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교관 다수 탈북해 국내 정착… 김정은 ‘南점령’ 발언은 체제결속·남남갈등 목적”[파워인터뷰]

이제교 기자 2024. 1.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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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인터뷰 - 김영호 통일부 장관
군사력 증강·계속되는 무력시위는 독재정권 위기의 반증
성과·정당성 없는 김정은, 경제사정 더 악화되며 딜레마
층층이 뇌물 주지 않고 살 수 없는 구조… 내부 불만 속출
尹 정부, 억제·단념 전략으로 北 의지부터 꺾은 후 대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에 비유하면서 “북한 주민의 자유가 증진되면 북한 사회는 변할 것이고, 두껍고 높은 억제의 벽을 세우면 결국 북한은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인터뷰 = 이제교 정치부장 jklee@munhwa.com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찌 됐든 통일부는 이름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1969년 국토통일원 설립 이후 55년이 흘렀지만 통일은 먼 나라 남의 집 얘기다. 멀게는 햇볕정책, 가깝게는 도보다리 회담으로 금방 휴전선이 걷히고 교류의 문이 활짝 열릴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통일부는 그때마다 앞장서서 비둘기를 날렸다. 그랬던 통일부가 달라졌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거론하고 탈북민 전원 수용을 외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대북 강경파라는 비판이 있는데…”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로 “헌법 4조에 나오는 자유라는 원칙을 지키자는 데 무슨 강경파냐”고 반문한다. 김 장관을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7층 통일부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북한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16일 추가 답변을 받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완전 점령’을 언급했는데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적화통일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최근 굉장히 어렵다.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식량난이 심각한가.

“곧 통일부에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다. 탈북민 6350명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57.4%로 과반이었고 이후에는 더 늘어났다. 김 위원장의 통치를 경험한 기간이 길수록 그에 대한 평가가 더 부정적으로 나온다. 백두혈통 권력 승계도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부정 평가가 약 55%로 절반을 넘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 그 책임을 외부에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중동처럼 한반도를 상시 분쟁 지역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남남 갈등 유도와 안보 불안 조성에 단호하고도 절제된 대응을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대북 정책에 있어 윤석열 정부는 절대 북한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경제난은 대북 제재가 길어지면서 당연한 측면이 있지 않은가.

“북한 경제난은 구조적인 사안으로 김정은 정권은 세습 독재정권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 개방 전에 마오쩌둥(毛澤東)을 비판했다. 베트남의 1986년 도이머이(개혁정책)에서 젊은 지도자들은 이전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을 비판할 수 없다. 이것이 세습독재의 딜레마이고, 개혁 개방을 할 수 없는 구조적 상황이다. 그래서 북한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권력은 성과와 정당성이 있어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없으니 군사력 증강이나 무력시위 등을 통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로는 먹고살 수가 없다. 윤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핵 위협으로 지원을 얻어내기도 불가능한 상태다. 한·미·일 삼각 공조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서 더 어려워졌다. 한·미·일과 국제사회는 그 같은 상황을 북한에 깨우쳐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최근 외부 정보 유입이 늘면서 체제에 대한 불신을 갖는 북한 주민도 크게 늘고 있다. 그다음으로 북한 내부 변화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뇌물이다. 북한은 뇌물이 구조화된 사회다. 탈북민들은 부패가 심해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층층이 뇌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다. 더디지만, 북한 사회는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계속 위협하지만, 우리가 확고한 억지책으로 평화를 유지하면 북한은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인가.

“북한 주민의 자유가 증진되는 방향이다. 북한 주민에게 힘이 실리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자율성이 커지면 북한 사회는 변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소련 봉쇄정책을 입안한 미국의 전략가 조지 케넌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 비유를 썼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하면 우리는 더 두껍고 높은 억제의 벽을 세워야 한다. 봉쇄를 유지하면 북한이라는 태엽 감은 자동차는 태엽이 풀려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3D 전략은 억제(Deterrence)로 북한의 위협을 막고, 그다음 단념(Dissuasion)시키는 것이다. 핵미사일 개발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북한은 사이버 범죄를 벌이고 해외 파견 노동자를 착취해 돈을 벌어들인다. 단념은 북한이 자금 조달을 못 하도록, 태엽을 더 이상 감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대화(Dialogue)다. 억제와 단념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금 3D 전략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해체 등 대남사업 부문 정리 의도는 무엇인가.

“북한이 대남기구들을 외무성 산하로 통폐합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를 흔들려는 저의인 듯한데, 통일부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책무를 흔들림 없이 이행해나갈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확실히 다른데.

“그렇다. 문 정부와 윤 정부는 대북 정책 차이가 크다. 문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폐기할 의사가 없는 데도 핵을 폐기할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얘기했다. 북한을 대변하고 다녔다. 탈북민 2명 강제 북송은 엄청난 잘못이다.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와서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들을 생지옥으로 내몰았다. 살인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를 씌웠다. 탈북민 전원 수용이 윤 정부의 원칙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국립북한인권센터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허브가 될 것”이라며 진보 정부에서 대북 지원으로 제한됐던 통일부 활동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내가 대북 강경파? 헌법 4조 ‘자유민주적 통일정책’에 충실할 뿐”

이념과 실체 완전히 다른 북한에 대한 감성적 접근은 금물
문재인 정부 때 국내외 대북 관련 NGO 지원 대폭 줄어
올 6월 미국서 특별전시 등 北 인권문제 국제화 위해 노력
中의 탈북민 북송은 인권 유린… 원칙 지켜달라 요구할 것

―탈북민 입국자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 않다. 2022년 67명이었고, 지난해는 200명이 입국해 3배로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제약 요건이 없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탈북민 숫자는 더 증가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탈북민 중 고위층이 많이 늘고 있다. 외교관 같은 고위층 탈북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외교관 탈북민이 들어왔는가.

“지난해에도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몇 명 정도이고, 어떤 경로로 입국했나.

“다수의 북한 외교관이 탈북해 국내로 들어왔다고만 말씀드리겠다. 지난해 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200명을 봐도 다양한 나라를 거친 탈북 루트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내부 상황이 좋지 않아 숫자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탈북민은 계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탈북민 여성을 수용하는 제1하나원과 남성을 수용하는 제2하나원을 비롯한 대비책을 통일부가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국의 강제북송에 대한 통일부 대책은 무엇인가.

“중국에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이주민이라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심각한 인권 유린이 우려된다. 지난해 채택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명시된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이다. 중국이 완력 국가(군사력과 경제력은 키웠지만 대변하는 가치가 없는 국가)로 나온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강제북송을 논의할 한중 협의 채널은 없나.

“박진 전 외교부 장관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항의 친서를 보냈고, 한·중 각종 회담 때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도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저도 엘리사베트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과 영상회의를 하는 등 그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북한의 군사위협 고조는 위협인 동시에 대화의 문이 열릴 조짐으로도 해석되는데,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계획이 있나.

“솔직히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상당히 전향적 대북 제안이다. 완전 핵 폐기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비핵화 대화에 나오면 식량 지원이나 인프라 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융통성을 갖는 제안이다. 통일부는 올해 남북교류협력기금에 ‘담대한 구상’ 예산을 편성하는 등 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북한은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에 참여했고, 북·중 국경도 개방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북한이 지금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있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요원을 받아들일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제기구 요원 입국을 대화의 신호로 보는가.

“그렇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된다. 담대한 구상을 위한 대화의 창은 언제든 열려 있다. 베이징(北京)이든, 도쿄(東京)든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인다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남북관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진폭이 크다. 그동안 담대한 구상과 관련한 여건 마련에 꾸준히 노력해왔던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안보 불안을 유발해 윤 정부에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까지 더 심해질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군사위협을 통한 김정은 세습 체제 유지가 목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대로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및 미사일 위협은 한·미·일 자유주의 국가들의 더 강한 대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이 져야 한다. 우리 정부는 상황을 안정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관리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부의 북한 문제에 대한 국내외 단체와의 연대가 그동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북한 관련 활동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글로벌 비정부기구(NGO)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내외 대북 NGO 지원도 줄고, 활동도 축소되다 보니 북한 인권 관련 정보도 차단됐다. 통일부 장관 취임 후 한국주재 외국대사관 외교관들에게 정기적으로 북한 인권 관련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각국 외교관의 얘기도 들으면서 국제적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에는 국립북한인권센터 예산도 확보했다. 국립북한인권센터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허브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뮤지엄과 공동 전시회도 개최하고,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관에서 북한 인권 문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관한 특별전시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1억 명이나 된다. 올해 6월 특별전시를 하기로 협의가 끝난 상태다.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인권 탄압 역시 공산주의에 의한 피해다.”

―과거 통일부는 북한지원부처에 머물렀는데, 이전과는 다른 활동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화가 중요하다. 정권과 무관하게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공간이 국립북한인권센터가 될 것이다. 이 센터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이 이뤄질 것이다. 북한 인권은 국제사회가 보편적 가치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언젠가 큰 파도가 되어 북한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말이다. 탈북민들과 인터뷰를 해 보면,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 북한 정권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가 느껴온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이 됐는데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 문제, 공산주의 희생자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공감대를 얻는 주제다. 우리도 거기에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통일부도 이제 국제화로 나아가야 한다.”

―국제사회에 ‘관심 가져 주세요’가 아니라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가 전 세계 상영을 앞두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관련 영화 제작 같은 문화 지원에도 나설 것이다. 오는 2월 초에 동대문에서 서울 패션위크가 진행된다. 통일부에는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대책팀이 있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잊지 말라’는 뜻으로 물망초를 상징물로 만들었다. 모델들이 물망초 디자인이 들어간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할 것이다. 북한 인권이나 납북자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세계에 알리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고가 붙은 옷도 제작했다. 옷에는 QR코드가 있는데, 휴대폰으로 찍으면 북한 인권 사이트로 접속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알려 나갈 것이다.”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 주민의 생각과 의식, 행동이 바뀌고 있다.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2009년 화폐개혁을 했다가 실패했다. 북한 내 데이터를 보게 되면 북한 주민이 2010년부터 위안화, 달러를 소유한다. 북한 돈을 신뢰하지 않는다.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이다. 장마당에서 거래할 때 외국 돈으로 거래한다. 정권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보다 더 센 당이 장마당이라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노동신문을 통해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하나를 위해’라고 전체주의를 강조하지만, 북한에서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부패와 뇌물이 만연하면서 체제에 대해 실망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북한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것은 체제 유지가 힘들다는 반증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대화를 해야 하는 통일부가 너무 강경하게 나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관계를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내세우는 이념과 북한의 실체는 완전히 다르다. 대화를 얘기한다고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화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진보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실질적 남북관계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무조건 북한을 포용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 북한이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를 계속 거절하고 있을 뿐이다. 이산가족 상봉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촉구해 나가면서 민간 교류협력도 현재 상황을 감안해 질서 있게 관리해 나갈 것이다,”

―‘대북 매파’ 지적에 대해 동의하나.

“잘라서 말하면 동의하기 어렵다. 자유라는 가치의 실현은 대북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 헌법 4조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원칙을 통일부 장관으로서 지켜나갈 뿐이다. 헌법은 국민이 합의한 대원칙이다. 그 원칙을 지켜나가는 데 ‘대북 강경파’라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용산 대통령실에는 ‘자유홀’이 있다. 장관 임명장을 받은 홀 이름이다. 윤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 키워드가 자유다. 대북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남북관계나 통일정책에 있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북한 주민의 자유 증진은 중요한 문제다. 자유는 자원 분배의 왜곡을 막는다. 자유가 있는 나라에는 기근이 생기지 않는다. 자유가 없으니까 식량난이 생기고 아사자가 나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 낸다. 자유는 통일부의 중요한 가치다.”

정리 =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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