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은 법적근거 없는 모호한 지위… ‘제2부속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Who, What, Why]

서종민 기자 2024. 1. 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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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배우자 부속실’부활 딜레마
박정희 전대통령때 처음 설치돼
육영수 소외계층 행보 위세강화
박근혜 정권 ‘무임소 장관’논란
안봉근·최순실 의혹 등에 폐지
文정권때 김정숙여사 활동 활발
재설치 후 직원채용 놓고 ‘시끌’
尹 선거공약따라 배우자팀 운영
김건희 활동 잡음일자 설치 검토
사진 왼쪽부터 육영수·이순자·김옥숙·손명순·이희호·권양숙·김윤옥·김정숙 여사.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활동,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2부속실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작은 대통령실’을 추구하면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2년이 되기도 전에 이런저런 구설수가 잇따르면서 제2부속실 설치로 돌아서고 있다.

1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절차 자체는 간단하다”며 “다만 공약 사항의 변경이라는 점에서 국민 의견과 양해를 먼저 구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치하는 경우 1급 비서관급의 제2부속실장 인선, 5∼10명 규모의 인력 편성 등이 필요하다. 관련 예산이 별도로 공식적으로 편성되고, 김 여사 관련 업무의 체계적 수행도 이뤄지면서 투명성이 강화되는 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를 약속했던 것은 대선 당시 김 여사를 둘러싼 잡음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김 여사가 ‘허위 학·경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하면서 제2부속실 필요성이 없어진 면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배우자는 가족일 뿐 영부인이라는 말도 쓰지 말자”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취임 후 부속실만 두면서 소수로 이뤄진 이른바 ‘배우자팀’에서 김 여사의 일정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특검 수사) 카드를 꺼내 들고 총선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면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있었던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들었다.

과거 제2부속실장은 ‘무임소 장관’이라고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제2부속실이 업무 영역의 경계 없이 청와대 안팎의 업무에 관여했던 데 대한 일종의 별칭이었다. 안봉근 당시 제2부속실장은 비서관급이었는데도 그 권력이 강했다는 점에서 무임소 장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제2부속실은 행정안전부, 국방부, 법무부 등 특정 정부 부처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권 전체의 사안을 다루었는데 비판이 거세지자 제2부속실은 2015년 폐지됐다. 이후 ‘국정농단’ 국면에서는 최서원(최순실) 씨가 제2부속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제2부속실은 김정숙 여사가 2016년 하반기부터 소위 ‘정치 내조’를 한 것을 계기로 되살아났다. 김 여사는 ‘문재인 호남특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정치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 여사의 활동을 관리하기 위해 제2부속실 재설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김 여사가 2018년 11월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단독 방문하면서 타지마할 관광에 나서며 논란은 커졌다. 또 김 여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되는 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 1972년 육영수 여사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속실을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로 나누었다. 제1부속실은 대통령,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각각 보좌하는 기구였다. 육 여사가 육영재단 등을 통해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제2부속실 위세도 강해졌다. 다만 영부인은 현행법상 ‘대통령 가족’에 불과하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경호 대상으로 지정돼 있는 것 외에는 법적 근거가 없는 모호한 지위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김건희 여사의 활동을 관리할 제2부속실장 인선, 조직 규모 등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설치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부터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까지 여러 방안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총선전에 설치될 경우 민주당이 예산·조직 편성 등을 빌미로 자료요구권 등을 활용해 김 여사를 물고 늘어지면서 정치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이 ‘총선 정쟁용’이라며 쌍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취지도 퇴색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 설치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그 활동 범위와 지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설치를 실제로 한다면 해당 조직을 통해 김 여사와 관련한 활동 사항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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