 '영근'을, 김고은과 이도현은 각각 무당 '화림'과 '봉길'을 연기했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와는 다른 영화라는 걸 분명히 했다. 그는 "내게 비슷한 영화를 찍는다고 하는데, 나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임한다"며 "(내 영화가) 오컬트로 규정되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고 했다. 그는 전작에선 어떻게든 예쁘고 좋은 그림을 찍기 위해 한 컷 한 컷 공을 들였다면, '파묘'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과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또 비슷한 영화? 완전히 다른 영화다"
"촬영·조명·미술 등 모든 걸 전작과 정반대 스타일로 했습니다. 이 작품에선 그림을 찍는 게 아니라 배우들의 에너지, 공간의 에너지 같이 눈에 안 보이는 걸 담고 싶었던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찍어야 하는 불확실성이 힘들더라고요. 그런 기운 같은 건 영화에 음악까지 붙여봤을 때 느껴지는 거니까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을 해봐야 했거든요. 너무 어려워서 다음 번엔 이런 식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이 장르에 천착하고 보이지 않는 걸 담아내려는 이유에 대해서 장 감독은 "인간의 다른 모습을 파고 들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계속 몰입하려는 건 나이가 들고 세상을 살다 보니까 요즘 모든 게 다 숫자로 이뤄져 있더라. 세상 모든 게 합리주의와 어떤 계산으로 기계처럼 흘러간다고 느낀다"며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무속 신앙, 종교적인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많이 잃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혼연일체 최민식, 중독된 유해진
이번 작품은 화려한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등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파묘'에서 볼 수 있다. 최민식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반평생 그 일로 먹고 산 사람이 땅을 대하는 태도, 땅에 대한 자기 나름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명확한 사람인 게 맘에 들었다"며 "땅에 대한 가치와 고귀함, 그것을 유지하는 그런 마음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최민식에 대해 "선배님은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하나가 된다. 선배님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김상덕이라는 캐릭터가 땅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유해진에 대해서는 "중독됐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류승완 감독과 최동훈 감독이 유해진 선배와 작업을 하면 중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며 "관개과 가장 가까이서 관객을 안내해주는 캐릭터를 맡아 정확하게 연기해줬다"고 평했다.
◇박정민이 설득한 김고은
배우 김고은은 장 감독 전작에 나온 배우 박정민의 설득에 '파묘'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김고은이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을 찍고 있을 당시 박정민에게 전화가 왔고, '파묘' 대본을 꼭 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정민은 "네가 그 대본을 거절할까봐 미리 연락을 한 거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사바하' 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인간으로도 너무 사랑한다며 몇 십 분 동안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최민식은 김고은의 굿 연기를 보고 "투잡을 뛰게 될까봐 걱정했다"며 "김고은 배우의 굿 장면이 이 영화 백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도현이 연기한 봉길은 김고은이 맡은 화림의 제자다. 봉길은 화림의 보디가드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입대를 해서 이날 참석하지 못한 이도현은 미리 녹화한 영상을 통해 "봉길은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MZ 무속인"이라고 소개했다.
'파묘'는 2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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