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어진 제약·바이오 빅딜…주가 '승자의 저주' 빠지나

홍재영 기자 2024. 1. 17. 13: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포인트]
연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업 통합과 인수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대규모 빅딜은 시장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점, 자금이 신규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서로 시너지가 나지 않는 '잘못된 만남' 일 경우 오히려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인해 양측 모두 본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종(異種)간 결합 이어진 제약·바이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각을 통해 최대주주가 제과기업 오리온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약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확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오리온 홍콩 자회사를 통해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등이 가진 주식 140만주(3.85%)를 매입하고 4698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21.88%)로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11시45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레고켐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350원(4.50%) 내린 4만9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전날에도 4.74% 내렸다.

이번 인수를 둘러싸고 시장에서는 투자 단가가 기대 이하였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오리온은 전체 물량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796만주(지분율 21.88%) 가량을 기준가액보다 5% 할증해 약 4698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여기서 5%의 프리미엄이 증권업계의 시각에서는 시장수익률 수준이어서 높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치를 낮게 인정받은 것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OCI홀딩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통해 그룹 통합에 나선 한미약품그룹도 경영권 분쟁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12%대 급락하고 있다. 전날에는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주가가 널뛰기 중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이번 기업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그룹 통합 무효를 주장하며 지분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비만치료제 연구에서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본업 가치의 재평가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OCI도 급작스런 한미약품과의 통합 소식이 본업 가치나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지 않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10%에 따른 지분 희석 문제가 있고, 단기간 안에 이종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및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과거 국내 화학산업 내 (사업영역) 확장 사례에서 간혹 실패한 경우가 있기에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날 OCI는 장 중 52주 신저가인 9만5400원까지 하락했다. OCI홀딩스도 3%대 하락하고 있다.
본업 가치 놓칠라…시너지 효과 의문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증권가에서는 비(非)바이오 기업의 바이오 기업 인수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한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는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에서는 주로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M&A(인수·합병)의 주체가 되는데, 이종간의 결합 시너지 효과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오리온의 경우 2020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2022년 11월에는 그룹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 산하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비 바이오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 속 본업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와 관련해 "제과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이라는 투자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며 "오리온이 향후 레고켐바이오의 손익을 '연결 회계'로 처리할 경우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10% 이상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이날 오리온 주가는 현재 5%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17.51% 급락한데 이어 이틀째 약세다. 오리온홀딩스도 전날 장중 1만3090원까지 내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한데 이어 이날도 소폭 약세다. OCI도 이날 장 중 52주 신저가인 9만5400원까지 하락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