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금강 위해 끝까지 싸워야죠”
[짬] 대전·충남 지역 환경운동가 박은영 이경호 사무처장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2004년 6월과 7월 한 달 간격으로 환경단체 일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조류탐사동아리를 하며 새에 푹 빠진 이 사무처장은 새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환경단체 문을 두드렸다. 박 사무처장은 대학 때 시민사회 관련 교양수업을 듣고 난 뒤 우연한 기회로 녹색연합 활동가가 됐다.
이들이 새내기 환경운동가의 티를 벗기 시작한 2007년은 우리나라 강에 ‘대운하’의 공포가 엄습한 때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자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지역에서도 연대체를 꾸려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대운하 건설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모습을 바꿔 진행하자 이 사무처장은 일주일에 절반을 금강으로 출근했다. 파헤쳐지는 금강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기를 들이대면 공사장 책임자들이 헬멧을 집어 던지고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았다. 박 사무처장은 4대강 공사로 역행침식(강의 원줄기를 심하게 준설해 지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며 제방이 침식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과 완전히 공사판으로 변한 강을 바라보며 “이건 완전히 틀렸다”고 절규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9일 세종보 재가동을 점검하러 현장에 온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성명서를 전달하려 한 일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를 했다며 이들을 입건했다. 지난 12일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만난 이 사무처장과 박 사무처장에게 “괜찮냐?”고 묻자 “문제없다”는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다시 망가질 금강을 생각하면 “이런 일 따위에 굴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뒤 벌어진 일을 생생히 목격한 ‘금강의 증인’ 중 하나다. 금강이 보로 막힌 뒤 2012년 12월 일어난 ‘물고기 떼죽음’은 이 사무처장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약 10일 동안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은 채 금강 위로 떠올랐다. 이 사무처장은 “죽은 물고기를 포댓자루에 끊임없이 넣는 모습을 보면서 4대강 사업은 결국 생명을 몰살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가로막힌 강에는 해마다 녹조가 창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매해 여름 헬기를 띄워 녹조가 점령한 금강의 모습을 세상에 알렸다. 박 사무처장은 “금강 녹조가 보도되자 조작한 사진이 아니냐는 댓글이 기사에 달렸다. 현장에 가서 보면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지 바로 알 수 있는데, 정말 울화통이 터졌다”고 했다.
2007년 한 달 간격으로 환경운동 입문
4대강 사업 뒤 물고기 떼죽음 등 보며
‘4대강은 생명 몰살시키는 정책’ 확신
지난해 ‘보 재가동 점검’ 환경 장관에
성명서 전달하려다 경찰 조사 받아
‘축제용 공주보 담수’ 저지 수중시위도
“지난 정부에서 보 열자 새들 돌아와
‘강은 흘러야 한다’는 논쟁대상 아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9년 1월 세종보에 이어 9월 공주보까지 완전히 개방되자, 금강에 모래톱이 생기고 떠났던 새들이 돌아왔다. 이들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회복하는 강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놀랐다”고 했다. 이들이 다시 보 수문을 세우고 강물을 가두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사무처장은 지난해 9월 ‘4대강 보 존치를 위한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 단상을 점거했다가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함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박 사무처장은 이틀 동안 경찰서에 갇혔다 풀려났다. 갑자기 구속될 위기에 놓이자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두 아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고 박 사무처장은 말했다.
그러나 박 사무처장은 금강을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백제문화제를 이유로 공주보 담수가 예정되자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은 9월11일 공주보 근처 고마나루 모래톱 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해마다 축제를 위해 물을 가두고 반복적으로 강을 망가트리는 공주시와 환경부의 행태를 멈추게 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보 존치 움직임을 보며 ‘영영 보 수문이 닫힐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컸다. 사흘 뒤인 14일 공주시는 100여명을 동원해 천막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두 활동가는 천막을 붙잡고 모래밭 위를 뒹굴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천막 철거 뒤에도 활동가들은 농성을 이어갔으나, 환경부는 고마나루에 사람이 있는 채로 공주보 담수를 시작했다. 이·박 사무처장은 차오르는 물속에서 손을 잡고 수중시위를 벌였다. 그날의 금강과 고마나루를 이야기하며 박 사무처장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정부 들어 그동안 유지됐던 환경단체와 정부·지자체 사이의 소통 통로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대화의 여지가 아예 차단된 거죠. 때론 ‘우리가 이렇게 힘이 없었나’ 답답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것은 정치 논쟁거리가 아닌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가로막혀 죽었다 다시 흘러 살아난 금강이 바로 증거이고, 우리는 그 목격자이니까요.”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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