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역화폐' 때린 감사원…경기도 선수금 유용 알고도 '방치'
지역화폐 집행잔액 재정산 및 담당자 징계 요구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경기도가 지역화폐 운영대행사의 선수금 운용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북교류협력사업 보조사업자는 지원받은 보조금을 사적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경기도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같이 운영대행사 및 보조사업자 등 민간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경기도는 2019년 A사와 경기지역화폐 운영대행 협약을 체결하고 선수금 관리 등 경기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에 관한 사무를 위탁했다. 협약 등에 따르면 A사는 시·군별로 자금을 관리·정산하며, 지역화폐 관련 계좌를 자사 계좌와 분리해 선량하게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사는 계좌만 별도 개설하고 실제로는 자사 자금과 선수금을 혼용해 경기도 등에 보고하거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채권 등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2019년 5월22일 경기지역화폐 선수금 계좌에서 보관 중이던 자금 40억원을 자사 계좌로 이체한 뒤, 같은 날 B투자 계좌로 다시 이체해 C중공업 회사채를 매수하는 등 2019년 5월22일부터 2021년 11월30일까지 이같이 선수금을 운용하고 투자수익을 수취한 것이 확인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2261억원의 선수금을 회사채 등에 투자했고, 최소 26억여원의 운용수익을 수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A사는 2020년 5월22일 종속회사의 사업범위 확장을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할 목적으로 선수금 100억원을 종속회사 계좌로 이체해 주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2020년 10월부터 A사가 선수금을 채권투자 등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막연하게 금융감독기관의 통제를 받을 것이라고 임의 판단하고 '충전금을 돌려받을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채 방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에게 시·군이 이관받은 잔액이 올바른지 검증하고 공동운영대행 협약에 따른 적정한 조치 등을 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경기지역화폐 운영대행사 관리·감독을 태만하게 하고 경기지역화폐 자금운영 관리·감독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한편, 경기도는 남북교류협력사업 보조사업자의 보조금 부당 집행이 의심되는데도 사업기간을 연장해주고, 그 보조사업자가 보조금을 횡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앞서 경기도는 2020년 총 2개의 남북교류협력사업(가축전염병 및 코로나19 사업)의 보조사업자로 D연구소를 선정해 12억91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D연구소는 이 보조금 중 5억8300만원을 사업 용도 외로 사용하고, 그 중 4억26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4억2600만원은 5억8300만원 중 사업계획과 달리 구매한 중국산 소독약 등은 제외한 사적사용 금액으로, D연구소 대표는 사무실 월세, 관리비 등의 용도로 이를 사용했다.
D연구소는 납품업체에 현금을 전달하고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증빙을 제출했으나 실제로는 현금전달 없이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물품을 저가구매 후 사적·용도 외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경기도는 D연구소가 부당 집행 의심사례에 대한 수차례 증빙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는데도 사업기간을 총 9차례에 걸쳐 2년간 연장해주고, 교부결정을 미취소한 것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김 지사에게 지방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D연구소에 대해 지방보조금 4억2657만1278원을 반환받고 5년의 범위에서 지방보조금 교부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며 "앞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한 지방보조금을 적기에 환수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지방보조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D연구소의 대표는 지난해 5월 업무상횡령,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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