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차린 상"…오컬트 외길 장재현 감독의 야심작 '파묘' [종합]

우다빈 2024. 1. 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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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제작보고회 
'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신작 
최민식의 첫 오컬트 장르 도전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공간에 있는 배우들의 아우라와 에너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제가 했던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입니다." 영화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 등 오컬트 장르의 대가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이 신작 '파묘'로 돌아왔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등 베테랑 배우들을 등에 업고 치열한 사투를 예고했다. 또 이도현이 장재현 감독의 든든한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17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는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장재현 감독을 비롯해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이 참석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등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인 만큼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이 크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최민식이 밝힌 오컬트 장르의 매력

배우 최민식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먼저 최민식은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 땅을 찾는 풍수사 상덕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드라마 '카지노'를 비롯해 영화 '명량'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악마를 보았다' 등 굵직한 작품에서 한 인물의 인생이 묻어나오는 연기를 펼친 그의 또 다른 변신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최민식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반평생을 풍수와 함께 살았던 사람이다. 이 영화를 제안받았을 때 이 캐릭터가 땅에 대한 태도, 가치관, 세계관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점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최민식 선배님은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보시고 하나가 됐다. 최민식 선배님이 세상,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인물의 태도와 비슷해서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라고 짚었다.

최민식은 오컬트 장르를 소화한 소감에 대해서 "실제로 무서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의 전작들을 너무 잘 봤다. 호기심이 있었지만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장재현 감독이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으로, 또 아주 영화적으로 조각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아주 든든하다. 배우들이 의지할 곳은 감독밖에 없다. 사령관이 든든히 지휘하니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다"라고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고은이 고백한 캐스팅 비하인드

배우 최민식(왼쪽부터), 김고은, 유해진, 장재현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영화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영웅', 드라마 '작은 아씨들'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도깨비' 등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사랑받아 온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았다. 김고은은 실제로 무속인에게 직접 연락을 하면서 전문성 있는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김고은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직업적 특성과 퍼포먼스들이 어설퍼 보여선 안 된다는 강박이 강했다. 젊은 무당이지만 전문적인 설정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중점을 뒀던 부분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김고은이 캐스팅된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김고은은 "'유미의 세포들'을 촬영 중인데 박정민이 '파묘'라는 대본을 꼭 봐 달라고 했다. '사바하' 감독님이 저를 너무 원하는데 대본을 거절할까 봐 미리 이야기한다더라.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바하'를 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너무 사랑한다면서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김고은을 캐스팅하고자 했던 이유를 묻자 장재현 감독은 "쉬운 역할이 아니다. '사바하' 개봉할 때 김고은을 멀리서 보게 됐다. 그 한 컷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박정민에게 김고은의 종교를 물어보면서 고기를 사줬다. 이제는 박정민과 연락이 잘 안 된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부터 '올빼미' '공조2: 인터내셔날' '택시운전사'까지 매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는 유해진은 예를 갖추는 장의사 영근 캐릭터로 분한다. 이장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베테랑 장의사를 그려내기 위해 그는 현장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우리나라 최고 장의사에게 많이 배웠다. 표현할 때도 최고답게 어떻게 어설프지 않아 보일까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최민식과의 호흡을 묻자 유해진은 "오랜 시간 작업한 설정이기에 낯설지 않아야 했다. 그런 면에서 걱정이 없었다. (선배님이)어느 역할이든 녹아드는 모습이 있다. 당연히 처음부터 너무 편했다"라고 밝혔다. 이를 들은 최민식은 "일제강점기대부터 만났다. '봉오동 전투'부터 왜군들과 싸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도현의 파격 연기 예고

배우 이도현이 영화 '파묘'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쇼박스 제공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더 글로리' '나쁜엄마' 등으로 대세로 거듭난 이도현이 '파묘'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화림과 함께 다니는 신예 무속인이자 경문을 외는 봉길 역을 맡은 그는 문신을 몸에 새긴 비주얼과 경문을 읽는 모습으로 파격적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비주얼에 대한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장재현 감독이 '사바하'로 인연을 맺었던 무속인이 실제로 야구선수 출신이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을 문자로 새겼다는 것이다. 그러한 특징에 기인해 봉길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지난해 8월 현역으로 입대한 이도현은 이날 영상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자아냈다. 영상으로 인사한 이도현은 가장 먼저 캐릭터 소개에 나섰다. 그는 "신예 무속인 봉길이다.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갖춘 'MZ세대 무속인'이다. 무속인 듀오가 거액의 돈을 벌려고 하다가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실체를 어떻게 밝힐지 집중해서 보시면 좋을 것이다. 또 저의 새로운 연기와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고은 역시 활짝 웃으며 "이도현과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또래라서 친근했다"라고 전해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파묘'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작품은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장재현 감독은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궁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영화로 옮겼고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각각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분했다. 최고의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의 협업은 과학과 미신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여주며 장르적 재미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한편 '파묘'는 내달 개봉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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