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피소에 제발 책 보내지 마세요” 日 도서관협회의 호소, 왜?

박선민 기자 2024. 1.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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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이시카와현의 구조반원들이 스즈(珠洲)시 주택가를 수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에서 지난 1일 발생한 노토반도 지진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피소에 책 등 일부 실용적이지 않은 기부품이 전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도서관협회는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재해지에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리고 “피해 지역, 특히 피난소에 직접 책을 보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피난 중인 주민들에게 딱히 필요가 없을뿐더러, 마땅히 보관할 장소가 없어 되레 애물단지가 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재해지에서 요청이 나올 때까지 책을 보내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과거 한신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피해 지역에 책을 보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보관할 장소가 없거나 보는 사람이 없어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니시무라 아야에코 일본도서관협회 부위원장은 “한신 대지진 때도 대량의 책 때문에 힘들었다”며 “동일본 대지진 때는 문의가 없으면 책을 보내지 말라고 안내했는데, 개인이나 출판사에서 피난소로 책을 보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책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피난소에는 이를 정리할 사람도 없다. 결국 ‘선의’로 보내진 책들이 그대로 폐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만들어진 재해 정보 사이트도 비슷한 이유로 책은 기부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책을 재해지에 보내지 말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무겁고 부피가 커서 대피소 공간을 차지하고 주민들의 일 부담만 가중한다는 점, 둘째는 재해지에도 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국 각지에서 책이 대량으로 반입될 경우 지역 경제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눈 덮인 일본 이시카와현 주거 지역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현지 한 온라인 매체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하는 기사를 올렸는데, 여기에는 하루만에 약 15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의견을 남긴 네티즌 대부분 이번 일본도서관협회의 공지 취지에 공감했다. “개인적인 지원은 기본적으로 ‘현물’로 한정했으면 좋겠다” “마음은 고맙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역으로 폐를 끼치게 된다” 등이다. 책 외에도 유통기한 지난 식품이나 해진 옷 등 실용적이지 않은 다른 물품을 보내지 말자는 의견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 등 일부 책 기부는 피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 지방에서는 아직까지도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눈이 내리는 등 기상 조건이 열악해 도로 등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겨우 도로 복구를 마쳐도 다시 토사에 뒤덮히거나, 제설 때문에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단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수리 시설에 토사가 지속해서 흘러 들어와 해결에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NHK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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