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낙연 대담⓶] 극단세력 변방화해야 대한민국 미래 열려

구자홍 기자 2024. 1.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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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동아 LIVE]

●이낙연 “범죄도 착한 일 되는 무도덕주의에서 벗어나야”
●이준석 “여의도 사투리 배격하되 서초동 사투리 우려”

[이낙연-이준석 대담⓵] 2024 총선 시대정신
[이낙연-이준석 대담⓶]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이낙연-이준석 대담⓷] 대한민국 생존전략

*‘[이낙연-이준석 대담⓵] 내일을 여는 공존의 정치혁명 필요하다'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두 사람의 대담 풀영상은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에서 지금 시청할 수 있으며 대담 기사 전문은 1월 18일 발간되는 '신동아' 2월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1월 9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신동아’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박해윤 기자]
양극단 정치가 일상화한 근본 원인이 뭘까.

이낙연_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1년 동안 유학한 미국도 정치 양극화 문제로 굉장히 앓고 있다. 우선 경제 위축이 원인일 수 있다. 경제가 팽창의 시대를 끝내고 수축하면서 자기 것을 지키려 상대 것을 뺏으려는 제로섬 사회가 되고 있다.

정치가 사회적 좌절이 증오심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노를 유발하고 증오를 자극한다. 지지자 표만 모으려 하면서 양극화하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과거 양김 시대처럼 '나는 이런 점에서 DJ가 좋다' '무슨 소리냐, YS가 멋있다. 투쟁도 더 많이 했다' 식의 사랑의 경쟁이면 좋은데, 지금은 '그쪽과는 도저히 할 수 없다' '나는 그쪽이 훨씬 싫다'는 증오의 경쟁이다.

세계적으로 정치 양극화가 나타나는 데는 미디어 환경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에는 몇몇 미디어를 통해 비교적 균형 잡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미디어가 너무 많아져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는 과정에 정보 편식 현상이 나타난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거부할 수 없는 미래

이른바 김건희 특검에 대한 의견은.

이낙연_ 정부 여당은 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방탄한다고 비난해 왔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내세워 부인과 관련된 특검을 방탄하고 있지 않나. 힘과 방탄의 수렁에서 대한민국이 2년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준석_ 사정 정국을 누가 열었느냐를 먼저 살펴봐야 된다. 사정 정국을 여는 키는 검찰을 사실상 통제하는 대통령이 갖고 있다. 1년 반 동안 야당 당수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있었다. 그 결과 야당 당수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특검에 대해 화합을 위해 하지 말자고 얘기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많은 사람은 이재명 대표든, 김건희 여사든 잘못이 있으면 합당한 수사를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검찰 공무원 출신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에 오른 것은 '성역 없는 수사'라는 강렬한 이미지 덕택이었다. 이제 와서 '이재명 대표는 꼭 수사해야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국정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편파적인 수사다'라고 한다면 상징 자본을 갉아먹게 된다. 비상 대권인 거부권이 남발되면서 대통령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뭐든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돼버렸다. 대통령께서 특별감찰관과 감사원장 임명권을 국회와 야당에 주겠다는 시스템적 전환을 제안하면 어떨까 싶다. 국민은 나라가 잘되길 바라고 대통령이 국정을 잘하길 바라지, 김건희 여사나 대통령이 잘못되길 바라지 않는다.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_ 한동훈 위원장이 좋은 선택의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신뢰관계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상은 물론 국민의힘 선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의 실정 가운데 몇 가지, 예컨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를 백지화하겠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없애겠다 같은 것으로 출발했더라면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본인의 위상도 올라가고 선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차별화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바타 노선을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을 전부 짊어지고 가는 길을 골랐다. 지금 행보는 일시적 인기를 끌고 주목받을 수 있을지라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이준석_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한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위치를 어디에 놓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 순방 행보도 그렇고 화법도 '자신이 준비된 대권주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정당 당대표는 밖에 드러나는 활동이 10∼20%라면, 안에서 당무를 원활히 조정하고 정책을 만드는 역할이 70∼80%다. 그런데 그 점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고 실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나.

이준석_ 학점으로 얘기한다면 B학점. 지금까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보면, 관심도 못 받고 개혁도 못 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한동훈 위원장은 적어도 관심은 받았다. 그래서 B학점 정도 받을 수 있겠다. 잊으면 안 되는 게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언론의 관심은 엄청나게 받았지만 용두사미가 된 이유가 결국 성역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이낙연_ 순발력과 경쾌한 몸짓은 정치권에서 드문 것이어서 주목받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는 어렵다.

한동훈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출마하지 않고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준석_ 화법이 묘했다. 정치 입문과 동시에 자기희생을 선언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처음일 거다. 책임 정치도 하나의 중요한 가치다. 같이 달려들어 내가 당선될 만큼의 선거판을 만들겠다고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여당이 좋은 성적을 내면 누군가의 후원으로 총리를 맡거나, 당대표에 도전한다든지, 얼마간 보장된 희생이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정치 입문 첫 일성으로 86운동권을 특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개딸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이낙연_ 국가 전체의 고민, 국민의 아픔을 먼저 얘기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자리에 오르자마자 상대에 대한 공격부터 시작하는 모습이 굉장히 낯설다. 검사 본능이 춤추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검찰 과잉의 시대에 질려 있는데 모처럼 나온 젊은 집권당 지도자마저 검찰 공화국 완성 드라마를 보여주려는 것 같은 느낌을 줘 썩 좋지 않다.

1월 9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이낙연-이준석 대담. [박해윤 조영철 기자]

극단 세력 변방화

이준석 위원장은 탈당 외 다른 방법은 없었나.

이준석_ 1년 반 전부터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국정 기조를 바꿔야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는다고 계속 얘기해 왔다. 그런데 그것을 내부 총질로 규정한다. 언로가 막힌 것이다. 2016년 새누리당 안에서 언로가 차단된 것이 얼마나 큰 재앙으로 다가오는지 체감했다. 지금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양 날개 중 오른쪽이라고 할 보수 진영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지금 시점에는 결국 '노아의 방주'를 차릴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이낙연 전 총리도 민주당에 남아 변화와 혁신을 꾀했어야 한다고 말씀하는 이들이 있다.

이낙연_ 선의의 말씀이라는 건 알지만 (당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해 그런 말씀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할 일이 거의 없는 상태로 꽤 많은 세월을 지내왔다. 주류 세력과 다른 얘기를 하면 그날로 '수박'이 돼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는다. 그런 상태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다른 목소리가 억압돼 질식되는 상태다. 미국과 독일에서 1년 넘게 유학하면서 지금의 한국 정치 구도로는 대한민국이 침몰해 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겠다는 절박한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이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낙연_ 지금처럼 양당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극한 투쟁만 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할 일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지금의 정치 구도에 바람구멍을 내 새로운 숨통을 열어야만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국가로 회복할 수 있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다. 한국 정치를 양분하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준석 위원장은 신당을 창당한다.

이낙연_ 이준석 전 대표는 제가 주목하는 젊은 정치지도자 중 한 분이다. 남다른 문제의식으로 이 길이 한국 정치를 위해 더 낫겠다고 판단하고 도전하신 걸로 안다. 성공했으면 좋겠고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준석 위원장은 이낙연 전 총리의 도전에 어떤 입장인가.

이준석_ 이낙연 전 총리는 총리로 중앙정부도 이끌고, 전남지사로 지방정부도 이끈 경험이 있다. 집권당 대표도 경험했다. 사실상 대통령 빼고 거의 모든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국가를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실 기회를 찾아 도전하시는 걸로 이해한다. 마중물도 아니고 그 마중물을 퍼 올리기 위한 허드렛물 역할까지 하겠다는 겸손한 말씀을 주셨다. 이 전 총리 같은 원로의 그 같은 발언에 많은 사람이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나도 이 전 총리가 지향하는 지점에 굉장한 흥분을 느낀다. 진정성이 가져다주는 묵직함이라는 게 있다.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과 이력을 가진 이 전 총리는 젊은 사람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똑같은 문제의식으로 다소 세대가 차이 나는 이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추구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말씀을 들으니 두 사람 사이 교집합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낙연_ 지금의 양당 독점 구도를 깨뜨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다. 짧은 기간이지만 미국과 독일에 머물면서 깨달은 게 정치구조가 그 나라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미국도 대안 없는 양당제 폐해를 지적하며 국민 60%가 다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다당제 전통을 가진 독일은 극우 정당 같은 극단 세력이 중앙정치에서 위세를 떨치지 못하도록 극단 세력을 변방화하고 소수화해 연정의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지혜를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립정부는 DJP(김대중-김종필) 이외에 별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이번 총선에서 다당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것이라도 만들어놓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다른 동지들의 앞선 도전을 굉장히 응원하고 있다.

개혁신당에 합류할 현역 국회의원이 있나.

이준석_ 현 상황에도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분이 있다. 나중에는 비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질 분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양당 공히 결격 사유가 있어 공천에서 탈락한다기보다는 당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 주류가 하는 잘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떨어져 나오고 있다. 쭉정이가 아니라 알곡이 능동적으로 떨려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그렇고 국민의힘에서도 비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의원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이 보기에 정치를 계속하는 게 좋겠다는 분들의 서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참여할 결심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플랫폼을 유지한다면 현역의원 입당 문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신동아 2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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