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의 작살] 휴리스틱과 SNS…지자체장 페북 대문 분석해보니

2024. 1. 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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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페북 대문 분석…키워드 각양각색
대표 휴리스틱 형성되면 공천 걱정은 일단 ‘끝’
광역 지자체장 페북 캡처.

#1.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한때 죽여주는(?) 에드립으로 한 시대를 풍자했던 개그맨 강성범씨가 있다. 지하철 역이름들을 메들리 형태로 노래를 개그 엮어서 말을 빠르게 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차는 벤츠, 시계는 롤렉스…” 등 랩처럼 속사포 입담 개그는 당시 최고로 꼽혔다. 대표성으로 의미되는 휴리스틱을 이용한 개그다. 그는 '수다맨', 형님뉴스, '연변총각', 'LTE 뉴스', 모란봉 홈쇼핑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연세대에서 나치의 홍보기업과 중독되는 강성범 휴리스틱에 대해 ‘열공’한 적이 있다. ‘차는 벤츠…’라는 휴리스틱 공식을 깨기위해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도전했을까. 그들은 대표 휴리스틱을 깨기위해 수십년을 홍보했다. 예를 들면 용인은 이상일, 속초는 이병선, 성남은 이재명이라는‘강성범 휴리스틱’이 각인되면 공천 걱정을 하지않아도 된다. 요즘 휴리스틱 도구는 SNS가 최고다.

#2정치인들은 대중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SNS 중요성은 10년전부터 시작해 정치인에게 필수 요소가 됐다. 행동경제학에는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용어가 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이론이다. 휴리스틱이란 쉽게 말하면 ‘대충 찍는 습관’이라는 뜻이다.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익과 손실을 꼼꼼히 비교해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대충 찍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선택을 할 때 ‘뭔가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진 것을 찍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동안의 정치인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재명브랜드 처럼 유명세를 타면 휴리스틱으로 각인된다. 페북의 진화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한다. 예를 들어 용인은 전직 시장은 당선은 커녕 감옥안가면 다행이다. 용인이나 속초는 요즘 재선이 나오지않는다. 자신만의 대표 휴리스틱이 형성되지않으면 선거때마다 로비,인맥하고 큰 걱정을 해야한다. 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 휴리스틱이 완성돼 시장 공천을 크게 고민해본적이 없다. 이재명의 SNS는 그만큼 독특하다.

#3. 정치인에게 SNS는 독일까 약일까?라는 해묵은 논쟁은 쉽게 사그러지지않는다. 이재명 민주당대표는 성남시장 재직때부터 ‘SNS대통령’이란 별칭을 받았다.단식 투쟁하는 천막안에서 핸드폰으로 SNS에 올린다. 성남에만 국한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된다. 이 대표는 전국과 글로벌한 주제, 연예인 뉴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올렸다. 유승준, BTS 병역문제 논란때도 글을 올렸다. 이런 논란은 시의성을 갖는다. 당연히 언론이 관심을 갖게된다. 팬클럽 아미가 기사를 클릭하고 댓글을 단다. 갑론을박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면서 이재명 이란 이름 석자는 각인된다. 독이 된 케이스도 있다. 10년전에 올린 자신의 글은 기사로 포털에 뜨고 사라지지않는다. 10년뒤 정반대 소신을 펼치다 역풍을 받기도한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역풍을 맞기도한다. “조사해 보면 다 나온다”라는 유행어를 시발점이다. 신상털기는 SNS 조사부터 시작된다.

#4.수도권 지자체장의 페북 대문에 올린 사진과 대문에 올린 글은 그가 지금 어떤 영역에서 올인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다. 또 자랑하고 싶은 메시지도 올라온다. 김동연 경기지사 페북 대문키워드는 혁신과 기회다. 갑진년 용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기운이 배경으로 깔렸다. 그의 페북 활동은 활발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경기국제공항 설립 관철 의지도 자주 올라온다. 이상일 용인시장의 페북 대문 키워드는 ‘반도체’이다. 게시물은 왕성하지않다. 그는 별로 SNS를 좋아하지않는다.하지만 억울한 일이나 엉터리 보도에는 단호한 게시글이 올라온다. 그는 보도자료는 통해 시의원, 오보를 낸 기자에게 경고 메세지를 날린다. 이 부분은 이재명 민주당대표가 성남시장일때 성남시청 썰매장을 불법이라고 한 시의원이름을 공개하고 전투씬을 벌이는 장면과 흡사하다. 성남시장 재직시 그는 ‘고소왕’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언론사, 정치인들과 고소하는 일이 많았다. 포근한 한장의 엽서를 연상케하는 이재준 수원시장 페북 대문은 전국 지자체 중 1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주 인상적이다. 사진도 수시로 바꾼다. 키워드는 ‘수원은 새롭게, 시민은 빛나게’이다.SNS글은 자주 올라온다. SNS로 시민과 소통한다. 전염병, 재해·재난 소식은 이재준 페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페북에 시민들이 몰리는 이유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취임후 페북 대문 사진은 1장뿐으로 변화는 없다. ‘내 삶을 바꾸는 희망 화성’이 키워드다. 지자체 장 중 페북 활용도는 중간급이다. 신상진 성남시장 페북 대문 사진도 취임후 변화가 없다. 직전 폐북 사진은 예비후도, 당선인 정도일때 사진이 올라왔다. 키워드는 ‘성남 첫 희망시장’이다. 신 시장의 페북은 솔직한 걸로 유명하다. 변명은 없다. 성남 분당 교량 붕괴 사건부터 해법 등 다양한 소식이 담겼다. 4선 국회의원 출신답게 묵직한 정치, 경제 정책이 담겨있다. 최대호 안양시장 페북은 한편의 인생드라마이다. 최 시장 근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춤 댄스실력은 물론이고 영화 라디오스타처럼 시시콜콜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2023년 동안 무려 85건의 각종 상을 수상해 ‘싹슬이 시장’ 이라는 점도 게시물 히스토리도 모두 담겨있다. 페북을 보면 유권자는 ‘최대호 신드롬’에 열광한다. 하은호 군포시장 페북은 키워드는 없다. 젊은세대와 소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핑크색 넥타이가 각인된다. 지자체장 페북에는 일 잘하는 시장을 각인시키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인구 8만 이병선 속초시장 페북 대문 사진은 변화는 없다. 지난해 취임식 사진이 올려져있다. 이 시장이 마스크을 쓴 취임식이 기억에 남는다. 게시물에는 하루 일과가 일기장 처럼 진심이 담겨있다.항상 마지막 멘트는 ‘사랑합니다, 응원합니다’가 적혀있다. 하지만 재난,재해를 앞두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시장 페북 게시물은 바로 비상사태로 전환된다.

#5.코카콜라가 왜 수십 년 동안 부동의 1위일까? 사람들이 콜라를 고를 때 맛과 가격을 정교하게 비교하는 게 아니라 ‘콜라를 대표하는 건 코카콜라지!’라는 고정관념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시장이건 후발주자들은 휴리스틱을 넘는 데 매우 큰 애를 먹는다. 선두주자가 선점한 대표성 휴리스틱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진보에 속한 사람은 그냥 민주당을 찍는다. 보수는 그냥 공화당을 찍는다. 민주당과 공화당에 100년 넘는 각 진영의 대표성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보수는 국민의힘 계열, 진보는 민주당 계열. 이 대표성 휴리스틱이 70년 가까이 유지됐다. 이건 절대 쉽게 깨지는 구도가 아니다. 유권자를 바꾸려면 SNS의 맹위는 필요하다. 휴대폰 보급으로 1인미디어 세상이 왔다. 당연히 연예인, 정치인 등의 SNS는 중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정치인도 승리할려면 SNS 휴리스틱를 이용해야한다.

#6. 4.10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SNS 전쟁은 과열되기 시작됐다.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보내지만 전부 나오지도 않는다. 이들의 선택지는SNS로 돌린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이들에겐 SNS는 약이 맞지만 신중해야한다. 수도권에 출마설이 나도는 A후보는 2년전 “자신은 깜이 안돼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않는다”고 했지만 이번에 출마 할 예정이다. 상대 후보가 이를 모를리 없다. 포털에 올라가면 끝이다. 언론에 나왔다고 팩트확인 안된 기사를 인용하고 “시장에게 사과하라”고 고 페북에 글 올리면 자살골(?)이 된다. 신중한 SNS활동이 정답이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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