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경선 다음날 또 법정…성추행 피해자에 "선거 방해한다" 공격

"이 여자가 지어낸 말에 내가 또 방어해야 하냐" 불만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아이오와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행사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2024.01.15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재판에 앞서 자신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건 성추행 피해자에게 "선거를 방해한다"며 공격했다.

이날 재판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미국 유명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민사 소송으로 열리게 됐다.

원고인 이번 소송에서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자신을 모욕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소 1000만달러(약 134억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피해자를 겨냥해 "이 여자가 지어낸 말에 내가 또 방어해야 하느냐"며 "이는 거대한 선거 방해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캐럴은 이미 성폭행 사건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일부 승소한 상태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다고 판단해 500만달러(약 65억원)의 배상을 명령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패소 이후에도 캐럴의 피해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발하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게 됐다.

이번 재판의 배심원들은 성폭행 혐의나 거짓말 여부를 따지지 않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에게 피해 보상금을 얼마나 지급할지에 대해서만 판단할 예정이다.

작가 E. 진 캐럴이 9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앞서 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E. 진 캐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며 ＂5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을 내렸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원고 측 숀 크롤리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큰 마이크를 이용해 캐럴을 공격하고 망신을 주고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트럼프의 끔찍한 거짓말이 추종자들의 폭언을 양산했고 캐럴의 불안감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크롤리 변호사는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캐럴에 대해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캐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루이스 캐플런 남부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재판이 3~5일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플런 판사는 원고 캐럴의 성추행 피해는 이미 이전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임을 설명한 뒤 이번 재판에서는 오직 명예훼손만 다룰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플런 판사를 향해서도 "나를 너무 미워해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서 "그는 조 바이든이 주도한 선거 개입 공격에서 당장 나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 미국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전복 혐의 2건을 포함해 4건의 형사 소송과 2건의 민사 소송을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로 규정하며 지지자들을 더 결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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