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러 공장 팔고 달려간 곳…"인도·동남아에 전기차 깃발"

이동희 기자 배지윤 기자 2024. 1. 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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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 이어 中 공장 추가 매각…"글로벌 사업 재편"
'3위 시장' 인도 투자 빠르게 확대…인니 전기차 증산 가속
2017년 7월 중국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에서 열린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정의선(가운데) 당시 현대차 부회장과 충칭시 관계자들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2017.7.19/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배지윤 기자 =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글로벌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낸다. 판매가 부진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중국,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1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최근 위푸공업단지건설유한공사에 충칭공장을 16억2000만위안(약 2900억원)에 매각했다.

연산 30만대 규모인 충칭공장은 현대차의 다섯 번째 중국 현지 공장으로 62억위안(약 1조15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완공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36억8000만위안(약 6800억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중국 사업 부진 등 여파로 매각가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완공 당시 투자액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충칭공장 매각 역시 생산 운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에 충칭공장을 포함해 5개 공장을 돌리며 연간 250만대 이상을 생산했다. 판매량도 연간 180만대(2016년)에 달했을 정도로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의 부상과 자국 업체 혜택 강화 등으로 현대차의 중국 입지는 크게 위축했고,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1.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충칭공장에 이어 연산 30만대 규모인 창저우공장도 연내 추가 매각해 베이징 2공장과 베이징 3공장만 남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국 공장을 2곳으로 줄이고, 판매 라인업도 13개 차종에서 8개로 축소해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2016년 8월 3일(현지시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16.8.3/뉴스1 ⓒ News1 추연화 기자

현대차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여파로 현지 사업이 불가능해진 러시아서도 공장을 매각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공장(HMMR) 지분 매각 안건을 승인했다. 2022년 3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앞서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에서 전략형 차종인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러시아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2021년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이 월간 기준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끈 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매각은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이 포함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중국과 달리 러시아서는 차도 잘 팔려 아쉬운 매각"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인도 전략 차종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3.8.8/뉴스1

현대차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발을 빼는 대신 공을 들이는 지역은 인도와 아세안 지역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지역에 최근 공장 인수 및 설립, 판매 법인 신설 등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2022년 일본을 넘어 글로벌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 인도법인 설립 이후 1998년부터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첫 양산차 생산 이후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9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연산 13만대인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탈레가온 공장을 추가로 인수했다. 현대차는 탈레가온 공장에 약 700억 루피(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맞춘 전략이다. 이 밖에 최근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와도 618억 루피(약 9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아세안 전기차 전략 요충지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증산을 위한 설비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지 전기차 생산 모델을 2종으로 확대한다. 인도네시아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도 있다.

일찌감치 아세안 자동차 생산 기지로 자리잡은 태국서는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에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핵심 시설 중 하나인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도 들어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일 싱가포르 서부 주룽 혁신지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023.11.21/뉴스1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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