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에 빠지고 ‘천국도’에 반하다…“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최적 모델”

안진용 기자 2024. 1. 17. 10: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영진 제주 드림타워&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

여전히 춘천 남이섬에는 일본 관광객이 붐빈다. 벌써 20년 전 방송된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은 한류 팬들에게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도시로 기억된다.

같은 맥락으로 요즘 넷플릭스 ‘솔로지옥3’를 챙겨 본 글로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솔로지옥’ 시리즈는 참가자들이 ‘천국도’와 ‘지옥도’라 불리는 공간에서 극과극 데이트를 즐긴다. 천국도는 판타지 공간이다. 선남선녀의 사랑이 샘솟는 장소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시즌3의 천국도의 정체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그랜드하얏트제주)였다. 이 곳이 천국도로 탈바꿈하게 되는 과정을 허영진 제주 드림타워& 그랜드 하얏트 제주 마케팅 이사에게 들어봤다.

◇이 곳이 ‘솔로지옥3’의 천국도로 발탁된 배경이 궁금하다.

“제주 드림타워는, 1600개의 객실이 있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 호텔과 제주도 최대 규모의 카지노, 14개의 레스토랑과 쇼핑몰이 포함된 복합 리조트이다. 베뉴 별로 타깃과 콘셉트, 서비스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아우르며 어필할 수 있는 ‘K-콘텐츠’ 마케팅으로 접근했다. 최고의 휴양을 누릴 수 있는 ‘천국도’는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은 곳이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즌2의 흥행, 덱스라는 스타의 탄생, 바이럴 지표 등을 보고 ‘솔로지옥’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커졌고, 시즌3 제작 확정 소식을 접한 직후 제작진과 협의 끝에 기회를 얻게 됐다.”

◇천국도에 대한 참가자들의 대화가 인상적이더라.

“리얼리티 쇼인만큼, 제작진은 데이팅을 할 수 있는 시공간만 마련한다. 그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전혀 관여하지 않더라.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우리 브랜드가 어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천국도를 마음껏 누리며 자연스러운 대화와 교감이 오가더라. ‘뷰가 너무 예쁘다. 비행기 내려오는게 다 보인다’는 대화나, 방이 크니 산책을 하자는 관희·민지 커플의 장면 등이 전세계 190여개국에 번역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짜릿했다.”

◇천국도 그 자체로 보였으며, PPL 같은 이질감이 없었다.

“촬영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제작진은 철저했다. 커플 매칭 여부도 알 수 없었고, 촬영장소도 보안이었다. 감독님은 ‘1화부터 천국도가 등장한다’ 정도만 귀띔해줬다. ‘천국도=호텔’이라는 생각을 버렸다. 드라마 세트장이자 스튜디오라고 포지셔닝하니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PPL의 느낌을 덜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음향 및 소음 관리, 고객과 출연진들의 이동 동선 등을 신경썼다. 나 역시 ‘솔로지옥’ 시리즈의 팬으로서 ‘더 멋진 곳에서, 더 달콤한 음식을 앞에 두면 프러포즈의 성공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3’

◇천국도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반응이 뜨거웠던 장소는 어디인가.

“로맨틱 기류가 가득했던 수영장이다. 천국도의 대표 이미지로 각인될 장소였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곳이기도 했다. 1회에서 출연자가 야외 수영장을 보며 ‘지금까지 본 수영장 중에 가장 예뻐!’라고 감탄하는 대사가 나오자, ‘솔로지옥3’를 같이 보고있던 직원들이 환호를 질렀다. 마지막날 다시 방문한 커플이 첫날 야외 수영장에서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로맨틱한 사랑을 확인해갈 때 진짜 기뻤다.”

◇‘솔로지옥3’ 노출로 인한 마케팅 효과와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솔로지옥3’의 흥행 지표는 곧 마케팅의 성과와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제작자처럼 매일 세계 및 국가별 순위 및 뷰수를 확인하게 되더라. ‘솔로지옥3’는 공개 이후 30일 동안 전세계 190여개국가에서 33개 언어로 서비스 되었고 총 8360만 시청시간, 880만 뷰를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 위클리로 제공한 뷰어십과 시청 누적 시간 등을 기준으로 천국도 노출 수준과 유사한 해외 PPL 사례에 적용해보니 330억 이상의 광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환산되더라. 이는 넷플릭스 방영 중심으로 환산한 것으로, 그 외 다양한 매체 및 국가별 바이럴, 천국도 언급 수 등의 바이럴 지표를 포함하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광고비 환산 가치를 떠나서, 마케터로서 가장 큰 성과는 ‘천국도=제주 드림타워 & 그랜드 하얏트 제주’라는 수식어 및 연관어를 얻은 게 아니겠나? 사랑이 이루어지는, 가장 짜릿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천국도에 대한 잔상 및 기대감이라는 색을 입힌 거다.”

◇실제로 드라마 마케팅 및 홍보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콘텐츠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획을 경험했다. 각 브랜드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제안해 굵직한 콘텐츠 마케팅도 여러차례 성사시켰다. 또한 대기업 광고 대행사에서 광고 집행 외에도, 현안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있으면 먼저 제안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적이 있다. 연이어 3개 프로젝트로 해외 및 국내 광고제에서 50여 차례 수상도 했다. 2000년대 초기 콘텐츠 마케팅부터 쌓은 크고 작은 경험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브랜드 담당 수장이 된 후 이를 자체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제작진에 먼저 협찬을 제안했으면 제작 지원 비용도 지불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노출량을 보고 ‘수십 억을 제작비로 지원한 것이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데, 오히려 제작사로부터 장소섭외료 일부를 지급 받아 회사의 매출이 됐다. 넷플릭스 플랫폼의 등장으로 K- 콘텐츠 제작 환경이 정말 많이 바뀐거 같다. 광고비를 받지 않아도 제작을 할 수 있는 일부 환경이 조성되었고, 국가별 순위 및 뷰 수, 시청 누적 시간 수 등의 데이터로 콘텐츠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소비자의 콘텐츠 접촉 경로를 통한 K-컬처 확산 효과는 정말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업계를 바라보는 광고주, 즉 브랜드의 자세도 바뀌어야하는 이유다.”

넷플릭스 ‘솔로지옥3’

◇향후 또 다른 콘텐츠 마케팅을 기획 중인가.

“물론이다. 종종 제작지원 요청이 들어온다. 이 중 ‘솔로지옥’과 같이, 유명 시즌제 해외 데이팅 프로그램 제작협조 요청이 온 적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노출량과 부대 효과는 클 것 같았지만, 제작 시기와 출연진, 그리고 추구하는 콘셉트 등이 맞지 않았다. 단순히 장소를 노출시켜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K-컬처를 글로벌 고객들에게 경험하게 하고 이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바가 크다. ‘솔로지옥’처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브랜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콘텐츠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

◇이번 시도가 제주도 관광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나.

“제주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제주드림타워의 인지도 상승과 관광객 유치는 당연히 제주도 관광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비행기 노선이 매우 중요한데, ‘솔로지옥3’는 국내뿐만 아니라, 직항 도시가 있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서 방영 직후 톱1을 찍은 바 있고, 매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4∼10위를 기록했다. 또한 방영 직후인 현재도 자발적인 글로벌 바이럴을 양산되고 있다. 이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직접 천국도를 경험해보려는 잠재적 수요라 할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를 스토리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스토리텔링 마케팅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유튜버들이 제작한 영상을 보면서, 마케팅인지도 모르고 스토리나 캐릭터에 압도당해 구매 버튼을 누를때가 많았다.(웃음) 마케터로서의 향후 계획과 포부는 스토리텔링, 즉 콘텐츠 마케팅의 양적인 가치 외에도 질적인 가치를 환산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준과 지표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2000년대 콘텐츠 마케팅이 막 시작될 초기에 마케터들이 임의로 파악했는데, 여전히 그런거 같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해외 평가 방식들을 검토해보는데, 정량적인 부분은 많은데 정성적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아직 미비하다. 그리고 좀더 욕심을 내보자면, 이런 콘텐츠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콘텐츠도 유치해서 K-컬처와 융화된 새로운 마케팅 콘텐츠 성공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

안진용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