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인증 받았다더니… 샌드위치 패널 90% ‘부적격’

■ ‘복합자재 표준제도’ 구멍
국토부 난연 성능인증 간소화
패널 협회서 제품 시험 주관
제조사 검증·관리 건너뛰어
대규모 화재 무방비 우려 커
정부, 적발된 협회 소명 요구

부실 복합자재(샌드위치패널)가 대형 화재사고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가운데, 복합자재의 난연(불에 잘 타지 않는) 성능 인증 간소화 제도인 ‘복합자재 표준모델’ 제도를 악용해 일부 업체가 부적격 자재를 시중에 유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하안송 기자

특히 정부가 최근 표준모델 인정을 받은 협회 소속 일부 업체의 샌드위치패널 제품을 수거해 시험한 결과 90%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패널 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표준모델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7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사진) 등을 계기로 같은 해 12월 건축법에 건축자재 등의 품질인정 조항(제52조의 5)이 신설됐다. 복합자재는 방화성능, 품질관리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품질인정을 받아야 하고, 인정받은 내용대로 제조·유통·시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21년 12월 샌드위치패널에 대한 품질인정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2022년 2월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을 통해 구체적인 난연 성능 기준을 마련했다. 2022년 8월엔 실물모형시험도 시작했다. 또한 제도 시행 초기 중소업체들의 비용 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품질인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되 절차를 간소화한 ‘표준모델’ 제도를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표준모델은 협회에서 대표로 실물모형시험을 통해 화재성능을 검증받고, 성능·밀도·시공방식 등이 같은 경우 협회 소속 업체들은 별도 시험 없이 건축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 편의를 위해 표준모델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제조사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성능시험과 품질관리능력 검증 없이 샌드위치패널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허점이 생겼다. 그 결과 협회 표준모델을 사용하는 업체 일부가 난연 성능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다가 적발됐다.

품질인정 제도의 원활한 정착과 제조기업의 적응을 위해 국토부가 도입한 ‘복합자재 표준모델’에 부적합제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표준모델을 사용하는 10개 업체의 준불연 등급 샌드위치패널을 점검했는데, 10곳 중 9곳의 제품에서 균열이나 구멍, 녹아내림 등 심재의 변형이 발생했다. 표준모델로 인증받은 자재와 다른 불량 자재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달 부적합 업체에 표준모델 사용인증을 부여한 협회에 대해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준불연재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샌드위치패널이 공사에 사용되면 건축물 화재 위험이 커진다”며 “표준모델 제도를 악용한 부적합 제품을 퇴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샌드위치패널 건물의 화재는 최근까지도 전국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 창고 화재로 24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세종 부강면 돈사 화재로 돼지 2000여 마리가 폐사했고,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울산 남구 삼산동 잡화점 화재로 인근 건물 10채가 모두 불에 탔다. 이들 건물 모두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훈·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