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에 K주식은 왜 요동쳤나…수니·시아파 갈등의 나비효과
하마스 기습전 뒤에 시아파 맹주 이란
공격 가담 헤즈볼라·후티도 이란의 첨병
수니파 사우디와 UAE는 긴장
K방산 협력 확대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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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는 무려 1450만명에 달합니다. 갓난아기를 포함한 인구 5174만명의 28%에 달합니다. 열의 셋 가까이는 주식 투자를 한다는 얘기입니다.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선거든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공매도 제한 등 주식 관련 공약과 정책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대한 정보는 불만스럽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선 장마철 홍수처럼 온갖 정보가 쏟아집니다만, 정보 가뭄인 분야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석 달 간 한국 주식 시장에서 ‘하마스 테마주’가 왜 생겼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 기습 공격을 가했는데 왜 한국 일부 주식 종목이 폭등했느냐는 것입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황(戰況)에 따라 주가가 폭등과 급락을 수주에 걸쳐 요동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하마스는 이역만리 가자(Gaza) 지구(地區)를 장악·통치하는 무장단체 겸 팔레스타인 정치 세력입니다. 팔레스타인은 이른바 ‘자치 정부’라는 준(準) 국가 조직인데 이 자치정부의 권력을 쥔 정치 세력은 파타(Fatah)입니다. 하마스는 파타의 경쟁자로 팔레스타인에서도 야권 세력인 것입니다.
국가도 아닌 팔레스타인의 준군사·정치 조직인 하마스의 대(對)이스라엘 기습전에 우리 주식 시장이 그중에서도 방산(防産) 주식이 수주 간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그간 한국 방산 주식을 흔드는 외생 요소는 북한 도발이 사실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우물 밖[外] 이야기[說]를 전해 드리는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外說)’이 하마스 사태와 한국 주식 시장의 상관관계를 파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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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방산업체 A사 종목은 하마스 기습 소식이 타전되자 곧장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 외 몇몇 방산 주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고 전쟁이 확전 일로에 놓이자 해당 종목들은 더 튀어 올랐지요.
신기한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근거 없이 주가를 띄웠다가 빠지는 이른바 ‘주가조작 세력’이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스레터 외설 구독자님들은 지난해 11월 뉴스레터를 통해 주가조작 세력을 분석한 외서(外書) ‘트렌도크러시(Trendocracy)’의 핵심 내용을 접하셨습니다. 각종 수법이 소개됐는데요, 세력들이 그런 방법을 통해 시장을 교란했을 수 있습니다.
트렌도크런시에서 저자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다, 있는 것을 감안하고 항상 투자할 것을 조언했는데요. 바꿔말하면 설사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다 하더라도 나름의 주가 변동 요인이 있을 테니 그것을 냉철하게 분석해 투자하라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순방 직전 방산 주가조작? 개미 탐욕 자극해 돈 버는 그들
그렇다면 하마스와 한국 방산 주식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주식 투자를 권하거나 투자하시는데 참고 정보를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사례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복잡한 세력 관계 등 지정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구의 ‘쓰리 쿠션’을 생각하면 하마스와 한국 주식 시장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한두 다리 건너면 연관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하마스의 기습전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마스가 이란의 도움을 받아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벌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사태 직후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한 무장 단체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레바논 남부 지역을 장악한 ‘헤즈볼라(Hezbollah)’입니다. 그런데 이 헤즈볼라도 이란과 직결돼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첨병(尖兵)’, ‘대리인’이나 ‘프락시(proxy)’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저는 5년여전 레바논 헤즈볼라 점령 지역을 취재하면서 헤즈볼라 대원들을 만나고 이들 지역 구석구석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인상 깊었던 것은 레바논 3대 세력인 헤즈볼라 점령지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대형 인물화와 사진이 쫙 깔렸었다는 점입니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이자 신정(神政) 국가인 이란이 헤즈볼라의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입니다. 중간 정리하면,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헤즈볼라 모두 이란과 가깝고 이번 공격도 이란과 직결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란은 K 방산, k 무기와 무슨 상관일까요?
이란은 이스라엘과도 원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원수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긴 했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양국은 단교상태로 지내왔다는 얘기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양국은 2016년 수교 관계를 끊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시 이란이 추앙하는 시아파 성직자를 잡아다가 테러 혐의로 사형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이란 정부가 ‘선전포고’라고 할 정도로 반발했고, 이란 시위대가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찾아가 불을 지르며 공격했습니다. 이런 사태로 단교했던 거죠.
그러다 7년 만에 중국 중재로 관계를 2023년 다시 맺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건 양국은 기본적으로 견원지간이라는 것입니다.
둘이 원수가 된 데는 종교적 그리고 지정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로 양분되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를 대표합니다.
그런데 수니파는 7세기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가 사망하자 후계자를 무함마드의 정치적 동지이자 장인인 아부 바크르로 세우고자 했습니다.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위이자 사촌인 알리를 후계자로 세우려 했습니다. 이런 후계자 선정 방법을 놓고 수니와 시아는 서로 죽고 죽이면서 원수가 됐습니다.
더불어 중동 지역의 대국으로서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지정학적 상황도 두 나라를 경쟁하고 싸우게 하였지요.
양국은 자국 여론이 경제난 등으로 악화하면 괜히 상대 측과 티격태격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데 서로 이용한다는 것이죠. 적대적 공존과 같은 관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인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사우디아라비아는 K 방산·무기 주요 수입국이라는 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한국 ‘천무’ 다연장로켓(MLRS)이 배치돼 있지요. 지난해 4월 사우디 국방부는 “사우디 군 주요 지휘관이 지난달 31일 접경 지역 최전방 부대를 방문했다”면서 천무가 부대에 배치된 사진과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에는 파이야드 빈 하메드 알루와일리 총참모장이 예멘 접경 지역 부대를 방문해 천무 MLRS 2문을 배경으로 부대 참모들로부터 보고받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하마스의 도발은 이란의 도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상황에 긴장감을 줘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는 한국 방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의 안보가 위급해지고 이에 K 무기를 대량 도입해 K 방산의 수요가 급증, K 방산업체의 주가도 덩달아 올라가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한 헤즈볼라의 도발도 이란과 연계된 것이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한층 긴장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K방산의 대중동 수출도 늘어날 개연성이 커집니다.
한국 방산주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인데요. 하마스 사태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사우디아라비아 못지않게 어찌 보면 더 큰 영향을 받는 나라가 UAE입니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나라가 작고 인구도 적은데요, UAE는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후티’의 미사일 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후티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으로 이란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UAE는 헤즈볼라와 같이 이란의 조종을 받는 무장단체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무기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런 UAE의 연 국방비는 무려 200억 달러(26조원)에 달합니다. UAE는 특히 후티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공 무기가 절실한데요. 2022년 35억 달러(4조 7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지대공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UAE를 방문하기도 했지요.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후티와 이란의 군사 활동은 사우디아라비아·UAE의 K방산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중동의 무기 커넥션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미번역 외서를 해제하는 국내 유일의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은 다음 레터에서 미국 국방정보국 (Defense Intelligence Agency) 정보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벡톨 박사가 쓴 ‘북한의 대중동·아프리카 무기 확산(NORTH KOREAN MILITARY PROLIFERATION IN THE MIDDLE EAST AND AFRICA)’을 심층적으로 소개 해 드릴 계획입니다. 제가 중동 지역에서 북한과 관련해 취재한 내용도 더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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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외설’ 보기
▲리커창의 의문사… 후진타오 끌려가던 날 ‘빨간 서류’는 예고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1/10/OHRHHTWNBFBHPODCMPPYQI7GEU/
▲하마스는 ‘이집트판 주사파’의 팔레스타인 ‘프락치’였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3/11/14/XCQXI72HXND67CEHIH6P7VB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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