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사인회 가려 사모으는 ‘예쁜 쓰레기’ … 앨범 판매량 1억장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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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연간 앨범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인 1억 장을 돌파했다.
초동(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100만을 달성한 앨범만 29장이었다.
써클차트 기준 지난해(1∼50주차) 앨범 판매량은 1억1151만2375장으로 2022년(7711만 장) 대비 4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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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459만장서 급속 성장
초동 100만장 달성 29개 ‘최다’
팬사인회 응모권·랜덤 포토카드
무작위 요소탓 수십 ~ 수백장 구입
QR코드 친환경 앨범도 나오지만
포장 등 쓰레기 여전 ‘그린 워싱’
지난해 국내 연간 앨범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인 1억 장을 돌파했다. 초동(음반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100만을 달성한 앨범만 29장이었다. 하지만 햇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쏟아지는 음반을 구성하는 플라스틱 CD와 부속품들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예쁜 쓰레기’라는 따가운 지적 속에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친환경 앨범을 발매하는 추세지만 “그린워싱(친환경 경영을 하는 척 위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써클차트 기준 지난해(1∼50주차) 앨범 판매량은 1억1151만2375장으로 2022년(7711만 장) 대비 49%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앨범 판매량은 △2019년 2459만 장 △2020년 4170만 장 △2021년 5708만 장 △2022년 7711만 장 △2023년 1억1151만여 장을 기록하며 꾸준히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또한 초동 100만을 달성한 음반은 현재 50장이며, 팬덤에 의존한 K-팝 시장 특성상 초동 밀리언셀러 음반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초동 100만을 달성한 음반은 △2018년 1장 △2019년 1장 △2020년 3장 △2021년 4장 △2022년 12장 △2023년 29장이다.
앨범 판매량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기획사의 초동 성적을 의식한 사전판매, 사행성 끼워팔기 때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2010년대 후반 스트리밍 차트 데이터 반영 개편 이후 음원 차트 줄세우기가 불가능해졌다. 아이돌 팬덤은 한터차트에서 발매 첫 주 주간 판매량을 공개하는 첫 주 음반 판매량 수치에 그룹의 위상을 투영하기 시작했고 그 상황이 경쟁으로 이어져 초동 판매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그룹 앨범엔 팬사인회 응모권, 랜덤 포토카드 등 무작위적인 요소를 도입한 구성품들이 들어있다. 이러한 무작위적 요소 때문에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또는 팬사인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팬들은 같은 앨범을 수십∼수백 장씩 구입한다. 이렇게 구매한 앨범 중 소장용 1장을 제외하곤 모두 버려지는 ‘앨범깡’ 문제도 불거졌다. 팬사인회 응모 등의 목적으로 구매하지만,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마는 구매 행태가 지적받자 K-팝 기획사들은 친환경 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플라스틱 CD를 제거하고 음원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를 수록하거나 친환경 재질로 만든 구성품들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앨범 역시 팬들이 내용물을 보고 선택할 수는 없다. 랜덤 포토카드 등 무작위적 요소 때문에 결국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다. 친환경 앨범은 플라스틱 CD 대신 앨범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제공하지만, 포장지와 용기는 결국 쓰레기가 된다. 결국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 대량의 친환경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앨범은 실제로 소장하려는 목적과 팬사인회 목적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소장 목적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팬사인회 목적은 수치상 성과를 위해 필요하지 않은 팬들에게도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팬들이 앨범을 불필요하게 많이 사게 만들 필요가 있는지 소속사 측에서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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