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민주주의 사활도 걸렸다[김석의 시론]
2024년은 지구촌 선거의 해
권위주의국 개입과 극단주의
AI 이용 가짜뉴스 위협 고조
최대 하이라이트 美 대선 요동
한국 총선도 3대 변수에 위협
유권자가 중우정치화 막아야
올해 민주주의의 첫 시험대로 꼽혔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 당선자가 말한 대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라이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군사적·경제적 위협은 물론 각종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대만 민주주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올해는 47개국, 전 세계 인구의 40%가 참여하는 선거가 치러지는 말 그대로 ‘지구촌 선거의 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구촌 주민들이 생전 겪을 가장 크고 중요한 민주주의 행사가 몰린 해라며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각국 선거는 민주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할지, 민주주의가 허울만 남은 채 중우정치로 몰락할지를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주의를 흔들려는 3가지 변수가 올해 표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가지 변수는 대외적으로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선거 개입 움직임, 국내적으로는 국민을 갈라치는 극단주의,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다. 대만 총통 선거부터 중국은 수차례 군사적 도발과 경제적 압박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중과 반중을 놓고 대만 정치인과 국민은 갈등에 휩싸였다. 또,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 당선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가짜뉴스 등도 범람했다.
대만 선거라는 첫판은 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났지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올해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미국 대선도 이미 이 3가지 변수에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입 사태로 수감된 지지자들을 ‘인질’이라고 부르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마녀사냥이라며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AI를 사용한 각종 가짜 영상이나 사진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지난 8일 미국 대선을 올해 최대 위험으로 꼽으며 “전례가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미국 선거가 세계의 안보, 안정, 경제 전망에 그 어느 것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유라시아 그룹은 “미국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심화하고 미국이 지난 150년간 경험하지 못한 정도로 민주주의를 시험하며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 양극화로 누가 이기든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미국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휘말리고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며 미국의 적들은 이를 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는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헌법에 전쟁 시 남한 무력 점령·평정·수복 사항을 반영하겠다며 노골적인 위협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개딸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이들의 눈치를 보며 당은 물론 국민도 갈라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각 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총선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지를 증명할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저서 ‘역사’에서 페르시아인의 입을 빌려 “민주제는 악이 만연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악인들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감이 생겨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자들이 결탁해 모반을 꾀하게 된다”고 민주주의가 자칫 중우정치로 빠질 위험성이 있음을 갈파했다. 역사도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보여줬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기능하게 하는 방법을 정치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언급했듯이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하면 된다. 하지만 북한 위협에 정권 책임론을 내세우고, 이 대표 피습사건 가짜뉴스에 편승하고,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민주당을 보면 이 말이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악인들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을 깨뜨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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