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1조 필요"…오리온 손잡은 레고켐 '7천억 실탄' 확보

송연주 기자 2024. 1. 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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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배정 유증으로 4700억 확보
기존보유 2200억 포함 약 7천억
"ADC 임상에 투입…속도 내겠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제7회 뉴시스 제약·바이오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3.03.22.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항체-약물 결합체(ADC) 항암제 개발의 국내 대표주자인 레고켐바이오 사이언스가 제과기업 오리온에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 등으로 4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한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을 포함하면 7000억원 상당 실탄을 확보하는 셈이어서 회사의 목표인 '빠른 임상 진행'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각을 통해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가 오리온으로 변경된다. 오리온은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만9000원에 796만3283주(4700억원)를 배정받고, 구주는 레고켐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할 예정이다.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레고켐바이오는 3자 배정 유증에 따른 현금 47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존에 보유한 2200억원의 자금을 더하면 약 7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빠른 임상 진행을 위해선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3000억원은 그동안 성사된 기술 수출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익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을 통해 "'비전 2030' 조기 달성을 위해선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원의 자금과 수년 내 예상되는 수천억의 기술 이전 수익 외에 추가로 5천억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이 자금 조달을 이번 오리온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켐이 오리온과 손잡은 것은 임상시험 개발 자금 확보가 주목적이다. 자금을 투입해 신약 개발의 관건인 '속도'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레고켐바이오는 중장기 성장전략인 '비전 2030'을 조기 달성하기 위한 공격적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매년 5개 이상의 후보물질 발굴과 5년 내 최소 5개 이상 추가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지난 2년 간 ADC가 항암제의 대세로 급부상하며 우리 고객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씨젠, 이뮤노젠과 같은 선두 경쟁사들을 M&A 하거나 라이센싱을 통해 ADC에 진출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 같은 ADC 플랫폼 보유 경쟁사들은 임상 실패 등 사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C 붐 속에서 우린 ADC의 탑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시작했다"며 "선두 경쟁사를 추월하고,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더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전개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연말 VISION 2030 조기 달성 전략을 마련해, 기존 계획보다 두배 높은 목표인 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등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레고켐 관계자 역시 "이번 자금 도입으로 더 빨리 가겠다는 것"이라며 "관건은 속도다. 중국 기업의 경우 자금을 쏟아 부어 빠르게 임상을 진행하고 높은 가격으로 기술 수출한다. 큰 자금을 투입해 빠르게 성장하겠다는 우리 의지를 그대로 받아준 오리온과 손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에도 김용주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 및 운영시스템 등을 변함없이 유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협상과정을 통해 오리온이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란 확신을 하게 됐다"며 "제과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며 발 빠른 글로벌시장 진출 등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 온 오리온 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경영진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원하고 힘을 모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까지 총 13건의 ADC 기술 이전을 계약을 체결하며, 앞으로 지급받을 가능성 있는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8조7000억원의 누적 계약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말에는 미국 얀센에 ADC 후보물질 'LCB84'를 기술 수출하며 선급금 1300억원도 확보했다. 이는 암세포 표면에서 많이 관찰되는 Trop-2(영양막 세포 표면 항원-2) 단백질을 표적하는 ADC 후보로, 최근 미국에서 임상 1·2상에 진입했다. 레고켐의 첫 단독 임상 개발 ADC 약물이었다.

ADC는 암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강력한 화학독성 항암제(페이로드)를 결합해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제다. 기존 화학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많은 국내외 제약사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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