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이재명표' 지역화폐 관리 미흡...감사 결과 공개

최현호 기자 2024. 1. 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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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업자 보조금 횡령에 미온적 대처...법인 대표 수사 요청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 선수금 관리 부실 '알면서 방치'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민선 7기 경기도의 역점 시책이었던 지역화폐, 대북교류 사업 등을 두고 감사원이 “부실 관리·감독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 대상 기간 상당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시기이고, 주요 결과도 이 대표가 역점 추진했던 사업들이어서 야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경기도가 지역화폐, 대북 교류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민간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고 17일 밝혔다.

지역화폐 운영 업체와 남북교류 협력사업 업체가 경기도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용도와 달리 쓰거나 횡령하는데도 경기도는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내용은 ‘경기도 정기 감사 결과’로 공개됐다.

■ 남북 교류사업 민간 사업자, 道 보조금 횡령

먼저 감사원은 남북교류 협력사업 보조 사업자가 경기도에서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됐다.

경기도는 지난 2020년 가축 전염병과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는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사단법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를 선정하고 보조금 12억9천1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소는 경기도로부터 받은 보조금 중 5억8천300만원을 남북교류 협력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그 중 4억2천600만원은 연구소 대표의 사무실 월세·관리비 등 사적으로 사용됐다.

경기도는 연구소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쓰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여러 차례 증빙을 요구했으나 연구소는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2년간 9차례에 걸쳐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에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해 5월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지난 2021년 2월 김포 양곡시장을 정하영 당시 김포시장과 전통시장 상인을 격려하고 지역화폐 시연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지역화폐 운용사 특혜…감사원 “알고도 방치”

또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가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이번 감사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9년 1월 코나아이와 지역화폐 운영 대행 협약을 체결하고, 선수금 관리 등 지역화폐 관련 사무를 위탁했다.

협약상 코나아이는 시·군별로 자금을 관리하며 지역화폐 관련 계좌를 자사 계좌와 분리해서 관리해야 했지만, 지역화폐 관련 계좌를 개설만 해두고 실제로는 자사 자금과 경기도에서 받은 지역화폐 선수금을 혼용해서 썼다.

코나아이가 경기도에 보고하거나 승인받지 않은 채 선수금을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연평균 2천261억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코나아이는 2020년 5월 종속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목적으로 선수금 100억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경기도는 2020년 10월부터 코나아이의 이런 행위를 인지했다. 그런데도 법적 검토를 면밀히 하지 않은 채로 막연하게 코나아이가 금융감독 기관의 통제를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코나아이는 선수금의 이자가 자사의 수익이라고 주장했는데, 경기도는 법적 검토 없이 그런 주장을 인정해 혼란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의료기관 마약류 의약품 관리 미흡

이와 함께 감사원은 경기도 내 의료기관 1천617곳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구입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채 관리를 미흡하게 했는데 도의 지도·감독이 미흡했던 점도 지적됐다.

또 감사원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12개 광역자치단체가 지자체 소유 근로자종합복지관을 노동단체들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위탁 운영 문제점이 있어 지자체와 행정안전부에 개선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경기도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대상 기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로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기간(2018년 7월∼2021년 10월)과 겹친다.

감사 초기부터 이 대표를 겨냥한 성격의 감사라는 평이 이어졌지만, 감사원은 “경기도 감사가 2017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연간 감사계획에 반영해 실시한 것이며,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정기 감사”라는 입장이었다.

최현호 기자 wti@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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