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돌아온 ‘한국판 마타하리’ 앨리스 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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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함경북도 청진 해안.
극단 미인의 신작 연극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는 소용돌이치는 격변의 현대사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진 인물 현미옥(1903~1956?)의 비극적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조명한다.
격정적인 드럼 연주가 고동치는 그의 심장 박동을 떠올리게 하며 연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대본을 쓴 김수희 연출가는 "사회주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공부하다 경계인 현미옥의 삶에 매료돼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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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추방, 북한에서 처형
1956년 함경북도 청진 해안. 얼굴이 복면에 덮인 여성이 바다에 던져진다. ‘간첩’, ‘미제의 스파이’란 수군거림 속에 기자가 나타나고, 어디선가 걸어들어온 미옥과 대화를 시작한다. 극단 미인의 신작 연극 ‘아들에게(미옥, 앨리스 현)’는 소용돌이치는 격변의 현대사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진 인물 현미옥(1903~1956?)의 비극적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조명한다.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신작이다.
한때 ‘한국판 마타하리’로도 불린 현미옥은 하와이 태생 첫 미국 시민권자다.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현순(1880~1968) 목사의 딸이다. 부친을 따라 상하이에서 활동하며 여운형, 박헌영과 친분을 쌓았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넘나들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활동을 펼쳤다. 해방 뒤엔 남한에서 미군 군무원으로 일하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미국으로 추방됐다. 1949년 아들이 의사로 일하던 체코를 거쳐 북으로 건너가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등에서 일했다. 북한은 1955년 부수상 겸 외상 박헌영을 ‘미 제국주의 간첩’으로 기소했는데, 이때 현미옥을 간첩 활동 매개자로 지목했다. 당시 박헌영 기소장엔 ‘1920년 상해 시절 박헌영의 첫 애인”이자, “박헌영의 도움으로 북한에 입국한 미국 스파이”로 나온다. 그가 어떻게 처형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극은 여러 나라를 수시로 드나든 그의 활동 궤적을 영상으로 표기한다. 격정적인 드럼 연주가 고동치는 그의 심장 박동을 떠올리게 하며 연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대본을 쓴 김수희 연출가는 “사회주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공부하다 경계인 현미옥의 삶에 매료돼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에게’란 제목에 대해선 “현미옥이 자신의 삶을 항변한다면 가장 먼저 아들에게 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붙였다”고 설명했다. 현미옥을 연기하는 배우 강해진은 “시대를 뜨겁게 살아낸 여성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현미옥의 아들 정웰링턴의 삶 또한 비극적인데, 우여곡절 끝에 1963년 체코에서 부인과 자녀를 남기고 자살한다.
연극에서 박헌영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현미옥과 박헌영의 관계에 대해 김수희 연출가는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둘의 관계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2021년 ‘미옥, 앨리스 현’이란 제목의 낭독공연을 선보였고, 일부 내용을 보완해 ‘아들에게’란 새로운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다. 오는 21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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