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변방‘ 파키스탄에서 온 고공폭격기 무라드 칸, V리그 판도를 뒤흔들다

남정훈 2024. 1.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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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배구 대표팀은 12강 토너먼트에서 파키스탄을 만나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1962 자카르타 이후 61년 만의 아시안게임 노메달로 ‘항저우 참사’라고 불릴 만한 대실패였다.

대한항공 무라드 칸.
당시 파키스탄의 공격을 이끌던 2m5의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 하나가 눈에 띄었다. 높은 타점을 앞세워 한국의 블로킹 벽을 유린하며 블로킹 3개 포함 19점을 올렸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현재 배구 변방인 파키스탄의 아포짓 스파이커는 V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다. 대한항공의 대체 외국인 선수 무라드 칸(24) 이야기다.

대한항공의 기존 외국인 선수였던 링컨 윌리엄스는 지난해 11월30일 우리카드전을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훈련 과정에서 입은 허리 부상으로 8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고, 대한항공은 지난달 22일 링컨의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불가리아 리그에서 뛰던 무라드를 데려왔다.

V리그 데뷔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OK금융그룹전에서 1세트에 교체로 들어가 3세트까지 뛰며 28점(공격 성공률 61.36%)을 올리며 눈도장을 찍은 무라드는 지난 1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자신의 공격 본능을 유감없이 폭발시켰다. 이날 역시 선발 자리는 토종 아포짓인 임동혁에게 내줬지만, 1세트에 교체로 들어가 5세트까지 코트를 지키며 무려 52점을 폭발시켰다. 공격 성공률은 72.73%에 달했다.
16일 인천 삼성화재전을 앞두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선발 아포짓 스파이커를 묻자 “오늘은 고민없이 무라드 칸을 선발로 낸다. 공격 외에는 우리 팀 시스템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던 무라드지만, 이제는 확실히 팀에 녹아들었다”라고 답했다.
현대캐피탈전 폭발로 V리그 첫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은 무라드. 긴장했던 탓일까. 1세트에 5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범실만 4개를 범하며 다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세트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에게 선발 자리를 내준 무라드는 교체로 들어가 공격범실 없이 5점을 올리며 공격감을 조율했고, 3세트에 폭발했다. 블로킹 2개 포함 13점을 폭발시키며 대한항공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블로킹 성공 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리머니로 유명한 ‘호우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쇼맨십도 돋보였다.
무라드의 대폭발로 2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승점 3을 추가해 승점 43(14승10패)이 되며 선두 우리카드(승점 43, 15승8패)와 승점을 동률로 만들며 2주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하게 됐다. 우리카드가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라 승점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으로선 5,6라운드 반격을 통해 정규리그 4연패를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무라드는 “경기 시작 후 내 범실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임동혁 선수가 들어와 내 자리를 잘 메워줘 고맙다. 교체로 다시 코트 들어갈 땐 ‘잘 해보자’라고 마음 먹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V리그는 빠르다. 우리 팀 세터들의 토스도 빠르다보니 적응하는 게 쉽지 않는데, 이제는 잘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의 무라드 칸과 조재영.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호날두의 ‘호우 세미러니’에 대해 묻자 무라드는 “준비한 세리머니다. 세르비아나 불가리아 리그에서 뛸 때도 블로킹을 잡으면 호우 세리머니를 하곤 했다”고 답했다.

이제 V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무라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이 링컨을 다시 쓸 경우 무라드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나올 수도 있고, 아시아 국적 선수기 때문에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도 참여할 수 있다. 무라드는 “당연히 내년에도 한국에 머무르고 싶다. 한국에서 더 뛰게 된다면 기술적으로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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