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평은 나의 부스트"…한소희, 배우의 자세
[Dispatch=이명주기자] "안 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한소희)
눈빛을 반짝였다. 민감한 질문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즉답을 내놨다.
무엇보다, '경성크리처'에 대한 확신이 인상적이었다. 거창한 수사나 자기 포장을 하지 않았다. 간결하고 명료했다. 그저, 안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
"사실 (일제 강점기의) 경성은 많이 다뤄졌던 주제잖아요.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그 생각 뿐이었죠." (한소희)
한소희를 만났다.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가진 소신을 들었다.
◆ 정동윤, 강은경 그리고 박서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1945년, 경성을 무대로 한 시리즈물이다. 일본군 731부대가 주요 소재로 쓰였다. 생체 실험으로 인해 크리처가 생겨났다는 설정이다.
톱배우들이 남녀 주연을 맡았다. 박서준이 금옥당 대주 장태상으로 분했다. 한소희는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했다. 이들 모두 한류 스타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이례적인 선택이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한소희는 "저한테는 일도, 작품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작업"이라며 "(작감배 모두)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브리그'를 봤거든요.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정동윤 감독 연출에 '부부의 세계' 강은경 작가 집필, 게다가 박서준 배우도 출연한다고 하니까 꼭 하고 싶었습니다."
작품 공개 소감을 묻자 "떨리고 신기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소희는 "공개 2주 정도 됐는데 아직 현실로 다가오진 않는다. (시청자)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많은 주목을 받은 게 처음이거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전 세계에 공개되니까 체감상 더 신기한 것 같아요."
◆ 윤채옥으로 살아온 2년
시즌1과 시즌2를 연달아 찍었다. 촬영 기간만 2년 남짓 걸렸다. 한소희는 이 기간 동안 윤채옥으로 살았다.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채옥은 왜 10년 간 엄마를 찾아다녔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했다.
"맡은 배역과 교집합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채옥은 엄마를 찾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사람이잖아요. 시대가 주는 다름도 있고, 그 부분이 저와는 맞지 않았죠."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시청자는 내 눈을 통해서 세이싱을 마주하지 않나. 내가 채옥이 되지 못하면 괴물도 어머니로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채옥이 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괴물이 된 엄마를 만나는 장면에서) 감정이 한 마디로 형용이 안 되는 거예요. 너무 충격적인 거죠. '어머니 맞아? 누가 이렇게' 대사를 뱉었는데 (애드리브로) 그냥 나왔어요. 스스로를 채옥으로 느끼게 하려고 (극중 상황에) 몰아넣었던 것 같아요."
액션 역시 치열하게 준비했다. 틈날 때마다 액션 스쿨에 방문했다. 처음 시도하는 와이어 액션을 위해 하루 4~5시간 동작을 익히고, 운동에 매진했다.
"'마이 네임' 때와는 달랐어요. 지우가 죽기 살기로 뛰어드는 캐릭터라면 채옥이는 기술적으로 몸을 잘 사용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날렵한 동작을 많이 연습했습니다."
◆ '대체 불가'한 한소희
한소희는 한 과자 브랜드 광고 모델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등장과 동시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 '어비스', '백일의 낭군님' 등에 출연했다. '부부의 세계' 여다경 역할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예쁜 외모로 주목 받았지만 그 이미지에 갇혀 있진 않았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오갔다. 세자빈을 비롯해 국민 불륜녀, 조소과 학생, 언더커버, 생계형 작사가 등 매 작품마다 새롭게 변신했다.
앞으로의 도전이 궁금했다. 한소희는 "'경성크리처'를 2년 찍으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부모님 두분 다 계셔야 하고 바람 안 피는 남자친구도 있어야 하고. (웃음)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는 것. "저만 낼 수 있는 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대체가 불가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부정적 반응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신만의 비법도 전했다. "저는 보기 싫어도 악평까지 다 읽는다.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게 내 부스터가 된다"고 말했다.
"보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면 '내가 놓친 건 뭘까'에 집중하죠. 그 책임을 시청자들께 묻고 싶진 않아요. (안 좋은 평가를) 악플이라 치부하고 무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즌2에 관한 흥미로운 단서도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안에 '경성크리처' 시즌2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소희는 "시즌2는 전개가 되게 빠르다. 보다 속도감 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즌1 말미에) 채옥이 눈을 뜨잖아요. 착한 눈일까요? 나쁜 눈일까요? 혹시 마에다처럼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대해 주세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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