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백사장2’의 청년 포차 전략, “차라리 네 색깔로 가”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백종원은 어떤 한식 불모지에 떨어뜨려 놓아도 주어진 장사 몫을 해내고 말 천재라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즈음 무엇인가 신선한 종류의 자극이 필요했을까. 업종을 망라하고 모든 자영업자의 마음 한구석, 실질적인 멘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답게, 어떻게든 헤쳐 나갈 백종원의 모험도 좋지만, 그의 영향권 아래 있긴 하나 자신만의 방식을 보여줄, 또 다른 누군가의 도전기도 함께 보고 싶었나 보다.
지난 14일 방영된 tvN ‘장사천재 백사장2’(이하 ‘백사장2’) 11회는 앞선 이야기들과 조금 다른 종류의 특별함이 있었다. 이장우와 존박, 이규형이 반주(해당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에 연 식당 명칭) 2호점을 맡으면서, 백종원이 있었을 때와 또 다른, 색다른 풍의 모양새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37세 다운 젊은 패기로 술과 어울릴 만한 한국식 안주들, 해산물이 특히나 좋은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활용하여, 문어숙회와 오징어무침, 어묵탕에 오늘의 젊은 한국인들에게 영혼의 간식이기도 한 소떡소떡까지, 포차의 분위기를 한껏 달구어 놓은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저 주재료인 해산물에 맞추어 선정된 메뉴일 뿐인데 백종원의 것이 포괄적이었다면 세 청년의 것이 좀 더 젊은 취향을 압축한 느낌을 안겼다.
백종원에게 파생되어 나왔지만 이날만큼은 영락없이, 청년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청년 포차’였던 게다. 어쩌면 백종원이 내는 맛과는 전혀 다른 멋으로, 이들의 존재 자체가 해당 포차의 멋과 맛이 된 결과라 볼 수 있겠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례가, 전날보다 매출이 부진해 보이자 이장우와 존박, 이규형이 비장의 카드로 꺼내든 ‘소맥’ 퍼포먼스다. 한국의 회식 자리에서 주로 목격할 수 있는 장면으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았을, 생소해서 신기하고, 그래서 재미있을 오락거리임이 분명했다.
당연히 제대로 먹혔다. 가게 안에서 이를 직관하는 사람들의 환호성으로, 기분 좋은 소음이 여기저기 울려 퍼지며 손님들이 연달아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손님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운영 방식을 가지는 까닭에 단골 유치가 주요 관건이 되는 상권에 위치한 반주 2호점에, 더없이 알맞은 퍼포먼스였다. 특히 익히 소주와 소맥을 알고 한 번쯤 접해보고 싶었던 외국인들에겐 아주 흡족한 경험이 되었으리라.
제대로 먹힌 건,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백사장’ 시리즈를 보며 얻는 재미의 종류는, 마치 특출난 개인의 능력치로 주어진 어떤 어려운 임무를 어떤 어려운 장애물에도 결국 달성하고 세계를 구하고 말 히어로물의 것과 비슷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라고 친다면 이장우와 존박, 이규형이 꾸려가는 반주 2호점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백종원의 반주를 보다가 보는 그들의 반주 이야기는 좀 더 키치하며 유쾌하고 엉뚱하여, ‘어벤져스’를 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마주했을 때와 유사한 형태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할까.
“셰프를 영입할 때는 뭔가 색깔을 바꾸려고 하는 거지, 그러니까 차라리 네 색깔로 가”
하지만 이 또한 백종원의 놀라운 선구안일 수 있다는 사실. 이장우와 존박, 이규형을 반주 2호점으로 보내며, 백종원은 자신이 팔았던 것과 동일하게 가려는 이장우에게 한 식당의 셰프를 바꾼다는 건 음식의 코스, 메뉴를 바꾼다는 뜻이라고 단칼에 거부한다. 이장우만의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매장의 색깔, 분위기를 바꾸어 보라는 소리다. 이 무언의 허락이 있었기에 이장우는 존박, 이규형과 함께 청년 창업자로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었고.
그리고 이 맥락이, 이제 일정한 모양새의 재미를 획득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백사장2’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 것이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애플사를 창립한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원할 만한 것을 미리 캐치한 선구안이든, 뒷걸음질 치다 잡은 쥐이든 또 하나의 비옥한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백사장’ 시리즈를 보는 이들의 즐거움은 당분간 사그라들 일은 없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장사천재 백사장2‘]
백사장2 | 장사천재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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