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예상되는 올해 세계경제, 본격 출발 앞서 검증 돌입
2023년 전 세계 주식시장은 '강세장'으로 불릴 정도로 긍정적 성과를 거뒀다.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8%, 나스닥은 43% 상승하며 20% 이상 급락했던 2022년 약세장을 빠르게 극복했다. 한동안 주식시장을 괴롭히던 채권금리 급등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때 5%를 돌파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2월 말 3.8%대까지 빠른 속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4년 역시 낙관론이 우위를 점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새해 들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크로상 주요국 증시 강세의 원동력이던 채권금리의 급격한 되돌림(새해 들어 미 10년물 금리는 4%대로 재차 상승)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향후 1~2개월은 그간 전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했던 재료들의 지속성을 검증하는 시기를 거쳐야 할 것 같다.
시장은 여전히 올해 6차례 금리인하 기대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2024년 금리정책 경로를 둘러싼 이슈가 있다. 지난해 말 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한껏 랠리를 즐겼다. 이전 FOMC 정례회의에서는 무게중심이 추가 긴축 여부에 쏠렸던 반면, 12월에는 무게중심이 금리인하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것이다.블룸버그가 자체 모델링 기법으로 FOMC 성명서에 등장한 표현들을 매파/비둘기파 성향으로 나눠 분석한 지수에 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성명서에 사용된 매파적 워딩보다 비둘기파적 워딩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파월 의장을 제외한 연준위원들이 생각보다 매파적 톤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1월 초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위원들은 현 정책금리가 고점 혹은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하며 긴축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도 금리인하로의 정책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 데이터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갈 때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모든 정책 결정을 데이터에 기반해 후행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12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이 양호하게 나왔다는 점도 연준 입장에서는 굳이 정책을 빠르게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이 됐을 법하다.
세계 교역 증가, 주요 기업 실적 개선 중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도 비슷하다. 지금 시장은 올해 물가가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리비아 유전 폐쇄, 홍해 해협 운항 중단 사태로 수시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 에너지 가격 반등,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적으로 재상승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하지만 세계 교역은 정보기술(IT) 경기 개선, 주요국 신성장산업 추진, 공급난 대응을 위한 쇼어링 정책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경제협력개발기구 전망치 2023년 1.1%→2024년 2.7%, 국제통화기금 전망치 2023년 0.9%→2024년 3.5%). 이는 수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증시 입장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또한 시기상 차이만 존재할 뿐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사이클 돌입도 올해 세계경제 및 증시에 긍정적인 자금환경과 금융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는 연준의 금리인하 강도를 둘러싼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1~2개월은 미국 FOMC와 CPI를 지켜보며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질지 검증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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