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식게임하고 비트코인 열공하는 MZ" 경희대 등 20개 대학 '위닝펀드'

정수현 기자 2024. 1.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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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투자 열풍이 불면서 대학교 금융투자 학회 및 동아리들이 학기 외에도 주식 공부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대학생 연합 주식경제 동아리 위닝펀드 16기 임원진들이 멘토링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MZ한테 주식은 재밌고 즐거운 게임이에요"

지난 12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보문화관 2층 202호 강의실. 방학을 맞아 대학교 텅 빈 강의실에 4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속 주가 그래프를 주시하고 있다. '단기스윙 매매', '일정 매매 전략' 등 전문 주식 용어로 서슴없이 대화하는 이들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주역, 대학생 연합 주식 경제동아리 위닝펀드(Winning Fund)의 임원진이다.

3명의 위닝펀드 신입 임원들은 앞으로 다가올 봄학기 신입 부원들에게 알려줄 멘토링(mentoring) 수업을 들으러 동국대 빈 강의실에 모였다. 1명의 동아리 선배가 3명을 가르치는 시스템의 소규모 멘토링 수업은 단타에서 주식 손절하는 법' 등 알짜 정보들이 오갔다. 투자 방법부터 종목까지 신중하게 결정했다.

주식을 시작한지 7년차라고 밝힌 서재혁(경희대 프랑스어학과 3학년·19학번) 동아리 회장은 "총 20개 대학의 80여명의 부원이 모인 위닝펀드 연합 동아리는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서로 토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동아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MZ는 딱딱한 주식 공부만 하지 않는다"며 "어려운 주식 시장을 쉽게 풀어내는 다양한 게임과 교육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이 주식 시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교내 동아리로 시작해 2009년 연합 동아리로 새롭게 창단한 위닝펀드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주식 배우는 장'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다. 현재 고려대를 포함해 경기대, 경희대, 덕성여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서울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15년간 총 1535명의 누적 회원을 보유한 위닝펀드는 6개월(한학기) 단위로 운영되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9시까지 동국대학교에서 정규 활동을 진행한다. 회원은 9명의 간부급 임원진과 70명의 일반 회원으로 구성된다.

위닝펀드의 주요 활동은 ▲보고서 작성 ▲초빙 강연 ▲교육 프로그램 등이다. 8개의 팀으로 나뉜 부원들은 한 학기동안 필수적으로 팀별 1개씩 총 8개의 팀별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한다. 부원은 또 개인당 리포트 1개씩 작성한다. 지난 학기 말에는 총 80여개의 보고서가 모여 JYP, 삼성바이오로직스, LS, 엘앤에프 등 다양한 종목의 토의장이 이뤄졌다.

덕성여자대학교 학생 이서현(정치외교학과 3학년·19학번) 부원은 "주식은 모 아님 도밖에 없는 베팅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경제 흐름, 정세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신만의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토론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MZ세대를 넘어 잘파세대까지 세대를 아울러 주식의 포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위닝펀드는 주식 전문가들을 초청해 대학생을 위한 주식 강연을 개최한다. 지난 학기 4주차에는 '염블리' 염승환 이베스트 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부 이사를, 7주차에는 한겨레 트라움자산운용 펀드매니저를 초빙했다. 위닝펀드는 오는 5월 증권가에 진출한 선배를 만나는 자리인 '위닝인의 밤'도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분반 수업'이 있다. 입문반, 실전반 2개로 나뉜 분반 수업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한 3월부터 6월까지 시험기간을 제외한 매주 금요일 정규 활동에 진행된다. 입문반은 기본 주식 용어부터 재무제표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배우며 실전반은 탑다운, 바텀업 투자 등 실전매매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배운다.

지난학기 처음 도입한 멘토링 시스템도 눈에 띈다. 선배 1명의 멘토와 멘티 3~4명으로 구성된 6개의 멘토링 팀들은 각 한학기 최소 3번 이상 자율적으로 만남을 가진다.

경기대생 오사랑(미디어영상학과 2학년·22학번) 부원은"오늘 멘토링 수업에서 초단타 매매를 시도하기 위해 오후 2시쯤 해운 관련 대장주의 주가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2등주를 손절했다"며 "5분안에 매도해 70% 이상의 손실을 최소화했고 곧바로 이를 온라인 이커머스(E-commercce) 관련주에 투자해 최종 2%이상의 수익률을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아리 내 자체 개발된 '주식 게임'으로… "재미와 학술 두마리 토끼 모두 잡아"


대학생 연합 주식경제 동아리 위닝펀드 16기 임원진들이 모인 동국대학교 정보문화관 202호 장소의 모습(좌)과 위닝펀드 서재혁 회장(프랑스어학과 3학년·19학번)이 동아리 내 '주식게임'을 설명하는 모습(우). /사진=정수현 기자
위닝펀드는 단합 대회, 가을 옷 맞추기 등 조별 미션 외 다양한 친목 활동도 활발히 진행한다. 엑셀의 게임 툴(VBA, Virtual Basic for Applicaiotns)을 사용해 동아리 자체가 개발한 '주식 게임'은 위닝펀드의 하이라이트다.

1기부터 내려오는 위닝펀드의 상징 활동인 '주식게임'은 실제 주식 투자와 유사하게 만들어 공시, 공매도, 매수 등을 활용해 조별로 경쟁하는 방식이다. 임원들은 줌(zoom)을 통해 공시자료를 제공하고 6개의 조로 이루어진 팀원들은 서로 상의해 특정 주식을 실시간 매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간접적으로 주식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동국대생 손효정(경제학과 2학년·22학번) 부원은 "위닝펀드하면 주식게임이 가장 기대된다"며 "특정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창출할 때 얻는 성취감을 경험하다 보니 주식이 친근해졌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서 회장은 "주식 게임을 통해 대학생들이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을 경험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주가 상승 요인이 무엇인지 따지는 재료 분석(리서치)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연합 주식경제 동아리 위닝펀드 16기 임원진들이 모여 다가올 정규학기를 대비해 기획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동아리는 모의투자대회 및 퀴즈대회의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위닝펀드는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진행한 '제8회 뱅키스(BanKIS) 대학생 모의투자대회'에서 29% 수익률로 1위에 올라 300만원의 상금을 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위닝펀드의 목표는 대학생 투자자들, 예비투자자들과 함께 건전한 투자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동시에 주식 동아리하면 위닝펀드가 떠오르게 대표 주식 동아리로 자리잡는 것이다.

동국대생 천근희(약학과 3학년·20학번) 부원도 "최근 비트코인이 미국에서 ETF(상장지수펀드)로 상장된 만큼 코인도 잘 이용한다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비트코인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는게 보인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서 회장은 "사실 주식도 결국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 맞추는 50대50인 게임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딱딱하고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주식 등 다양한 투자상품이 이제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대 전후에 일찍 자산을 늘릴수 있는 출세의 등용문 중 하나로서 MZ세대에게 친근한 경제 활동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현 기자 jy34jy3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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