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만 넣자” 만년꼴찌 축구팀과 분노조절장애 감독의 만남

이정우 기자 2024. 1. 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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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골만 넣는 게 소원인 피파 랭킹 꼴찌 팀과 분노조절장애로 업계에서 퇴출된 감독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 관객에겐 '토르'로 친숙한 뉴질랜드 출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오랜만에 자신의 터전인 폴리네시아로 돌아가 만든 영화 '넥스트 골 윈즈'(24일 개봉·사진) 얘기다.

이 팀에 경기마다 화난다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퇴장당하기 일쑤인 축구감독 토머스 론겐(마이클 패스벤더)이 부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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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넥스트 골 윈즈’ 24일 개봉

단 한 골만 넣는 게 소원인 피파 랭킹 꼴찌 팀과 분노조절장애로 업계에서 퇴출된 감독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 관객에겐 ‘토르’로 친숙한 뉴질랜드 출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오랜만에 자신의 터전인 폴리네시아로 돌아가 만든 영화 ‘넥스트 골 윈즈’(24일 개봉·사진) 얘기다.

영화는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남태평양 섬나라 아메리칸사모아 축구 대표팀이 2011년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 1차 예선에서 통가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메리칸사모아는 호주에 31대 0이란 기록적인 패배를 당한 바 있는 최약체 축구팀. 이 팀에 경기마다 화난다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퇴장당하기 일쑤인 축구감독 토머스 론겐(마이클 패스벤더)이 부임한다. 축구가 경쟁이기 전에 즐거움이었던 아메리칸사모아팀으로선 날벼락이고, 론겐으로선 감독으로서 실패자란 낙인이다.

외로운 섬 같은 패배자들이 만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고, 그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 선수들과 론겐이 대립하다 화해하게 되는 과정도 유기적이지 않다. 다만 재치있는 대사들이 툭툭 던져지며 재미를 준다. 여러모로 홈리스 축구단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그린 지난해 한국 영화 ‘드림’이 연상된다.

영화의 매력은 아메리칸사모아란 낯선 나라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는 점이다. 폴리네시아계 유대인인 와이티티 감독은 폴리네시아 섬나라의 이국적인 풍경과 이채로운 그들의 관습을 보여준다. ‘토르’나 ‘조조래빗’을 만든 할리우드 감독으로 알기 쉽지만, 사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다양한 독립 영화를 만들며 능력을 인정받던 감독이다.

제한 속도 30㎞를 넘기지 않고,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기도 시간은 꼭 지키는 이들의 낙천적이고 종교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맛이 있다. 경기를 앞두고 아메리칸사모아 선수들과 통가 선수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소리를 지르며 신경전을 펼치는 것도 진풍경이다. 아메리칸사모아팀의 승리를 구전 동화같이 전하는 스토리텔링 방식도 재기발랄하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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