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U, 한화 김동관의 경우
김경락 기자 2024. 1. 17. 09:40
김경락의 기업정보 전면공략 2회
기업정보 전면공략은? 글자수가 많아 잘렸습니다. 애초 염두에 둔 문패는 ‘당신만 모르는 기업 이야기’였습니다. ‘당신만 모르는’은 모두에게 공개됐지만 모두가 알지는 못하는 ‘공시 정보’를 토대로 이 코너를 꾸려간다는 의미에서, ‘기업 이야기’는 재테크를 넘어 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들의 남모를 속사정도 들여다본다는 취지를 담은 문구였습니다. 2주에 한 차례 싣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지난 4일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흥미로운 공시를 일제히 냈습니다. 시장이나 미디어의 주목은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만, 뜯어보면볼수록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 공시였습니다. 앞으로 한화그룹의 10년은 내다볼 수 있는 내용이더군요. 과장일까요? 한번 읽어보시죠.
공시 문서 제목은 ‘주식등의대량상황보고서’입니다.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변동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공시입니다. 문서를 열어 1-5(변동사유)와 3-2(세부변동내역)를 읽었습니다. 앗 이 공시는 한겨레가 지난해 8월 보도한 바 있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안은 단순히 고위 임원들의 보수 제도 개편을 넘어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는 주제로 여겼으나 정보가 적어 답답하던 차였습니다. 열공 모드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공시 문서 제목은 ‘주식등의대량상황보고서’입니다.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변동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공시입니다. 문서를 열어 1-5(변동사유)와 3-2(세부변동내역)를 읽었습니다. 앗 이 공시는 한겨레가 지난해 8월 보도한 바 있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안은 단순히 고위 임원들의 보수 제도 개편을 넘어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 있는 주제로 여겼으나 정보가 적어 답답하던 차였습니다. 열공 모드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한화, 1월4일 지분변동 공시…김동관의 RSU 부여 상세 정보 드러나 이 공시에는 세상이 몰랐던 혹은 두루뭉술하게만 알려졌던 내용이 ‘숫자’와 함께 구체적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3곳으로부터 2020년 1월~2023년 2월까지 매년 받은 RSU 중 ‘주식 몫’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화에서 누적 약 26만7천주, 한화솔루션 약 19만8천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약 5만2천주였습니다. 모두 지급 시점으로부터 10년 뒤에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가 붙은 특수주식이죠. 언젠가 ‘회장’이 될 김동관씨의 그룹 지배력 확대에 영향을 줄 씨앗들입니다.
김 부회장이 RSU를 매년 부여받은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매년 각 회사의 정기보고서 공시(사업보고서 8-2 임원의 보수)에 담겨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간 공시에는 그 내용이 두루뭉술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한화의 2022년 사업보고서엔 김 부회장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주식 및 주식가치연계현금포함 총 19만1699주 상당)’으로만 적혀있었거든요. 이번 공시를 통해 RSU 중 주식이 9만5849주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죠.
또다른 사실도 이번 공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2020년과 2021년에도 김 부회장에게 RSU를 부여했더군요. 이 정보는 그간 정기보고서엔 없던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엔 까닭이 있습니다. 정기보고서엔 보수총액(주식 보상 제외)이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과 보수총액이 5억원이 넘으면서 회사 내 보수 순위가 상위 5위안에 든 임원(미등기 임원 포함)만 보수 내역이 담깁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당시엔 ㈜한화에선 부사장(미등기임원),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비상근 등기임원(사내이사)이었는데 모두 급여 등 보수총액이 5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그렇지 않다면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정 공시를 내야 합니다.)
입사 하자마자 성과보상? 좀더 세 곳의 계열사 사업보고서와 이번 공시를 좀더 면밀하게 살펴봤습니다. 고구마 캐는 듯 주렁주렁 놀라운 사실들이 달려나왔습니다. 먼저 이번 공시에서 처음 확인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 부회장에게 첫 RSU를 부여한 시점(계약 체결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그간 정기보고서에는 없던 ㈜한화의 2020년 부여 시점과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여 시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각각 2020년 2월11일, 2021년 3월29일입니다. 이 즈음 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두 회사의 2020·2021년도 사업보고서(2 회사의 연혁, 8-1 임원 및 직원등의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김 부회장은 ㈜한화에 2020년 1월1일 전략부문장(부사장)으로 입사해 일하고 있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2021년 3월29일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다시 말해 김 부회장은 ㈜한화에선 입사 한달 열흘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비상근 임원이 되자마자 주식 보상을 받은 셈입니다.
김 부회장이 RSU를 매년 부여받은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매년 각 회사의 정기보고서 공시(사업보고서 8-2 임원의 보수)에 담겨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간 공시에는 그 내용이 두루뭉술했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한화의 2022년 사업보고서엔 김 부회장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주식 및 주식가치연계현금포함 총 19만1699주 상당)’으로만 적혀있었거든요. 이번 공시를 통해 RSU 중 주식이 9만5849주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죠.
또다른 사실도 이번 공시에 담겨 있었습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각각 2020년과 2021년에도 김 부회장에게 RSU를 부여했더군요. 이 정보는 그간 정기보고서엔 없던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엔 까닭이 있습니다. 정기보고서엔 보수총액(주식 보상 제외)이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과 보수총액이 5억원이 넘으면서 회사 내 보수 순위가 상위 5위안에 든 임원(미등기 임원 포함)만 보수 내역이 담깁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당시엔 ㈜한화에선 부사장(미등기임원),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비상근 등기임원(사내이사)이었는데 모두 급여 등 보수총액이 5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그렇지 않다면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정 공시를 내야 합니다.)
입사 하자마자 성과보상? 좀더 세 곳의 계열사 사업보고서와 이번 공시를 좀더 면밀하게 살펴봤습니다. 고구마 캐는 듯 주렁주렁 놀라운 사실들이 달려나왔습니다. 먼저 이번 공시에서 처음 확인된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 부회장에게 첫 RSU를 부여한 시점(계약 체결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그간 정기보고서에는 없던 ㈜한화의 2020년 부여 시점과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여 시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각각 2020년 2월11일, 2021년 3월29일입니다. 이 즈음 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두 회사의 2020·2021년도 사업보고서(2 회사의 연혁, 8-1 임원 및 직원등의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김 부회장은 ㈜한화에 2020년 1월1일 전략부문장(부사장)으로 입사해 일하고 있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2021년 3월29일 비상근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다시 말해 김 부회장은 ㈜한화에선 입사 한달 열흘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비상근 임원이 되자마자 주식 보상을 받은 셈입니다.
RSU를 국내 대기업 중 드물게 도입한 한화그룹은 그간 기존 현금 중심 성과급 제도는 고위 임원의 단기 실적주의를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해왔습니다. ㈜한화의 인사 책임자인 이성수 사장(지원부문)도 지난해 8월 한겨레 기고에서 RSU에 대해 “단기 성과에 급급했던 기존 성과급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회사의 장기 성과를 유도하는 선진적 성과 보상 체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한화는 2020년에 이 제도를 도입과 함께 기존 성과급을 크게 줄이거나 폐지했습니다. 한마디로 RSU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이죠. 입사 한 달여만에, 또 이사가 되자마자 지급한 RSU는 도대체 어떤 성과에 대한 보상일까요? 입사와 함께 주는 ‘사이닝 보너스’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RSU는 해당 보직에서 6개월 또는 9개월만 근무하면 부여분에 대해 권리가 확정이 됩니다.
RSU의 가치와 부채 인식, 공시의 의미 김 부회장이 세 곳에서 받은 RSU의 가치는 얼마나될까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부여 시점에서 꼭 10년 뒤 회사의 주가에 연동하는 주가연계보상이니까요. 현재로선 가정을 통한 추산만 가능합니다. 저는 2023년 12월 세 회사의 일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히(물가·시간을 반영한 할인·할증은 하지 않음) 따져봤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이를 ‘현재 평가가치’라고 해두죠.
그 결과 김 부회장의 RSU 가치는 ㈜한화는 135억7천만원, 한화솔루션 119억4천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4억5천만원입니다. 모두 389억6천만원 상당입니다. 김 부회장은 세 곳에서 월급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공시가 되지 않은 ㈜한화가 지급한 2020년 월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급한 2021년치 월급을 빼고 공시된 정보로만 따져보니, 모두 158억8천만원입니다. 주식 보상이 월등히 많지요?
마지막으로 한화그룹은 부여한 RSU를 회계 장부에는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미래에 주식과 현금을 주는 것이니 장부에는 부채로 기입을 해놓아야 합니다. ㈜한화만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3분기 말 재무제표 주석(분기보고서 3-5-24-2)을 보면, 김 부회장을 포함 전 임직원에게 부여한 RSU 중 누적 주식몫은 119만4874주, 현금 몫은 139만9129주입니다. 이중 현금 몫에 대해 334억7025만원을 부채로 인식했습니다. 주식 몫은 미래에도 현금으로 유출되지 않으므로 따로 부채로 인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은 모두 공시된 정보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세 곳 계열사의 주가 기록을 토대로 썼습니다. 공시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이번 공시(1월4일·주식등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물론 각 회사의 정기보고서가 없다면 세 회사의 주주들은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 부회장이 얼마나 받는지, 받은 보수의 성격은 무엇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RSU의 가치와 부채 인식, 공시의 의미 김 부회장이 세 곳에서 받은 RSU의 가치는 얼마나될까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부여 시점에서 꼭 10년 뒤 회사의 주가에 연동하는 주가연계보상이니까요. 현재로선 가정을 통한 추산만 가능합니다. 저는 2023년 12월 세 회사의 일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단순히(물가·시간을 반영한 할인·할증은 하지 않음) 따져봤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이를 ‘현재 평가가치’라고 해두죠.
그 결과 김 부회장의 RSU 가치는 ㈜한화는 135억7천만원, 한화솔루션 119억4천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4억5천만원입니다. 모두 389억6천만원 상당입니다. 김 부회장은 세 곳에서 월급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공시가 되지 않은 ㈜한화가 지급한 2020년 월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급한 2021년치 월급을 빼고 공시된 정보로만 따져보니, 모두 158억8천만원입니다. 주식 보상이 월등히 많지요?
마지막으로 한화그룹은 부여한 RSU를 회계 장부에는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미래에 주식과 현금을 주는 것이니 장부에는 부채로 기입을 해놓아야 합니다. ㈜한화만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3분기 말 재무제표 주석(분기보고서 3-5-24-2)을 보면, 김 부회장을 포함 전 임직원에게 부여한 RSU 중 누적 주식몫은 119만4874주, 현금 몫은 139만9129주입니다. 이중 현금 몫에 대해 334억7025만원을 부채로 인식했습니다. 주식 몫은 미래에도 현금으로 유출되지 않으므로 따로 부채로 인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내용은 모두 공시된 정보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세 곳 계열사의 주가 기록을 토대로 썼습니다. 공시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이번 공시(1월4일·주식등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물론 각 회사의 정기보고서가 없다면 세 회사의 주주들은 한화그룹 승계 1순위인 김 부회장이 얼마나 받는지, 받은 보수의 성격은 무엇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된 건 임원 보수 공시가 꾸준히 강화된 덕택입니다. 과거엔 주식 보상은 커녕 개별 임원의 보수도 알기 어려웠지요. 이번 공시도 금융감독원이 임원 보수 공시 제도를 강화한 덕택에 나왔습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기업의 건강한 경영은 물론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 발전의 알파이고 오메가입니다.
(* RSU 가치에 대한 분석과 RSU의 용도 분석, 임원 보수 공시 제도의 변화 등은 한겨레 16일자 1·3·4면에서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RSU를 김 부회장외에도 그의 동생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도 부여했습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여러분도 전자공시를 살펴보길 권합니다. 언제 얼마나 어떻게 RSU를 줬는지를요. 그리고 그 의미도 음미하면서요!)
(* RSU 가치에 대한 분석과 RSU의 용도 분석, 임원 보수 공시 제도의 변화 등은 한겨레 16일자 1·3·4면에서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RSU를 김 부회장외에도 그의 동생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도 부여했습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여러분도 전자공시를 살펴보길 권합니다. 언제 얼마나 어떻게 RSU를 줬는지를요. 그리고 그 의미도 음미하면서요!)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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