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임관식 안산 감독의 희망가, "다 쓰러져 가는 팀? 우리는 보여줄 게 많다"
(베스트 일레븐=부산 기장)
▲ 피치 피플
임관식
안산 그리너스 감독
2023시즌 안산 그리너스는 구단 창단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차라리 성적만 나빴더라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층이 타 팀에 비해 두텁지 못한 악조건 속에서 주어진 경기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 했던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팀 내부에서 그릇된 생각을 가진 이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선수들이 큰 피해를 봤다.
시즌 중 '불 난 집' 안산의 지휘봉을 잡은 임관식 감독 역시 정말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임 감독은 당면한 고통보다는 미래의 안산을 보며 현재를 즐기고 있다. 주변에서는 굳이 가야하느냐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희망이 있다며 안산 사령탑에 부임한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베스트 일레븐>은 부산 기장에서 새 시즌 대비 전훈 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임 감독을 만나 그의 솔직한 속내를 들었다. 임 감독은 점점 달라지고 있는 안산을 기대해달라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힘들었던 2023시즌, 그래도 만족했다
Q. 만나서 반갑다. 시즌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동계 훈련은 다 똑같잖아요. 결국 프리시즌 때 얼마나 준비하는지, 전술을 한 시즌 준비하려면 사실 어려운 게 너무 많죠. 더구나 기존 선수들이 많이 나가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들어왔습니다. 미디어에 비춰지지 않았지만 스쿼드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이 선수들을 얼마나 트레이닝 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2023시즌 제가 부임한 후 결과가 비록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제가 하고 싶었던 축구를 계속 입혔습니다. 지금 프리시즌에는 이보다 더 나아가려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습니다."
Q. 지난해 안산은 선수단 외적인 이슈 때문에 홍역을 앓았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주눅이 든 선수단 분위기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임 후 가장 신경 쓴 대목일텐데
"사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새 감독이 왔는데 초보다 보니 선수들도 사실 의아했겠죠. 그래서 팀의 색깔을 무리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결과가 좋지 않아 선수들이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기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임팩트가 있었던 덕에 조금씩 스텝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죠. 지난해 서울 이랜드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었는데요. 4-3으로 이기고 난 후 정말 기분 좋았는데, 선수들은 제게 정말 미안해하더라고요. 특히 막판에 골을 넣었던 윤주태 선수는 '너무 늦게 이런 결과물을 내서 미안하다'라고 하는데 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후에도 거의 지는 경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1분 1초까지 굴하지 않는 경기를 했습니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안산에 온 이유, 점점 달라질 안산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가졌다
Q.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을 듯하다. 시쳇말로 부임 당시 안산은 '불 난 집'이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꼭 가야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듯한데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누군가는 이 팀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요. 물론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제겐 모험이었죠. 그래도 불 끄는 소방수 역할이 아니라,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달라질 선수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외려 좋은 팀에 가서 그저그런 감독인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비록 '다 쓰러져가는 팀'의 수장일지라도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임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제안받았을 때 살짝 고민도 했지만 수락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Q. 주변의 만류는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냐는 걱정이라 봐도 될 법한데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긴 한데, 개인적으로 볼 때 제가 지금껏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2인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감독으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바로 직진해보고 싶었어요. (굳이 비포장도로라도 달려보고 싶었다는 뜻인지) 예, 맞습니다."
Q. 지나간 일인 만큼, 미래가 더 중요할 듯하다. 선수들하고 원 팀이 되는 게 중요할 듯하다.
"네, 맞습니다. 작년에 제가 부임하기 전에 긴 시간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던 김영남 선수를 필두로 뭉치게끔 하려 합니다. 사실 (김)영남이에게는 삼고초려를 했어요. 다시 한 번 주장으로서 가교 역할을 잘해서 팀의 중심이 되어달라고요.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다면 우리 안산의 축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선수들은 제 뜻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존 선수 몇몇가 중심이 되어주고 있고, 어린 선수들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많아 의기투합이 됐습니다. 다른 팀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 해외 전지훈련을 갔지만(웃음), 저희는 그거에 굴하지 않고 따뜻한 부산에서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行, 불가능하지 않다
Q. 이번 시즌 K리그2 판도를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안산의 목표는?
"수원 삼성이 내려왔고 부산 아이파크가 건재하죠. 현재 전력상 냉정히 저희가 승격이나 우승을 논하는 건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가 가진 선수층으로 최소한 플레이오프를 갈 수 있는 상황만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결과물을 낼지 모르겠지만 저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선수들과 공유된 목표인지?
"아니요. 아직까지 선수들에게 말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언론을 통하거나 전체 미팅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꿈과 목표에 대해서 분명히 심어주고 싶어요. 고참을 비롯해 신입 선수들까지 그런 목표 의식을 가진다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Q. 지난해 안산 팬들이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게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할 듯한데
"제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 선수를 믿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앞으로 바꿔나갈 축구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행히도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충실히 답해주고 있습니다. 시즌이 개막한 후에는 서서히 그런 모습이 나오겠죠. 팬들께 그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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