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던 '주적(敵) 레토릭'...남북관계 지난 30여 년 [앵커리포트]
[앵커]
남북 사이에 연일 날 선 발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남한은 제1 적대국"이라 밝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은 반민족적"이라는 말로 맞받아쳤습니다.
그간 남북이 서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위기와 평화 무드가 180도 바뀌기도 했습니다.
30여 년 전, 처음으로 화해와 협력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던 남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했던 관계가 한순간에 뒤틀린 건 불과 3년 뒤입니다.
실무접촉 도중 북한 측이 "서울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표현을 내놓은 건데요.
1년 뒤 우리 국방백서엔 '북한군은 주적'이란 표현이 처음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북한은 기록 영화 등을 통해 "우리 민족", "자주 통일"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요.
이어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방백서에 담겼던 '주적' 표현을 빼고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 위협' 정도로 표현 수위를 완화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유지됐던 평화 무드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으로 깨졌는데요.
북한은 다시 '적'으로 규정되고 맙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로 넘어오며 또다시 180도 달라져
'주권/국토 등을 위협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는 표현으로 수위를 낮춰 씁니다.
북한도 화답했습니다.
당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중에 "미국과 남조선은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표현도 나왔죠.
이 적 개념,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대선후보와 당선인 시절이던 2022년, "북한은 주적"이란 표현을 거듭 강조했죠.
김여정 부부장 또한 "(남조선은) 우리의 불법 주적"이라며 도발하기도 했는데요.
그나마 발언을 자제해오던 김정은 위원장 또한
최근 "제1의 적대국"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북한은 반민족적"이라 맞받아쳤죠.
올해 발간될 국방백서엔 어떤 표현이 담길지 주목되는 한편,
고조된 안보 위협 속에 잇따르는 무력 도발이, 자칫 불가피한 대형 충돌사태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YTN 박희재 (parkhj02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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