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천만 배우? 다시 바닥부터…트렌드 따르기 싫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1.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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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스틸

원조 꽃미남 스타 정우성(50)이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지천명(知天命)을 맞이, 인생 제2막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가장 활약한 스타를 꼽자면 단연 정우성이다. 그는 뜨거운 의리로 '웅남이'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 등 세 편의 영화에 특별출연하고, '보호자'로 영화감독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여기에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 역할을 맞춤옷처럼 소화, 연기 인생에 방점을 찍기까지 했다. 지난 1994년 배우의 길에 들어선 뒤 무려 30년 만에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것. 이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영화 '비트'(1997)의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협업으로 이뤄낸 값진 업적으로 뜻깊은 의미를 더했다.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 수 1,282만 명을 돌파하고 역대 전체 박스오피스 10위에 등극했다.  개봉 두 달 여가 된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머물며 장기 흥행 중이다. 

특히 정우성은 총 232회의 무대인사를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개근'한 바, 영화와 관객들에 진심인 태도로 '서울의 봄' 롱런에 크게 일조했다. 15일 1000만 달성 감사 행사, 마지막 무대인사까지 모두 참석한 정우성은 16일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하진 않지만 제가 역대 최대 참석자이지 않을까 싶다. 원래도 무대인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이전 최대 기록도 아마 저일 것 같다"라고 남다른 팬 사랑을 과시했다.

작년 11월 22일 개봉 직후부터 새해까지 뜨겁게 이어진 '서울의 봄' 흥행 신드롬. 이에 관해 정우성은 "이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몰랐다. 시대가 선택을 해준 거라는 생각이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남겼다.

/사진=영화 '서울의 봄' 스틸

마침내 획득한 '1000만 배우' 수식어에 대해선 어떤 마음일까. 정우성은 "마지막 감사 무대인사를 돌면서 웃음을 드리려 농담으로, '새내기 1000만 배우입니다' 하며 인사를 드렸었다. 근데 제가 1000만 한 게 아니라 이 영화가 1000만 했다. 정말 감사하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는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라며 초심을 되새겼다.

'청담 부부'로 불릴 정도로 절친인 이정재의 반응도 전했다. 정우성은 "축하해 주면서 '마지막 1000만 배우가 되면 안 되는데' 그런 말을 해주더라"라고 떠올렸다. 충무로 침체기를 염두에 둔 천생 영화인들다운 대화를 들려줬다.

정우성은 "모든 작품에 개인적인 의미, 바람을 얹어 이를 실을 수는 있어도, 결과를 목표로 할 수는 없다. 결과가 좋기에 바람이 전달되고 부여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서울의 봄'처럼 이렇게 같이 평가되는 건 굉장히 큰 행운이라는 거다. 많은 배우와 협업을 했고 1,000만 작품이 되었을 때 감사함이 있지만 '나도 1000만 배우다' 이런 즐거움은 없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단단한 내면을 엿보게 했다.

/사진=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스틸

11년 만에 선보인 멜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역시,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작품성에 의의를 둔 선택이었다. 지니TV·ENA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지난 1995년 방영된 동명의 일본 드라마(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를 원작으로 한 작품. 정우성이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판권을 구매, 주연 차진우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정우성은 청각장애인 화가로 분해 처음으로 수어 연기에 도전하여 놀라운 변신을 보여줬다. 농익은 눈빛과 진정성 있는 열연이 빛을 발하며, 대사 한마디 없이도 16부작의 긴 서사를 이끌었다. 정모은 역의 신현빈과는 절절한 케미를 형성, 소리 없는 사랑으로 결이 다른 K-멜로물을 쓰며 호평 속 16일 막을 내렸다. 

비록 1%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안방극장에 잔잔하지만 깊은 파동을 일으킨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에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대한 뿌듯함은 더 크다.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호응이,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게 느껴져서 다행스럽고 감사하고 뿌듯하다"라고 화답했다.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 또한 '서울의 봄'과 마찬가지로 "시대가 허락한 작품"이라며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가 방영되기까지 강산이 변하고,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 정우성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시대가 받아들여줘서 가능했다. 14년 전 처음 제작이 논의될 땐, 농인 차진우가 3회부터 말이 트게 바꾸자 해서 안 한다고 했다"라고 올곧은 작품관을 드러냈다.

또한 정우성은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작품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고 쏠림 현상이 있기에 누군가는 그 반대 급부를 그리워하고 찾을 거라는 것, 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요새 무슨 콘텐츠든 빨리 돌려보려 하지 않나. 근데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그러지 못하는 드라마다. '시작과 결말만 알면 돼' 이런 요구가 나오는 사회인 것 같은데 그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 생각을 줄여서 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동료 배우의 도움, 연출자의 도움이 가장 중요했는데 그들도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방향이 맞다고 믿어줬다. 그리고 스태프들의 지지 덕에 결국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신현빈이 아니었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신현빈이 저에 대한 큰 신뢰를 보여줬고 이 드라마에 내포되어 있는 주제, 이해의 깊이가 굉장히 컸다. 또 그것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어울리냐, 안 어울리냐의 고민도 계속해 줬다. 자극적이고 재밌는 요소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고민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해줘'스럽냐 아니냐에 관한 회의들을 함께 많이 했다"라고 공을 돌렸다.

차진우와 정모은을 통해 정우성은 단순히 사랑을 넘어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라는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우리는 어떤 관념에 대한 하나의 판타지만이 아름다운 사랑이라 상상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생산하지 않나. 물론, 그런 예쁜 사랑도 존재하겠지만 판타지보다 인간 대 인간의 입장으로서 자기감정에 충실한 두 존재가 함께 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작용까지도 그리고 싶었다. 그게 답답함일 수도 있고 불편함일 수도 있고. 실제 생활에서 불거지는 돌출된 상황,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으면서 생기는 관계의 변화를 담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우성은 "처음에 대본 회의를 할 땐 사건이 부족하다, 뭘 더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실생황에서 관계를 맺고 힘들어하고 그러다 인정하고 이해하고 이런 게 다 사건이지 않나. 그걸로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봤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이러한 무게, 사유의 깊이를 담고자 했기 때문에 갑자기 진우와 모은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악인을 등장시킨다거나 이런 게 다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갈등과 고민은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와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드라마가 오히려 더 무겁더라도 시청자분들이 집중하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던 거다"라고 확신을 전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반응만큼은 불호 없이 극찬이 쏟아진 바. 이에 정우성은 저조한 시청률에 아쉬워하기보다 "소유냐, 소비냐의 차이인 거 같다. 소비하고 빨리 잊히는 드라마가 되느냐, 아니면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느냐. 저는 당연히 후자를 선호하는 성향이다. 물론,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가 주는 에너지도 있다. 그건 그거대로 가치가 있는 거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이런 드라마 대로 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밸런스 있게 편중되지 않은 그런 문화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러니 정우성 표 멜로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2004년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11년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 등에 이어 레전드 멜로작을 경신한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기존 멜로물들을 보면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팀장님과의 멜로만 왜 저렇게 많을까 싶었다. 그런 의문에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빠담빠담',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선택한 것이었다. 제가 주류, 트렌드 안에 머무르기 싫어하는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 이런 제 밑바닥에 있는 정서 때문에 용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어떤 도전을 해야겠다는 목적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는데 되돌아보면 나에게 주어진 수식어를 끊임없이 벗어던지는 선택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저 친구는 도전을 하는구나' 하는 인정이 따른 거 같다. 그런 선택들, 그건 그냥 제 성향이 그랬던 거다"라고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감을 높였다.

어느덧 활동 31년 차, 50대를 맞이한 소감에 대해선 "지치지 않고 잘 버텼다 싶다.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결국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 생각이다. 경쟁 상대가 있는 게 아니라 나와의 경쟁이다. 나한테 지치지 않았고, 사회 혹은 팬 어떤 대상을 놓고 버텼다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에 대한 버팀을 잘 해냈다고 느낀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수어 연기를 끝마친 소회는 어떨까. 정우성은 "너무 어려웠다.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다. 수어라는 언어가 처음 접근할 때는 비슷한 동작이 많고 손 위치, 방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서 어려웠는데 무척 매력이 있더라. 연기를 위해 급하게 외우고 기억이 휘발되어 금방 사라지긴 했으나 매력 있는 언어의 맛을 봐서 수어를 좀 더 기억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얘기했다.

멜로 복귀작 부담감에 금주까지 하며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뛰어들었던 정우성은 이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는 "그간 인간들끼리 부대끼면서 스트레스를 표현해야 하는 삶을 연기하다 보니 얼굴에 피로감이 녹아 있었다. 실질적으로 누적된 피로감도 있었고. 진우로서 첫 촬영 날 얼굴에 피로감이 잔뜩 실려 있는 걸 보고 형용할 수 없는 부담감이 몰려왔고, 정말 큰일 났다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금주'였다(웃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좀 덜어지긴 했는데 이 누적된 피로는 풀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 계획을 안 세우고 있다. 시간을 두고 그동안 쌓인 피로감을 얼굴에서 좀 거둬내려 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정우성은 '서울의 봄'으로 '잘생김'이 새삼 주목을 받으며 "결혼해달라"라는 MZ세대 팬들에게 "정신 차려라 얘들아"라는 유쾌한 입담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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