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 이제야 첫발...한국은 탈탄소 후진국
탄소 포집·수송·저장·활용 근거 마련돼
美·캐나다 등은 세제·보조금 등 육성책
하위 법령 제정·과감한 정부지원 필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CCUS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잡아 모아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신산업의 길이 열렸다. 주요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사업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업계는 의미를 두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세제혜택이나 투자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통과한 CCUS법은 정부가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세워 관련 기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산화탄소 저장 후보지 선정·공포, 사업 인허가,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운영 등과 관련한 포괄적인 지원 방안과 함께 전문기업 확인, 기술 인증, 인력 양성 등과 관련한 규정도 정비했다.
CCUS는 산업 공정 중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거나 자원화해 활용하는 기술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없이는 탄소중립 도달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포스코, 두산 등 주요 기업이 직접 연구개발(R&D)에 나서거나 혁신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이번 법안 제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기존 40여개 개별법을 준용해 사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만큼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통합법이 따로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K-CCUS 추진단장인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CCUS는 여러 산업이 연계·융합된 전형적인 복합산업인데 기존 법체계에선 여러 법 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등 미비점이 컸다”면서 “CCUS 사업을 진흥·촉진·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걸음마를 내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CCUS를 중요산업으로 인식하고 국내에서 법제화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특히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관련해선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우리 정부의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 산업 활성화까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복잡한 기술·산업체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하위 법령을 조속히 정비돼야 CCUS 산업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설비 등 기초 인프라 조성은 물론 향후 운영에도 막대한 자금이 드는 만큼 각종 특례나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과감한 산업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상용화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CCS에 대해 탄소 1t당 85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탄소 운반 인프라 구축에 49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기술 개발 등에 다양한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CCS 투자비의 5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준다. 탄소 수송·활용 자본 지출에 대해서도 37.5%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노르웨이는 정부 주도하에 27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대규모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통합 실증사업과 같은 국책 시범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도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기술과 경제성, 안전성 등이 검증된 사업화 성공 사례가 나와줘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동해가스전 사업은 울산·부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허브 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폐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주입·저장하는 프로젝트다. 최근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오는 2025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CCUS는 기술력 측면에서나 산업화 측면에서나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해 민간 중심의 자발적인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CCUS법 제정을 계기로 시행령을 빠르게 마련하고 세제혜택을 구체화하는 등 상용화 로드맵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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