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무채색 표정서 각자 감정 느꼈길"
日 드라마 판권 구매해 제작도 참여…"천만 영화 '서울의 봄' 시대정서 맞아 행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원래 수어를 할 때는 표정을 많이 써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얼굴에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죠."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종영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은 자신이 연기한 청각장애인 화가 차진우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차진우와 무명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사랑 이야기다. 정우성은 차진우를 연기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수어를 익혔다. 올해로 데뷔한 지 30년이지만 청각장애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우성은 "아무래도 수어가 가장 어려웠고 부담이 컸다"며 "처음에는 직관적인 표현들이 재미있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손동작의 방향이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되니 배울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에는 대면으로 수어 수업을 받았고, 촬영이 진행되면서는 (통역사가) 촬영해서 보내준 수어 영상을 그대로 외웠다"며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되짚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극 중 차진우는 정우성의 말대로 크게 웃는 법이 없고, 마음이 아파도 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무덤덤한 표정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우성은 감정은 연기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진우의 표정 연기를 할 때는 감정이 무채색으로 보이도록 했다"며 "차진우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각자의 감정대로 그의 표정이 읽히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차진우가 정모은과 사랑에 빠진 순간이 언제인지 묻자 "마음이 언제 동했을지를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며 "흘러가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답했다.
"표정이란 게 참 웃겨요.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이 읽히는 게 표정이잖아요. 쓸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바라볼 때, 사람이 쓸쓸하게 보이죠."
사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이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작품이다. 1995년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 드라마가 원작으로, 13년 전 정우성이 리메이크 판권을 샀다. 정우성은 원작에서 봤던 남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가슴에 꽂혀 판권을 구매했다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 제작자로 참여했고, 그가 동료 배우 이정재와 설립한 아티스트스튜디오도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드라마 제작이 늦어진 데 대해 "판권을 샀던 당시에는 중간에 남자주인공의 목소리를 트이게 하자는 등 주제에서 어긋난 제안이 들어왔다"며 "아직은 이런 소재의 드라마를 할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고 생각해 제작을 접었다"고 떠올렸다.
세월이 훌쩍 흐른 뒤에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면서, 판권 계약 당시 정우성이 연기하기로 한 남자 주인공의 나이를 30대에서 40대로 바꿨다.
정우성은 "나이대가 달라진 만큼 인물들이 사랑과 아픔에 대처하는 법도 달라져야 했다"며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저의 물리적인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고민을 담고 싶었다"며 "'내가 사랑하는데 왜 몰라줘'라는 느낌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성적인 고민을 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차를 타고 가다 신호에 걸려 멈춰있을 때 한 중년 커플이 눈에 들어왔어요. 두 분이 손을 꽉 잡고 있었는데, 그 손에서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의지가 느껴졌죠. 그런 것들이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뭉클함이 느껴졌어요. 제가 느낀 차진우의 모습도 그랬죠."
정우성에게 이번 드라마는 2012년 종영한 '빠담빠담' 이후 12년 만에 복귀한 멜로 작품이기도 하다. '꽃미남' 청춘스타 출신인 정우성에게도 오랜만에 멜로 출연은 걱정이 됐다고 한다.
정우성은 "주로 남자들과 부딪치는 작품을 할 때는 피곤함이 얼굴에 드러나는 게 도움이 됐는데, 멜로를 찍으니 얼굴에 묻은 피로감이 보였다"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5개월간 술을 끊었다"고 웃었다.
그는 일부러 멜로 작품을 피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신데렐라' 스토리에는 염증을 느껴왔다고 했다. 대신 정우성은 누구보다도 바쁘게 연기 활동을 해왔다. 넷플릭스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제작부터 영화 '헌트' 출연과 '보호자' 연출, '서울의 봄' 출연까지 최근 몇 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중 '서울의 봄'은 관객 1천200만명 이상이 관람하면서 정우성을 '1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시켰다.
정우성은 "모두 관객들이 만들어 준 것이어서 감사하다"며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서라는 게 있는데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단 한 번도 어떤 영화를 통해 해보려고('1천만'이란 타이틀을 얻으려고) 한 적은 없다"며 "사실 영화산업이 안정적이 되려면 300만~500만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늘 감사했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야'라고 마음을 다잡고, 좋은 일이 생겨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제 활동의 원동력인 듯해요. 그런데 이제는 당분간 쉬려고요.(웃음)"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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