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사탕’으로 사랑 주신 선생님… 아직도 기억하고 사랑합니다[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2024. 1. 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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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다인이예요.

그리고 저는 그런 선생님의 막대사탕을 가장 자주 받는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제가 사탕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저는 사탕이 아니라 사탕을 주는 사람이 선생님이어서 좋았던 건데 말이에요.

선생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직도 사랑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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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보건복지부장관賞 해밀중 김다인 학생

마법 사탕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다인이예요.

잘 지내셨나요? 다행히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름은 얄궂게 다가오는데, 선생님께선 이 장난기 많은 계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도, 이렇게나마 말을 건네는 것도 오랜만인지라 조금은 설렌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녹음이 우거진 6월이었어요. 저는 전학 간 학교에서 설레고 떨려서 말도 제대로 못 했죠. 그런 제게 선생님이 내미신 건 다름 아닌 막대사탕 한 개였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친절하시다지만 선생님은 조금 달랐습니다. 허리를 덮는 긴 갈색 머리에 흩날리는 원피스를 입고 예쁜 미소로 아이들을 대해주시던 선생님은 항상 막대사탕을 몇 개씩 주머니에 넣고 다니셨죠. 그리고 저는 그런 선생님의 막대사탕을 가장 자주 받는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제가 사탕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요? 저는 사탕이 아니라 사탕을 주는 사람이 선생님이어서 좋았던 건데 말이에요.(중략)

선생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직도 사랑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곤 해요. 첫사랑의 간질거림, 부모의 한도 없는 애정, 스승에게 내비치는 동경, 사랑이란 단어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지만 사랑이 뜻하는 의미는 수없이 많잖아요. 그 수많은 의미 중 하나가 선생님에게로 향한다는 건 제게 정말로 특별한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쉬운 일이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솔직한 사랑을 내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죠. 짧게 이어지는 관계라면 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놀랐어요. 제게 솔직하고 투명한 애정을 보인 건 선생님이 처음이었거든요. 친구와 싸우면 사이좋게 둘 다 혼내시고, 놀이터에서 놀다 무릎이 다 까져서 오면 속상해하시며 반창고를 붙여주셨죠. 제가 기른 토마토가 달게 익자 토마토를 씻어 제 입에 넣어주셨어요. 그때 먹은 토마토가 어찌나 달던지. 정말 웃음만 나올 정도로 달았다니까요. 그 단순하지만 솔직한 애정이 너무 감사해서 선생님께는 제 감정을 다 표현하고 싶었어요. 분홍색 토마토는 없을까? 씨앗에 물감을 칠하면 분홍색 토마토가 되지 않을까? 이런 바보 같고 시답잖은 이야기조차 선생님과 나누면 구름 위에 올라온 듯 포근하고 행복해서 더욱 그랬는지도요.

물론 조용하고 소심하던 저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그래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죠. 저는 손편지가 주는 분위기가 좋아요. 비 오던 날 꿉꿉했던 공기, 진득이 맞닿은 무릎과 슬리퍼에 맺힌 물방울. 순간이 주는 우연에 의지한 기억들에서 여운이 다시금 되살아나니까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글자에서 묻어 나올 때면 긴 여운이 남아 그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중략)

전 지금도 선생님이 보고 싶어요. 다시 뵙게 되면 제가 이렇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라고 얘기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선생님의 하루하루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게 주셨던 막대사탕의 달콤함처럼, 선생님도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그 달콤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만큼 행복하게 살아갈 테니, 선생님도 다시 만날 그날까지 행복하셔야 해요. 그땐 제가 선물할게요. 우리의 추억이 듬뿍 담긴, 어느 날의 마법 같은 달콤함을요.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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