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체험적 영화 만들려 해. 너무 힘들어 다시 하고 싶지 않다"
17일 오전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는 영화 '파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현 감독,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재현 감독은 "미국에 있는 수상한 집안의 이장 의뢰를 받고 주인공들이 파묘하면서 일어나는 오컬트 미스테리"라고 영화 '파묘'를 소개했다.
오컬트 장르에서 최민식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며 캐스팅 이유를 설명한 장재현 감독은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보시고 하나가 되시더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캐릭터와 비슷한 혼현일치가 되더라.
장재현 감독은 "어릴때 시골에서 매일 밟고 올라가서 놀던 묘를 이장하는 걸 구경한 적이 있다. 100년도 넘은 무덤을 사람들이 직접 팠는데 그때의 흙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었는데 제가 관을 참 너무 좋아하고 관 패티쉬가 있는 것 같더라. 관 장면을 찍으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라며 어릴 적 기억이 이 영화의 시작이 되었음을 알렸다.
그러며 "종교에 관한 영화는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파묘' 만의 특징은, 이 영화를 만들때 코로나 시기였다. 당시 마스크를 쓰고 극장가서 영화를 볼때 왜 이렇게 힘들게 영화관을 와야 하냐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꼭 영화관에 와서 봐야 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플하고 직관적이고 체험적인걸 최대한 담아서 영화적이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기존 작품과 어떻게 차별점이 있는지를 밝혔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에도 도전했다는 장재현 감독은 "유해진과는 서로 개그만 많이 주고 받았다. 이미 유해진은 오랫동안 연기를 하셔서 알아서 다 하셔서 의존하면서 촬영했다."며 장의사 역할이었던 유해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재현 감독은 "산꼭대기에 있는 묘인데 로드뷰를 보며 각종 산의 묘들을 봤다. 평범한 묘인데 이상하게 스산하고 기분이 안 좋은 묘를 구현하고 싶었다. 산꼭대기 묘를 한달 가까이 찍어야 하는데 실제 산을 가면 힘들어서 오픈 세트를 지어서 나무도 심고 최대한 진짜같이 만들려고 풀도 계절에 맞게 세팅했다"며 리얼한 공간을 위해 현장을 세트로 만들었음을 설명했다.
그러며 "전작과 정 반대 스타일로 작업했다. 전작은 어떻게든 예쁘게 찍고 좋은 그림 찍으려 한 컷 한 컷 공들였는데 이번에는 뭔가 안보이는 걸 담고 싶었다. 어떤 기운이 담겨야 하고 배우들의 에너지가 담겨야 하고 기세가 왔다갔다 하는게 합쳐졌을때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이 아닌 배우와 공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찍기 위해 현장에서는 불확실성때문에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베테랑 배우들이 80% 이상 몫을 해주셔서 저를 도와주셨다."며 이번 작품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음을 고백했다.
장재현 감독은 "저도 정답이 헷갈리면 처음으로 배우들에게 잘 모르겠으니 회의를 해보자고도 했다. 체면 안 차리고 기대며 작업을 해서 많이 웃었던 현장이었다."라고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재현 감독은 "이 역할은 쉬운 역할이 아니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후반부로 갈수록 힘든 역할. 김고은을 '사바하' 뒷풀이장에서 저 말리서 몰래 봤다. 그 한컷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박정민 배우에게 계속 물어봤다. 크리스찬으로 알고 있는데 무당 역할을 줘야 해서 박정민에게 고기를 많이 사줬다. 캐스팅 되고 난 뒤에 박정민이 바빠서 연락이 잘 안되더라."라며 김고은을 무당으로 캐스팅했던 이유와 과정을 밝혔다.
오컬트 장르의 장인으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은 "이런 장르는 현실 판타지다. cg를 하면 돈도 많이 드는데, 현실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cg를 하게 되면 너무 많은 cg를 해야 한다. 미묘한 실제감이 영화의 생명이라 생각한다. 배우들도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하거나 가상의 뭔가를 두고 연기하는 것 보다 실제로 보여주고 연기를 담는게 최대한 감독으로의 예의라 생각한다."라며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만들며 어떤 기준과 생각으로 만드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몰입하는 이유는 세상을 살다보니 요즘 모든 것들이 다 숫자로 이뤄져 있고 모든게 합리주의, 계산으로 기계 같이 흘러가는 것 같더라. 사람은 그게 진짜든 아니든 오늘도 저를 위해 새벽기도를 가시는 부모님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제가 기독교인이지만 무속신상, 종교적,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많이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르가 아닌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려고 파고 드는 것 같다."라며 오컬트 장르를 계속해서 하게 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감독은 "'사바하' 할때 친하게 지냈던 전직 무속인 중 하나가 대학교때 야구선수를 하다가 신내림을 받았다. 그분이 너무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온 몸을 자기를 보호하는 글로 문신을 한 걸 봤다. 그 분을 보고 이도현이 연기한 봉길 캐릭터를 잡았다."며 군에 가 있는 이도현이 연기한 캐릭터의 전사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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