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R&D 합종연횡, 담장 허물기부터 시작한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의 특징 중 하나로 재계 총수들간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이 꼽히고 있다. 합종연횡은 남북으로 합류하고 동서로 연합한다는 뜻으로, 강적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을 일컫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제의 경쟁상대를 협력 파트너로 삼아 생존의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산업이 더욱 복잡해지고,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다 보니 한 기업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 없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융합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에 생존을 위한 협력, 융합이 펼쳐지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의 생존의 핵심인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이들 분야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가기술센터(NTC)를 도입해 특정 기술 분야에 관한 연구를 통합적으로 지원해 중복과 경쟁을 최소화하고,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국가기술센터는 서로 다른 연구기관에 속해 있더라도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기관 간 공동연구와 융합연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편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와 국가적인 요구에 발맞추어 두 가지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임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첫 번째로, 기관의 설립 목적에 맞는 임무형 연구에 집중한다. KRISS는 설립 초기부터 측정표준 확립, 유지, 향상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 제품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선진국의 측정표준기관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구협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학기술 발전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여된 임무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단위 조직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초격차 측정표준기술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두 번째로, 융합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과학기술 환경에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전공분야의 단위 조직이 물리적,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협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KRISS는 측정표준과 측정과학으로 나뉘어 있던 단위 조직들을 서로 결합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KRISS에 융합연구 문화가 뿌리내려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양자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의 임무에 부합하는 국가전략기술을 선택하여 KRISS에 새로 만든 조직이 바로 양자기술연구소와 전략기술연구소이다. KRISS는 30여 년 넘게 양자분야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차세대 양자측정표준 확립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새로운 양자 플랫폼 기술 연구를 개척해왔다. 그 덕분에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양자소재/소자 양자과학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됐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는 이 양자기술연구소 조직을 확대 개편해, 기존 대비 인력과 예산 투입을 강화한다. R&D뿐 아니라 정책연구의 허브 역할을 할 양자국가기술전략센터도 지난 해 정부로부터 유치해, 올해 원장 직속 조직으로 정식 출범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양자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국가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팅의 경우 지난 2022년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이 출범하여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올해 말까지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전략기술연구소는 반도체, 우주, 수소, 6G 차세대 통신 등의 분야에서 국가의 신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과학기술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재편했다. 타 출연연은 물론, 산업계, 학계,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R&D 연구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출연연을 향한 국민과 국가의 요구는 분명하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함께 이를 도모하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출연연의 보이지 않는 담장을 허물고 전문가들의 능력을 모아 세계를 선도하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KRISS는 세상의 기준을 만드는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융합과 혁신의 R&D 문화를 만들고 선도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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