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신현빈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로운 인식 가지게 됐죠"[TEN인터뷰]

이하늘 2024. 1.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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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TV '사랑한다고 말해줘' 배우 신현빈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신현빈. /사진 제공=유본컴퍼니



부드럽고 청초한 이미지로 언뜻 유약한 느낌을 풍기지만, 그 뒤에 단단한 심지를 숨긴 배우 신현빈.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은은한 인상은 신현빈을 설명하는 얼굴이 되기도 하지만, 하나의 특성으로 규정짓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을 원작으로 한 지니 TV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신현빈은 멈추지 않고, 꺾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는 정모은 역을 맡았다. 청각장애를 지닌 화가 차진우 역의 정우성과 '눈으로' 호흡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긴장감과 일상의 설렘을 동시에 전하기도 한다.

시나리오를 결정하기까지 2달 정도의 시간을 고민할 만큼 부담도 됐지만, 그만큼 정모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고. "(어려운) 환경을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게 느꼈다"라는 신현빈의 말처럼 정모은은 '굳세다'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자신이 맡은 정모은 캐릭터를 닮은 신현빈은 그래서인지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스틸컷. /사진제공=스튜디오 지니



배우 정우성이 13년 전 판권을 직접 샀다고 알려지기도 한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부담감도 컸다는 신현빈.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사를 나 혼자 채워내야 하는데 '이게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언어적인 표현들도 많이 있지만, 소리가 없이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대본을 받으면, 빨리 결정하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나 안 하게 되면 다른 배우도 빨리 보셔야 하니까. 이 작품이 제가 알기로는 2달 정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정우성 선배랑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믿음을 갖고 연기할 수 있게 연기할 수 있게"라고 상황을 언급했다. 

일본 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키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를 원작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고. 신현빈은 "(원작과) 달라진 부분들이 많다. 원작에서 가지고 오려고 한 가장 큰 것은 다른 언어로 사용하는 인물의 이야기다. 원작은 캐릭터가 20대-30대 초반이라서, 캐릭터들의 차이나 행동의 차이가 있던 것 같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좀 더 올라가는 부분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모은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신현빈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건강한 사람이다. 과장되어 있지 않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그런 환경을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고 씩씩하게 다가가는 것이 좋게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 두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 안에 청각장애라는 설정은 있지만, 청인들끼리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스틸컷. /사진제공=스튜디오 지니



모은과 진우의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해내면서 많은 호평도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신현빈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을 언급하며 "실제로 청각 장애가 있으시거나 가족이나 지인분들이 느끼기에 비현실적이거나 상처가 되는 지점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 의미가 컸다. 따님이 청각장애가 있었는데 극 중의 모은이와 동갑이라고 하셨다. 그런 것이 마음에 많이 와닿은 것 같다"라고 기억에 남는 댓글을 이야기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진우 역의 정우성과의 호흡에 대해 신현빈은 "촬영하면서 워낙 감독님과 선배랑도 소통을 많이 했다. 내가 놓친 부분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셨다. 촬영할 때도, 어떻게 하든지 다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배우마다 상대방이랑 연기를 할 때, 에너지를 얼마큼을 쓰고는 본능적으로 다르지 않나. 정우성 선배는 상대방을 위해서 많이 쏟아내는 편이었던 것 같다. 그 믿음이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스틸컷. /사진제공=스튜디오 지니



작품을 촬영하면서 '사랑'이라는 개념과 '서로 눈을 마주친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신현빈은 "사람이 그렇게 오래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기를 하면서 상대방을 집중해서 바라본다고 하지만, 이 작품처럼 얼굴을 이렇게 오래 본 작품이 없더라. 모은과 진우는 이런 면들에서 특수한 것 같다. 별거 아닌 이야기도 집중해야 하니까. 연기할 때도 태도가 변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으로 정통 멜로를 도전한 것에 대해 신현빈은 "대부분 순서대로 찍었기에, 감정을 만드는 데도 좋았다.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도 그렇고, 촬영할 때 많이 눌러지지 않아서 너무 많이 울었다. 이 시간을 겪어왔고, 익숙해져 있는 인물에 대한 감정에 깊이 생각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배우 신현빈. /사진 제공=유본컴퍼니, 텐아시아 DB



2010년 영화 '방가? 방가!'로 데뷔해 어느덧 13년 차가 된 신현빈은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의미가 있거나 좋아하는 작품을 묻는 말에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그는 "내 작품을 떠나서 인생의 무슨 작품을 잘 못 고른다. 작품의 결과가 좋은데도 그렇게까지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도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만족스러운 것도 있다. 작품을 하나 시작하면, 짧으면 6개월 길면 8개월 1년도 찍는다. 촬영하는 현장이 불행해지면 인생의 굉장히 크게 불행해지는 것 같다. 작품을 하면 개인의 삶보다 현장에서 캐릭터로 사는 것이 크다 보니까"라며 연기 활동을 회상해보기도. 

이어 "예전에는 선배들로만 가득한 현장이었다. 20대 중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이제는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또래나 후배들도 많아지고 현장 스태프도 많아져서 나이 든 것일까 할 때도 있다. 신인 때, 선배들이 뭔가 해주는 이야기가 되게 크게 와닿는 것 같다. 선배들께서 '작품을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해주셨는데 나도 어느 순간 하게 되더라.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연차가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연기 활동을 이어오면서 불안하기도, 즐겁기도 한 순간들이 있지만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은 여전하다고. 신현빈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도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만족도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작품 하면 괴롭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는데, 한 친구가 '행복해지고 싶어? 그럼 은퇴해야지'라고 하더라. 평온한 행복만을 말한다면, 은퇴라고. 괴로움을 즐겨 가면서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노력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 같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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