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경질' 무리뉴는 끝까지 로마 사랑했다...작별마저 로맨틱 "눈물, 기쁨, 형제, 역사, 영원"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조세 무리뉴 감독은 끝까지 AS로마를 사랑했다.
AS로마는 1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로마는 무리뉴와 그의 코칭 스태프가 즉시 클럽을 떠날 것임을 알린다. 새로운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 대한 추가 업데이트가 곧 이어질 예정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AS로마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 실패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다. 토트넘에서 일자리를 잃은 직후, 무리뉴 감독은 잠시 동안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휴식 의지를 꺾은 팀은 AS로마였다. AS로마의 적극적인 설득에 무리뉴 감독은 다시 사령탑을 맡기로 결정했다. 구단 차원에서도 무리뉴 감독을 밀어주기 위해서 첫 시즌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타미 아브라함을 시작으로 마라쉬 쿰불라, 엘도르 쇼무로도프, 호제르 이바녜스, 루이 파트리시우 등을 영입해줬다. 쇼무로도프를 제외한 선수들이 이적료값을 해준 건 다행이었지만 로마는 시즌 내내 선수들의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의 시즌 아웃 부상은 무리뉴 감독의 구상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일이었다.
다행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제자인 크리스 스몰링이 인생 시즌을 보내면서 버텨줬다. 공격에 있어서는 아브라함의 활약이 돋보였다. 아브라함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17골을 넣었고, 시즌 전체로는 27골을 넣으면서 단숨에 로마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로렌초 펠레그리니와 니콜로 자니올로의 활약도 꾸준했다.
얇은 선수단으로 인해서 대회 병행이 매우 힘들었던 AS로마는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토너먼트 대회 우승 일가견이 있는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뒷받침되자 AS로마는 UEFA 유로라컨퍼런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UEFA 주관 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AS로마는 최고의 시즌 마무리를 해냈다.
무리뉴 감독 역시 토트넘 시절 무관에 그치면서 비판을 받았던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무리뉴 감독과 AS로마는 AS로마를 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역사네 남게 됐다.
2년차 시즌, 무리뉴 감독이 확실한 성적을 내줬는데도 불구하고 AS로마는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서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가 없었다. 대신 자유계약자로 풀린 선수들 영입에 집중했다. 첼시와 맨유에서 무리뉴 감독과 호흡했던 네마냐 마티치를 데려왔고, 유벤투스와 계약이 만료된 파울로 디발라를 데려오면서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래도 AS로마의 전력은 세리에에서도 최상위급 전력이 아니었다. 김민재와 흐비차 크라바츠헬리아를 영입한 나폴리가 폭주기관차처럼 1위를 질주하는 사이 AS로마는 상위권에서 경쟁했다. 디발라를 데려온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디발라는 공식전 38경기에서 18골을 폭발시키면서 무리뉴 감독의 황태자가 됐다. 1년차처럼 AS로마는 시즌 후반기가 되자 유럽대항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무리뉴 감독은 내친김에 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까지 노렸다. UEL의 제왕인 세비야와 만난 무리뉴 감독의 AS로마는 전반 35분 디발라의 선제골로 우승에 가까워졌지만 승부차기 끝에 1-4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무리뉴 감독은 주심이었던 앤서니 테일러를 향해 폭언을 해 UEFA로부터 사후징계를 받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의 3년차 시즌에도 AS로마는 가성비 영입에만 집중했다. 레안드로 파레네스, 헤나투 산체스, 후셈 아우아르, 사다르 아즈문 등 전 소속팀에서 실패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방점은 로멜로 루카쿠였다. 첼시에서 골칫거리가 된 루카쿠를 다시 품은 무리뉴 감독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AS로마는 크게 휘청거렸다. 리그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한때는 18위까지 추락했다. 무리뉴 감독 스스로도 최악의 시즌 출발이라는 걸 인정했지만 AS로마는 조금씩 반등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AS로마는 성적이 우상향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리그 9위로 순위만 보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4위와 승점 차이가 단 5점이라서 충분히 따라갈 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더 이상 AS로마를 이끌 수가 없었다. 구단에서 갑작스럽게 경질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댄 프리드킨 AS로마 구단주는 자신의 아들과 상의한 끝에 무리뉴 감독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질이 발표되던 당일에 갑작스럽게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S로마 팬들은 구단주의 결정에 매우 분노했다.
첫 시즌을 제외하면 열악한 지원으로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무리뉴 감독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시즌 연속 유럽대항전 결승전 진출의 힘은 무리뉴 감독의 힘이 컸던 게 사실이다. 3년차 시즌 역시 시즌 초반 부상자가 너무 많았던 로마였다. 반등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는 와중에 무리뉴 감독을 경질해버리자 구단의 행보에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무리뉴 감독을 경질하고 데려온 인물도 팬들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다. 로마는 1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니엘레 데 로시 감독이 2024년 6월 30일까지 로마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공식발표했다. 또 "데 로시 감독은 AS로마에서 18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이젠 감독으로 돌아와 엘라스 베로나전에서 처음으로 로마 감독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댄 프리들킨 구단주와 라이언 프리들킨 CEO는 "데 로시 감독에게 로마 지휘봉를 맡겨 매우 기쁘다. 데 로시 감독의 리더십과 야망은 팀을 끝까지 이끌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대감을 선사해줄 거라 믿고 도전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열정을 가졌다. 선수들을 가이드해주면서 클럽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대표할 능력이 있다는 확실을 줬다"고 언급했다.
데 로시는 프란체스코 토티와 함께 AS로마 역대 최고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AS로마에서 성장해 선수 생활 18년동안 AS로마와 함께했던 전설이다. AS로마에서 보여줬던 데 로시의 활약은 유럽 전역으로 따져도 최고 레벨이었다.
데 로시가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건 사실이지만 지도자로서의 경력은 심할 정도로 초짜이기 때문이다. 2020년 선수 생활을 은퇴한 데 로시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데 로시는 2022년 10월 세리에 2부리그 소속이던 SPAL에 부임하면서 지도자 경력을 출발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그 후로는 어느 팀도 이끌지 않았다.
2부리그에서 경질되고, 프로 지도자 경력이 4개월밖에 되지 않는 데 로시를 무리뉴 감독의 대체자로 데려온 것이다. 데 로시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너무 도박에 가까운 선택처럼 보인다.
일단 데 로시는"내게 감독을 맡긴 로마 보드진에 감사를 표한다. 난 항상 모든 걸 바치는 사람이다. 직면한 도전을 시즌 끝날 때까지 맞설 것이다. AS로마 벤치에 앉는다는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AS로마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시간도 없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경쟁력을 갖고 목표를 위해 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것만 생각하겠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로마의 사랑을 받았던 무리뉴]
무리뉴 감독이 하루아침 사이에 경질됐다는 소식에 AS로마 팬들은 구단 앞으로 달려갔다. 구단을 빠져나가는 무리뉴 감독 앞에는 약 500명 정도의 AS로마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AS로마 팬들은 끝까지 무리뉴 감독에게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면서 그를 위로했다. 무리뉴 감독 역시 "지난 2년 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무리뉴 감독이 차량을 타고 나가자 AS로마 팬들은 무리뉴 감독 응원가를 불러줬다.
현재 AS로마 팬들은 "당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멍청한 결정"이라는 댓글부터 시작해 "무리뉴의 잘못은 가난한 팀을 데리고 우승을 하고, 다음에는 결승에 진출하는 것뿐이었다"면서 구단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AS로마에 진심이었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 "땀, 피, 눈물, 기쁨, 슬픔, 사랑, 형제, 역사, 마음, 영원"이라는 내용과 함께 AS로마 시절 추억이 담긴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렸다. 게시글 등록 2시간 만에 39만 개의 하트와 3만 2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무리뉴 감독을 위로해주는 내용이었다.
선수들 역시 무리뉴 감독의 경질을 믿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리뉴 감독 밑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디발라는 개인 SNS를 통해 "고마운 감독님. 그동안 고마웠다. 당신과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즐거웠다. 당신의 조언과 제게 해주신 모든 말씀에 감사드린다. 당신과 당신의 스태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곧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면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무리뉴의 경질 위약금은?]
영국 '더 선'은 무리뉴 감독의 경질이 발표된 후 지금까지 무리뉴 감독이 경질 위약금으로만 얼마를 벌었는지를 공개했다. 첼시 1기 시절부터 AS로마에서까지 도합 8,090만 파운드(약 1367억 원)를 받았다. 최다 위약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받은 1,960만 파운드(약 331억 원)였다. 최저는 이번에 AS로마에서 경질되면서 받은 300만 파운드(약 51억 원)였다. 토트넘과 이별했을 때도 1,500만 파운드(약 254억 원)를 수령했던 무리뉴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2시 시절을 이후로 맨유와 토트넘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AS로마에서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차기 행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아라바아 구단들의 천문학적 제안을 이미 거절한 바 있는 무리뉴 감독이다. 프리미어리그(PL) 구단들과도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즌 도중에 뉴캐슬과 연결된 적이 있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