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세금 걱정 '뚝'…금투세 폐지·거래세 인하 추진
'주주 보호' 상법 개정…기업가치 제고 지원하고 불공정 처벌 강화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주식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대폭 줄인다. 개인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도 홍콩·싱가포르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투자자 자산 형성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는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조성을 위해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총회 참여 방안도 확대할 계획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17일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주제로 금융정책 방안을 보고했다. 자본시장이 국민과 기업이 성장하는 '상생의 장' 역할을 하고, 국민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자산 형성의 사다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했다.
◇금투세 없애고, 증권거래세 0.15%로 인하…ISA 납입·비과세·가입 범위 확대
가장 핵심은 주식 세제 개편이다. 2025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도 낮춰 주식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원일 경우 수익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당시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세금 회피를 위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해 증시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증권거래세도 앞서 개정된 시행령대로 2025년까지 0.15%까지 인하해 거래 비용을 낮춘다. 당초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가 인하돼 금투세를 폐지하면 인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는 두 제도의 연계성을 사실상 부인했다. 이미 개정된 시행령대로 증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나 대만 같은 아시아 주변국을 살펴보면, 증권거래세가 0.1~0.2% 사이"라며 "우리가 0.15% 정도로 내려도 크게 높거나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이 활성화돼 거래액이 커지면 0.15%라고 하더라도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중장기 투자수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ISA 납입한도를 현행 연간 2000만원, 총 1억원에서 연간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2배 상향한다.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현행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2.5배 올린다. 정부는 개편안 따른 세제혜택이 3년 가입(의무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일반형은 최대 103만7000원, 서민형은 최대 151만80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 최대 2000만원까지 3년 납입한 현행 사례와 연 최대 4000만원까지 3년 납입한 개편 이후 사례 비교에 따른 것이다.
ISA 가입 대상 역시 확대한다. 기존에는 3년 이내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 ISA에 가입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국내주식 및 국내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 상품을 만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비과세 및 저율분리과세(9.9%) 적용은 없이 15.4%(원천징수세율)의 분리과세 혜택만 적용된다.
◇이사회 책임 강화…'기업밸류업' 증시 매력도 올린다 정부는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총회를 내실화하는 방향이다.
금융위는 법무부와 손잡고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지 못하도록 손해배상 책임을 구체화하고, 소액주주의 참여 확대를 위해 전자주주 총회를 도입한다. 비상장법인에도 물적분할 시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담았다. 올해 중 시행이 목표다.
아울러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를 해소해 증시 매력도를 높일 계획이다.
우선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고, 공시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가점을 부여하는 안이 담겼다.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배당규모를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절차 개선을 유도하고, 분·반기 배당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국내외 투자자와 소통하는 기업설명회(IR)에도 힘쓴다.
아울러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통해 한국거래소와 경쟁체계를 본격화하고 비상장 주식 시장을 제도화해 다양한 주식 투자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업에는 회생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면서도, 상장폐지 절차 장기화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심사 절차를 개선한다. 해외거래소 연계시스템으로 운영 중인 야간 파생시장을 자체 시장으로 전환해 거래편의와 안정성도 올린다.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 중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차-대주간 상환기관·담보비율 차이 개선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한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형 강화와 부당이득액 가중처벌을 도입하고,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전감시·사후제재를 강화한다. 아울러 자사주·전환사채(CB) 제도 개선으로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추구를 차단할 방침이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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