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창업 후 월수익 150만원, 남편은 괜찮다는데…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1. 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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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1편
직원 안 쓰는 ‘나홀로 사장님’
하지만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쳐
자녀 계획 수립하기 힘든 상황
안정적인 미래 설계 가능할까

30대 중반에 컵과일 가게를 창업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지금은 월 수익이 150만원에 불과하지만, 남편 양서훈(가명·35)씨는 나름 만족한다. 아내 한은서(가명·34)씨는 이런 남편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언제 고꾸라질지도 모르는 창업시장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동상이몽 중인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자영업자의 상황은 매년 나빠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 중 '나홀로 사장님'이 부쩍 늘어났다.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되지 않아 1인 체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는 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22만명이었던 1인 사업자는 2023년 450만명으로 2년 새 6.6%가 늘어났다. 1인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직원 급여가 발생하지 않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가족을 종업원으로 채용해서인데, 이런 사업자가 94만명이나 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서훈(가명·35)씨도 창업 6개월차에 접어든 나홀로 사장님이다. 산업단지 인근 가게에서 '컵과일'을 판매하는 그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혼자서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배달은 대행업체를 쓴다.

창업 아이디어는 평소 산업단지에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해 얻어냈다. 그중에선 혼자 사는 20~30대 미혼족과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았다. 이들이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양씨는 지난해 7월 직장을 그만두고 컵과일 가게를 오픈했다.

양씨가 아이템만 보고 창업을 결심한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는 회사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줄줄이 명예퇴직하는 상사들을 유심히 지켜봐 왔다. 머지않아 자신도 같은 전철을 밟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창업을 준비했다.

문제는 양씨의 기대처럼 장사가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게 오픈 후 2주간 찾아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다급해진 양씨는 가게 앞에서 시식용 샘플을 나눠주고, 근처 아파트에 전단지를 돌리는 등 홍보를 펼쳤다. 그 덕분인지 3주차부터 손님이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고, 최근엔 몇몇 단골손님도 생겼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현재 양씨가 컵과일 장사로 집에 가져오는 수익은 한달 평균 150만원에 불과하다. 직장인으로 치면 최저 시급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지만, 양씨는 "적자가 나지 않는 게 어디냐"면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아내 한은서(가명·34)씨는 이런 양씨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잘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시작한 것도 못마땅한데, 소득까지 줄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녀 계획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둘이 사는 것만으로도 가계부가 적자인 상황에서 자녀 양육비·교육비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이처럼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부부의 재무목표는 다행히도 같다. 전세 아파트(전세금 3억1000만원)에 사는 부부는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로선 자녀 계획이 없는 만큼 '노후 준비'도 서두르고 싶어 한다. 한번쯤은 해외여행을 해볼 계획도 세우고 있다.

부부는 이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선 부부의 가계부부터 살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450만원이다. 언급했듯 남편이 컵과일 가게에서 월평균 15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중견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부수입으론 아내가 회사에서 받는 250만원가량의 상여금이 있다.

지출은 다음과 같다. 정기지출로는 관리비 및 세금 22만원, 가게 월세 80만원, 식비·생활비 80만원, 통신비 15만원, 보험료 20만원, 교통비·유류비 30만원, 남편 용돈 30만원, 아내 용돈 30만원 등 307만원을 쓴다.

비정기지출은 1년 기준 명절·경조사비 120만원, 미용비 200만원, 자동차 유지비 100만원, 의류비 200만원, 휴가·여행비 100만원 등 720만원이다. 한달에 60만원을 쓰는 셈이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적금 100만원이 있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총 467만원을 쓰고 17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100만원씩 저축하고 있으니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남편의 가게가 언제 적자로 돌아설지 알 수 없어서다. 적금 100만원은 그때를 대비하는 비상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럼 결론은 하나뿐이다. 지출을 줄여 여유자금을 마련하고, 그것으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이번 상담에선 80만원씩 빠져나가는 부부의 식비·생활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부부의 생활 패턴이 어떤지 하나씩 살펴봤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아침 한끼는 '과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과일을 다루는 남편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매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식비를 줄이기로 했다.

점심엔 식당 음식 대신 직접 싸온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부부는 식비를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적자 17만원도 흑자 3만원으로 전환됐다.

이제 부부는 상담의 첫걸음을 막 뗀 상태다. 지금 상태로는 부부의 3가지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란 여전히 불가능하다. 소비를 더 줄이고, 현명하게 예산을 세워야 달성이 가능하다. 부부는 '창업 성공'과 '미래 설계'란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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