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수사종결이 맞았다는데 왜? "경찰, 지드래곤 불송치에 난감·압박"('PD수첩')[TV핫샷]

김현록 기자 2024. 1. 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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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MBC 'PD수첩'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PD수첩'이 고 이선균의 마약 수사 과정을 되짚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리한 수사로 보인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16일 MBC 'PD수첩' '70일, 고(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시간' 편이 방송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약 혐의 내사 단계부터 신원이 노출돼 곤욕을 치렀던 이선균은 3차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특히 간이 시악검사와 모발 체모 등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 모두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약 한 달 후 다시 경찰에 소환됐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은 수사 전 과정이 생중계되며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마약사건 최초 제보자 신모씨는 "여자친구 때문에 신고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김모(유흥업소 종사자)씨가 이모(전여자친구)한테 지속적으로 마약을 줘서 만나지 마라 하다가 이상한 짓 하니까 그걸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두 사람을 지난해 9월 신고했고, 이것이 연예인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며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이선균이 튀어나오고 지드래곤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선균이 마약 수사를 받게 된 것은 김씨의 진술 때문. 경찰은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김씨를 체포해 다음날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다. 오후 2시19분 첫 경찰 조사가 끝나고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17분 '톱배우 L씨'라며 이선균을 특정할 수 있는 내사 소식이 첫 보도됐다. 이는 실명 보도로 이어졌다. 민변 백민 변호사는 "내사 단계가 관련자 진술이 언론에 알려졌다. 굉장히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내사 사실이 알려진 지 닷새째인 경찰은 이선균을 입건해 정식 수사에 들어갔고 이선균은 10월 28일 1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을 봤다고 주장한 목격자는 유흥업소 종사자 김씨가 유일하다. PD수첩'은 1~11회 피의자 신문조서를 입수했다며 "이 가운데 이선균 마약 혐의가 거론된 것이 7차례에 이른다. '이선균' 이름 언급은 197번에 이른다"고 밝혔다.

'PD수첩'은 이어 "김씨 진술이 흔들리고 마약 투약 혐의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선균을 입건부터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마약수사검사 출신 김희준 변호사는 "범행 일시에 대해서조차 반복해 확인한다는 것은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신빙성이 없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것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수사했어야 하는데, 일반인에 대한 수사였다면 그 정도에서 마무리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직 경찰은 "검사 결과가 안 나왔다든지 하면 거기서 수사의 끝이다. 언제까지 수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사라는 행위가 누군가를 괴롭히는 침임적 행위이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에는 투약한 적이 없다고 결론내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봤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차, 2차 체모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는 게 맞았다고 보는데 ,수사기밀 유출을 통해서 여론의 관심을 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유죄를 밝혀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이런 상태에서 내사와 수사가 이뤄지다보니까 일종의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8일 경찰은 이선균과 함께 마약 수사 선상에 올랐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에 대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는 "사실 지드래곤이 불송치가 되면서 수사한 경찰들 입장에서는 좀 난감했을 것이다. 의욕을 갖고 뭔가 의혹에 터뜨리면서 스타를 수사했는데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배한진 변호사는 "같이 수사 선상에 올랐던 권지용씨는 불송치결정이 되면서 나름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이 됐을 수 있고 과잉수사가 될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선균은 3차 소환까지 공개적으로 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초대 인권위원인 인권연대 오창익 국장은 "공개 소환을 하면서 개인 이선균이라는 사람이 당할 고통은 굉장히 크고 구체적인데 혐의도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의 인권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백민 변호사는 "극장식 수사라고 한다. 원래 수사는 기밀을 유지하면서 하는 게 정상인데 이렇게 보여주기식 수사를 하는 것은 여론을 통해서 수사 당사자를 압박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기관 내부에 부족한 증거를 소위 언론플레이를 통해 '범죄자가 맞다'고 낙인을 찍고 압박에 못 이긴 수사대상자가 자백을 하도록 하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이선균의 공개소환 당시 발언을 살피며 "이 사람이 성실하게 진솔하게 라는 단어를 쓴다. 뭔가 이 안에서 객관적이고 신뢰되게 자신의 진정성이 드러나리라는 기대를 한 것 같다. 3차 조사 이후에 이 사람이 한 이야기를 보면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확 고조돼 있다"고 분석했다.

3차 조사에서 19시간의 강도높은 밤샘 조사를 마치고 새벽 5시 경찰서를 나온 이선균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늘 피해자로서 고소인 조사까지 마치게 되었다. 오늘 조사 성실히 임했고, 이제 앞으로 경찰에서 저와 공갈범들 사이에 어느 쪽이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잘 판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공갈 협박의 피해자라고 호소하던 상황이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1차보다는 3차가 좀 더 화가 나 있는 느낌. 그리고 처음으로 본인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태경 교수는 "이게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시그널을 포착한 것일 수 있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해도 균형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엄청난 공포가 3차 소사 때 느껴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이것이 이 사람이 절망하게 된 키포인트가 아닐까 한다"고 봤다.

이선균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으나 3차조사 3일 후 26일 진술 내용이 보도됐고 이선균의 사적 통화 녹음 파일이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갔다. 이선균은 다음날인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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