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샷 기술’ 개발 성공… 기억 · 인지 과정 실시간 관찰한다[Science]
카이스트 허원도 교수· 존스홉킨스 의대 권형배 교수 공동연구
시냅스의 생성과 소멸 과정
형광단백질 결합시켜 시각화
각각 시냅스 역동적 변화 체크
뇌질환 원인 규명 연구 청신호
기억·인지·감정 같은 사람의 사고 작용은 뇌 속 시냅스(Synapse)의 생성과 소멸로 체화(體化)된다. 시냅스는 뇌 신경세포(뉴런·neuron)를 연결하는 접합부다. 이 연결 부위는 고정적인 상태로 머물지 않고 왕래가 잦은 뉴런 간 시냅스는 더 증가하고 적은 곳은 소멸한다. 마치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한강 다리처럼 차가 많이 다니는 구간의 다리는 더 많이 건설되고, 왕래가 뜸한 곳의 다리는 철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동물에서 이 같은 시냅스의 형성과 소멸을 포함한 뉴런 간 연결의 변화를 실시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뇌 기능과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은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권형배 교수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이상규 박사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시냅스의 형성과 소멸 등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형광 단백질(dimerization-dependent fluorescent protein, ddFP)을 시냅스와 결합시켜 뉴런 간의 시냅스 연결 과정을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형광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반딧불처럼 환하게 빛을 내는 물질이다. 시냅스에 형광 단백질을 결합한 이 기술은 시냅스와 스냅샷(Snapshot, 실시간 사진)이란 단어를 조합해 ‘시냅샷(SynapShot)’으로 명명됐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손승규(박사과정), 이진수(박사과정),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정강훈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2024년 2월호 인쇄판에 게재될 예정이며, 1월 8일자 온라인판에 먼저 게재됐다.
우리 뇌 속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뉴런마다 1000∼1만 개의 시냅스를 뻗어 약 600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유하자면 뉴런은 야구장에 있는 전광판의 LED 전구이고, 시냅스는 그 연결 전선들이다. 어느 연결부에 전류를 흘리냐에 따라 전광판의 전구들은 꺼졌다 켜졌다 하며 다채로운 이미지를 표시한다. 전광판에 나타나는 여러 글자나 동영상은 시냅스를 통한 뉴런 간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뉴런과 뉴런들이 시냅스로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수없는 조합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나의 생각, 즉 기억·인지·감정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서 감소하는 시냅스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 관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팀은 초록과 빨강 형광을 띠는 ‘시냅샷’을 디자인해 2개의 서로 다른 뉴런과 연결된 시냅스를 쉽게 구별해 관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빛으로 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과 융합해 뉴런의 특정 기능을 빛으로 조절함과 동시에 시냅스의 변화도 살펴보는 데 성공했다. 살아있는 생쥐에게 시각적 구별 훈련, 운동 및 마취 등 여러 상황을 유도하면서 새로 개발한 시냅샷 기술로 각 과정에서 시냅스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자 각각의 시냅스가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살아있는 포유류의 시냅스 변화를 세계 최초로 관찰한 것이다.
공동교신저자인 이상규 박사는 “생애주기별 시냅스의 형성, 소멸 과정의 역동성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밝히고,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뇌 발달 장애 및 퇴행성 뇌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허 교수는 “시냅샷 기술로 과거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시냅스의 빠르고 역동적인 형성과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이 기술은 뇌과학 연구분야의 연구방법론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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