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수형인 형사보상금 축소…4‧3유가족 "불평등 씁쓸"

법원, 이전과 다르게 '하루 최저임금 1.5배'로 축소 결정…유가족 항고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제주4·3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금이 이전과 다르게 축소 결정돼 유가족과 4·3 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법원에 부당하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제주4·3도민연대와 4·3기념사업위원회는 17일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은 형사보상금 축소로 새로운 분란을 만들지 말고 4·3 역사적 해결에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원은 최저임금의 5배를 인용했던 이전의 형사보상 결정과 1.5배로 축소한 이번 결정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어떤 점이 작용했는지 명백히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8일 제주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재작년 3월과 10월 각각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4·3수형인 고(故) 고윤섭 씨와 고(故) 이대성 씨에 대해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형사보상'은 선량한 국민이 누명을 쓰고 실형을 살았을 때 그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다.

이전까지 4·3수형인에 대해서는 하루 최저임금의 5배에 구금일수를 곱해 적용했다. 형사보상 관련 시행령상 하루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적용할 수 있는데, 최대치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고윤섭 씨와 이대성 씨의 경우 하루 최저임금의 5배가 아닌 1.5배만 적용됐다.

법원은 보상금 결정 이유로 "구금의 종류와 기간의 장단, 구금기간 중에 입은 정신적 고통, 국가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 등을 고려했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는 "수형 기간이 길고 짧음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지는 것은 수준 낮은 이해다. 수형 생활 이후 '빨갱이' 낙인에 취업도 안 되고 큰 고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4·3은 더디지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길을 걷고 있다. 과거사 해결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법원이 형사보상금을 축소 결정한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故) 이대성 씨의 아들 이기탁(65)씨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들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을 보면서 모순된 부분이 많다. 명예회복은 됐지만, 불평등해 씁쓸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4·3도민연대와 유가족은 이번 형사보상 결정에 불복하고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고 이윤섭 씨와 고 이대성 씨는 70여 년 전 4·3 광풍 당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15년을 받고 대구형무소와 전주형무소 등지에서 수형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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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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