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빈 "'사랑한다고 말해줘', 익숙해서 놓친 것들의 이야기"

황재하 2024. 1.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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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화가와 사랑에 빠지는 연기…"수어 연기, 새로운 경험"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배우 신현빈 [유본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드라마가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이 끝났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익숙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라서 그런가 싶었죠."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장르물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최근 방송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느린 전개와 차분한 분위기의 멜로 드라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인물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내용이 별로 없다'며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현빈은 이 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언급하면서 "사실 저도 대본을 처음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고, 왜 그런지 고민해봤다'고 털어놨다.

신현빈은 "두 주인공의 집이 모두 서울이라 익숙한 곳인데도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이 많아서 바라보게 된다"며 "당연한 것은 없는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방송 화면 [스튜디오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농인 화가와 무명 배우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로, 1995년 방송된 동명(원제 愛していると言ってくれ)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익숙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 드라마'라는 신현빈의 설명처럼, 그가 연기한 여주인공 정모은은 우연히 청각장애가 있는 차진우(정우성 분)를 만나면서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겨온 '소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진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대답하지 않았다가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받거나 불이 나는 카페에서 경보음을 듣지 못해 위험에 처한다. 진우가 농인인 것을 알고 있던 모은이 불이 난 카페에서 위험에 처한 진우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진우와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 모은은 수어를 배워 공유할 수 있는 표현을 늘려가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진우를 연기한 정우성뿐 아니라 상대역인 신현빈도 수어를 쓰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신현빈은 "수어로 소통하는 장면은 서로 눈을 바라봐야만 대화가 된다"며 "현실에서도 연기를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오래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 없었는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애를 다루는 만큼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 자칫 오해나 왜곡된 시각을 담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인물 묘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진 않고 있다.

신현빈은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인 드라마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드라마를 보시고 한 시청자가 '청각장애가 있는 딸이 모은이와 같은 나이'라며 누군가가 딸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해주시는 걸 듣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배우 신현빈 [유본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농인의 삶이 장애 없는 사람의 삶과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다루고, 소통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고민하게 한다.

모은이 진우와 갈등을 겪은 뒤 무거운 마음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장면은 소통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모은은 "수어를 한 마디도 모를 땐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다 알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 지금은 아는 단어는 많아졌는데 왜 대화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라고 말한다.

신현빈은 "실제 대화를 할 때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비언어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며 "소통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장애를 뛰어넘은 사랑이 가능할지 묻는 말에는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연기를 하면서 오랜 시간 사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에너지를 느끼는 경험을 하면서 그렇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그 이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는 거니까요."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배우 신현빈 [유본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에서 모은은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하고 아르바이트와 단역 출연을 병행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단역의 설움을 겪는 모은과 달리 신현빈은 2010년 데뷔작인 '방가? 방가!'에서 베트남인 미망인으로 출연해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왔다.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신현빈은 현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출연을 확정하고 촬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신현빈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을 묻는 말에 "미리 정해놓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어 "주어지는 작품 중 인연이 닿고 마음이 가는 작품들을 하게 된다"며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를 계속 못 알아봐 주시면 좋겠어요. '쟤가 걔야?' 이런 말을 듣는 게 좋거든요. 어떻게 하면 달라 보일지 고민하는 편이라서 그냥 캐릭터로만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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