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제작자 "근현대사 유니버스? 사명감 NO…객관화 노력" [N인터뷰]②
<【N인터뷰】①에 이어>
창립 작품인 '내부자들'(2015)과 '덕혜옹주'(2016)에 이어 '마약왕'(2017)과 '남산의 부장들'(2019), 첫 천만 영화인 '서울의 봄'(2023)까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실제 사건이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수작들을 여러 편 내놓으면서 '근현대사 유니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김원국 대표(52)는 "근현대사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을 갖고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관심이 가는 분야이고 궁금함을 느끼기에 계속 영화를 기획하게 될 뿐이라고.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것은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일일 수 있다. 많은 근현대사 영화들이 캐릭터의 이름을 공공연히 알려진 실제 이름으로 쓰지 않고 개명(?)해 사용하는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봄'을 만들 때도 역사나 실화, 실존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었을까.
"'서울의 봄'이나 '남산의 부장들'은 보셔서 아시겠지만 한쪽에 치우쳐진 시각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어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죠. 객관적인 사건이라도 어느 쪽 시각이냐에 따라서 불편해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우리 영화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서 그려냅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지만, 그게 원칙적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그 부분에 대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에 대중이 우리 영화를 편하게 보시는 것 같기도 해요."
영화에 각색이 들어가기 때문에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으면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작품을 위해 꼼꼼히 작업한다고.
"이런 영화를 할 때 다들 얘기해요. 걱정이 안 되느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 우리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사건을 다루고 싶었고 그렇게 노력했어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명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설사 우리가 어떤 시각을 심는다고 해도 거기에 맞춰 영화를 보시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요. 각자가 현명하게 판단해주리라 믿습니다."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첫 영화였던 '내부자들'(2015)은 누적 7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이 영화는 여러 의미에서 새 역사를 썼는데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비수기였던 11월 개봉작인데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한 점이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내부자들'이 만든 선례는 이후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들의 행보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서울의 봄'이 11월에 개봉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랬다.
"'내부자들'을 통해 학습한 효과가 있었어요. 이런 장르는 11월 말에 가서 입소문이 나고 모이면 연말을 잘 뚫을 수 있겠다 싶었죠."
개봉을 앞둔 작품은 7편. 시나리오 작업 중인 작품을 포함해 준비 중인 작품은 무려 50여편.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등을 함께 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이 올해 라인업에 포함돼 있으며 최민식, 박해일 주연의 칸 영화제 초청작 '행복의 나라로'와 이성민, 이희준 주연 '핸섬 가이즈'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하얼빈'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예요. 엄청난 부잣집에서 태어나 모든 걸 바치면서 독립운동을 하시고, 독립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던 시절에 끝까지 독립운동을 하셨어요. 나라를 위해서. 그런데 지금은 시신 조차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르는 분이죠. 존경합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정말 진심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민호 감독님도 저의 생각과 마찬가지였고요. 미화나 '국뽕' 없이 진심으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만들어보자. 이게 앞으로 100년간 3.1절, 8.15에 매년 트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진짜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 각오로 만든 영화에요. 이 영화는 (관객이)얼마가 들 것 같아? 이런 얘기도 안 합니다. 그런 것에 우리가 영화를 만들고자 한 의미가 오염되는 게 싫었거든요."
2024년은 하이브미디어코프를 세운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많은 흥행작들을 배출했지만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겹쳤던 지난 2020년 1월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과 그 해 8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개봉 시기, 그리고 '서울의 봄' 2022년의 프로덕션 기간이 그랬다. '남산의 부장들'(약472만명 동원)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약435만명)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당시에는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스코어를 낼 가능성이 높았던 작품이라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냥 받아들였어요. 당시는 두 영화 모두 800만 이상은 갈 영화가 생각해 화가 났지만 방법이 없으니까…그 뒤에 '서울의 봄'이 이렇게 잘 된 걸 보고 그래도 이 영화가 제 갈길을 가는구나 했었어요.(웃음)"
준비하고 있는 50여편의 영화 중에는 제2의 '서울의 봄'을 기대해도 될만한 근현대사 소재의 여러 작품들이 있다. 5공화국 당시 언론 통제를 다룬 'K 공작 계획'을 기획 중이고 이른바 8.15 저격 사건을 일으킨 문세광의 이야기를 그린 '암살자들'도 개발 중이다. 더불어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영화 뿐 아니라 시리즈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첫번째 시리즈물 작품은 이동욱, 이성경 주연의 '착한 사나이'다.
"코로나가 계기였던 건 아니에요. 항상 영화적인 소재를 찾는데, 소재 중에 영화로 하기에는 분량이 많은 작품들이 있어요. 16부작, 50부작까지는 자신이 없고, 대본을 길게 만드는 건 힘들어요. 그런데 OTT에서 기존 드라마 형식을 파괴했어요. 10개짜리, 8개짜리, 6개짜리가 나오니 '어 그러면 할 수 있겠다' 싶어 도전하게 된 거죠. '착한 사나이'는 '서울의 달'과 '파이란'을 합쳐 놓은 듯한 이야기에요. 플랫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웃음)"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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